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 자료를 요구하는 일이 한 번으로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요청한 데 대해 한국 입장을 이같이 전달했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공급이 왜 부족한지 알아내겠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기업에 최근 3년간 매출과 고객 정보, 주문·판매·재고 현황 등을 요구했다. 기한은 11월 8일이었다.
문 장관은 “한국 기업이 11월 8일까지 자료를 원만하게 냈다”면서도 “정보를 요청하는 일은 한 번으로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이몬도 장관은 “이번에 자료를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며 “기업들이 준 영업비밀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우려하는지 잘 안다”며 “한국 기업이 협조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다음 달 8일 국장급 한·미 반도체 협력 1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산업계·학계·연구계 전문가들은 공급망을 함께 분석하고 산업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할 계획이다.
국장급으로 운영하던 ‘한·미 산업협력대화’는 확대‧격상한다. 장관급 대화망까지 포함할 수 있다. 한·미 산업협력대화는 한국 산업부와 미국 상무부가 매년 분야를 정해 관련 기업·전문가·기관 등이 정부와 함께 서로 정책·투자·기술 정보 등을 교류하는 협력망이다. 반도체·미래자동차·바이오 등 산업별, 인력양성·투자협력·제3국공동진출 등 기능별로 논의한다.
이들 장관은 한국산 철강재 수출 할당량을 규정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18년 국가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 관세를 매겼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철강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계속 적용하되 일부 물량 관세를 없애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 25% 관세를 물리기로 EU와 합의했다.
문 장관은 “미국과 EU 간 철강 232조 협상이 타결된 만큼 트럼프 정부에서 합의한 한국산 철강 232조 조치 물량을 늘리고 유연하게 운영해 달라”고 제안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한국은 미국 철강 수출을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받고 있다.
레이몬도 장관은 “한국에서 이 문제에 관심 많은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논의하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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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장관은 또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에 지원해 달라”며 “미국에 동반 진출할 한국 중소‧중견기업들도 도와 달라”고 언급했다.
레이몬도 장관은 “연구개발(R&D) 지원을 비롯해 미국 투자 혜택을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며 “한·미 투자기관 간 협력망을 만들면 좋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