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이다. 사실상 차기 정부에서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진다면 그렇다. 부처 개편은 상수다. 그동안 대선후보와 캠프의 언급을 보면 불가피하다. 문재인정부는 인수위 없이 출범했다. 좌우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통상적인 정부 조직개편 없이 출범한 배경이다. 당시 조직개편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4차산업혁명과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가 화두였다. 업계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자치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분산돼 있는 C-P-N-D 기능을 하나의 정부부처로 통합하길 원했다. 수평적 규제체계 도입도 당연시 하는 분위기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용이다. 5년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과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 대전환’을 화두로 소환했다. 이번에는 대선 캠프와 각 부처 주변에서 회자되는 개편론을 회차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1990년대의 정보화는 산업화의 마중물이다. 증기기관과 전기, 컴퓨터(반도체)로 이어지는 혁명적 변화의 바람이 인터넷을 타고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의 일이다. 종이와 인쇄를 기반으로 한 업무가 컴퓨터로 옮겨붙기 시작했다. 디지털로 저장‧활용‧운용하는 ‘디지털화’다.
작금의 '디지털 대전환'은 단순히 이전 시대의 디지털화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단순 데이터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디지털화된 데이터 자산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신규 수익원을 만들어내자는 방향성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까지 언급할 정도다.
■ 아날로그의 디지털화에서 디지털 전환으로
'융합' 논의를 보자. 융합은 5년 전 거버넌스 논의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올랐을 때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였다. 이전에는 단순히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거버넌스의 중심이었다. 2000년대 중반의 일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아예 이종 산업 간 ‘융합’이 화두였다.
아날로그 시대의 전통 산업을 디지털 시대의 혁신기업으로 변모시키고, 플랫폼 기업이 전통산업을 디지털화해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자는 것이었다. 초점은 정부가 어떻게 지원하고 규제하느냐였다.
각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산업 주체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역할론이 배경이다. 민·관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이종 산업 간 융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산업 활성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기존 정부 조직을 개편하지 않고 승계하면서 찾을 수 있는 대안론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는 현 정부 조직체계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지 전통 산업을 디지털화하고 이종 산업 간 융합을 지원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에 맞는 정부 조직체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타산지석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해 오면서 이것이 단지 산업 혁명이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교육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혁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향후 거버넌스 논의의 함의다.
■ 코로나19가 앞당긴 디지털 전환과 혁신
코로나19 팬데믹도 부처의 재조직화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비대면’ 문화를 확산시키면서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더 절감하게 만들었다. 방송과 통신에서 시작된 디지털 전환과 혁신이 의료, 교육, 유통, 자동차, 건설, 제조, 국방 등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는 배경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비대면 시대에 맞춰 디지털 전환에 도움을 주는 글로벌 기업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이다. 이들 기업들의 주가는 팬데믹 이전인 지난해 1월 160달러, 53달러에서 11월 현재 336달러, 94달러로 치솟았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부처 개편론의 의미다. 정부가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디지털 전환과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전 산업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정부 조직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이 같은 도우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경제를 아우를 수 있는 부처의 역할론을 주창하고 나섰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조직으로 격상시킨 것과 유사한 이유다.
다만,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위원회 조직이란 점에서 향후 정부 조직개편 논의에서는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조직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 추격자에서 선도형 정부 조직 필요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우리나라를 만장일치로 선진국 지위를 부여했다. 기존의 정부 조직체계가 개발도상국의 지위에서 만들어진 ‘추격자’용이었다면 향후 만들어질 새 정부 조직은 ‘선도형’ 정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 논리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가 새롭게 구성할 정부 조직은 각 부처를 모듈식으로 이합집산시킬 개편에 앞서 선도형 국가에 걸 맞는 국정철학과 전략을 먼저 담아야 한다는 주장도 새겨들어야 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디지털 대전환’과 이를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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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기의 정부 부처 개편의 대전제다. 새로운 가치와 철학, 사상이 녹아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새로운 시대의 거버넌스 모델을 어떻게 설계하고 국가의 정책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새 시대에 맞는 정부 조직의 틀을 짜고 권한을 위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대선후보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앞서 만들어진 파편화된 진흥과 규제정책을 한 데 모으고 융합 시대에 맞는 통합된 정책 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전제 중의 전제라는 사실이다. 그럴 때만이 제대로 된 논의가 출발할 수 있다. 부처 이기주의는 절대 사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