10년만이다. 사실상 차기 정부에서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진다면 그렇다. 부처 개편은 상수다. 그동안 대선후보와 캠프의 언급을 보면 불가피하다. 문재인정부는 인수위 없이 출범했다. 좌우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통상적인 정부 조직개편 없이 출범한 배경이다. 당시 조직개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4차산업혁명과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가 화두였다. 업계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분산돼 있는 C-P-N-D 기능을 하나의 정부부처로 통합하길 원했다. 수평적 규제체계 도입도 당연시 하는 분위기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용이다. 5년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과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 대전환’을 화두로 소환했다. 이번에는 대선 캠프와 각 부처 주변에서 회자되는 개편론을 회차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해 10월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제시한 메타버스가 미래 산업 키워드로 떠오르며 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PC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한 차례 변화를 겪은 기존 산업이 메타버스로 진화 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흐름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은 최근 메타버스플랫폼스로 사명을 바꾸고 메타버스에 올인 하는 분위기다. VR 메타 게임 플랫폼으로는 오큘러스를 밀고 있고, 업무용은 호라이즌을 앞세우고 있다. 이제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메타버스는 밀접한 키워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게임산업에서는 이러한 기조가 더욱 거세다. 메타버스를 설명하는 주요 사례로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등 게임이 언급되고 있다. 게임을 통해 메타버스 개념을 접하고 이해하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 VR, AR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사는 게임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기술을 사용을 넘어 현실감 있는 가상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메타버스-게임 콘트롤 타워 새롭게 구축 해야
게임과 디지털 콘텐츠가 신기술 힘을 빌어 융합되는 메타버스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산업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시 나오고 있다. 게임산업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당시 정통부와 문화부가 주무부처 경쟁이 있었지만 2000년 중반 이후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하고 있다.
게임산업이 메타버스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재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는 게임산업진흥원 부활이 필요하며 차기 정부에서 조직개편을 통해 게임산업 콘트롤 타워를 새롭게 구축 하거나 일원화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후 게임을 담당할 주무 부처로 과기정통부가 다시 거론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 과기정통부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정보통신부가 문체부 이전에 게임산업 진흥을 담당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게임과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 게임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행보를 이어간 바 있다.
다만 당시에도 두 정부 부처가 게임산업을 두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부작용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2004년에는 감사원이 문화관광부를 상대로 '게임 기술관련 사업 중복 지원' 문제를 거론했으며 2006년에는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노웅래 의원이 정부 게임산업 지원 예산 104억 원 중 49억 원이 중복 지원됐다며 주먹구구로 이뤄지는 게임산업 진흥정책을 지적하기도 했다.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전담 콘트롤 타워 필요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다.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이 과기정통부와 문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국회에 제출된 내년 양 부처 메타버스 관련 사업 예산은 총 1천602억 원이다. 이 중 과기정통부가 1천447억 원, 문체부가 155억 원을 배정받았다.
현재 게임산업과 디지털 콘텐츠 담당은 정부 부처는 문체부지만 향후 메타버스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기정통부가 게임과 메타버스를 담당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게임이 기술 고도화 되고 있으며 실제로 게임산업은 별도 다운로드 없이 서버에 접속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VR과 AR 기술은 물론 블록체인과 NFT 기술까지 접목된 메타버스 개념 확산 등 신기술이 가장 먼저 접목되는 분야로 떠오른지 오래다.
문체부에 '디지털 뉴딜 연계 문화콘텐츠산업 전략'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 게임산업 분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만화, 영화, 음악, 공연 등 문화콘텐츠 산업에 속하는 분야에 신속한 디지털 연계를 위해서는 이미 디지털화가 끝난 게임 부문을 분리해 각 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학계, 게임산업진흥원 설립 필요 주장
게임산업을 주관하는 정부부처 개편 필요성을 가장 먼저 언급한 단체는 학계다. 한국게임학회는 지난 7월 민간 주도 대통령 산하 정책자문기구인 '게임산업전략위원회' 설치를 제안 했었다. 과거 문체부가 게임관련 싱크탱크를 설치했던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새로운 부처인 콘텐츠미디어기획부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게임산업은 문체부가 주관하는 산업이지만 이 밖에 과기정통부와 중기부 등도 지원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게임산업에 대하여 여러 부처가 지원을 이유로 맞물려 서로 불협화음을 내고 이로 인해 진흥에 속도를 내지 못 하고 있다는 이유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등 여러 기관에 분산된 게임산업 지원 기능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게임산업 육성 기능을 담당하는 게임산업진흥원 설립을 차기 정부에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문체부는 게임산업 육성에 큰 열의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고는 해도 한국게임진흥원 설립에 대한 이렇다 할 논의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라며 현재 게임산업이 정부 시선에서 어느 정도 멀어져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위정현 회장 지적대로 한국게임진흥원 설립을 위한 구체 논의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게임진흥원 설립 내용을 포함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위한 공청회나 여론 수렴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게임진흥원 설립을 위한 논의 진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문체부 관계자는 "한국게임진흥원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며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 논의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게임업계는 차기 정부에서 어느 부처가 게임을 담당하게 되더라도 크게 상관 없다는 반응이다. 문체부가 박양우 前장관 시기를 제외하고 게임산업보다는 다른 분야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주 열리는 게임쇼 지스타2021에 황희 문체부 장관이 아닌 차관 참석으로 알려지면서 문체부에 게임업계 홀대에 대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대선후보, 메타버스와 게임 대한 콘트롤 타워 비전 제시해야
이런 분위기 속에서 차기 정부를 이끌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두 대선 후보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두 차기정부 조직 개편을 검토 중으로 알려지며 그 여파가 게임산업에까지 닿을지를 지켜보게 됐다.
양 후보 모두 구체 개편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다양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이재명 후보는 경제부처 전방위 개편과 비대화된 부처에 대한 개편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윤석열 후보는 대대적인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조직을 통폐합하고 민간 규제 철폐를 위한 전담부처를 둬 통폐합 후 조직 공백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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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두 후보 모두 아직까지 게임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나서야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두 후보 모두 정부조직 개편을 거론하고 있는 이상 게임산업을 담당하는 새로운 기관이 탄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산업 진흥에 대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실제로 일부 규제를 덜어내기도 했던 박양우 장관을 제외하면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게임산업을 어느 부처가 담당하는지보다 중요한 게 콘트롤 타워 일원화다. 또한 해당 콘트롤 타워는 게임산업 전반이 변화 기조를 앞두고 있는만큼 기술 변화에 민감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