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카메라를 중심으로 성능 경쟁을 해오던 스마트폰 시장이 오디오 스피커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기술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프리미엄급은 물론 보급형도 광각·초광각·망원 등 트리플(3개) 카메라 이상으로 상향 평준화되면서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카메라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카메라 수를 늘려왔듯이, 오디오 성능을 높이기 위해 스피커 구현의 핵심 부품인 오디오 앰프(증폭기) 칩의 탑재수를 늘리고 있다.
하이엔드 스마트폰 중심으로 지원되던 스테레오 오디오 기능을 보급형으로 확대하고, 하이엔드 스마트폰은 스피커를 추가해 몰입형 사운드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 비대면 문화 확대…동영상 감상, 게임 이용자 겨냥한 마케팅
스마트폰의 스피커는 그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비대면 문화 확대로 실내서 스마트폰으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고, 게임을 즐기고, 영상회의를 하는 사용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시장조사업체 SAR인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약 40%가 작년 한해 스피커 사용이 늘었다고 답했다. 한국인의 스피커 사용 비중은 영화·TV 콘텐츠 시청(52%), 비디오·컨퍼런스콜(47%), 게임(50%) 등이 주를 이뤘다. 이는 오디오 성능이 소비자의 스마트폰 구매 결정에 점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마트폰 부품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오디오 성능은 비대면 문화 확대로 실내에서 게임 또는 동영상을 보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 제조사가 무선이어폰(TWS)을 출시하고 있지만, 이 제품은 다른 모바일 기기에도 호환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사의 아이덴티티(독립적인 특징)을 제공할 수 없다"며 "스마트폰 제조사가 스피커에 더 주력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 이제는 음질로 차별화…오디오 앰프 탑재수 증가
오디오 앰프 칩은 고출력 신호를 효율적으로 스피커로 전달해 주는 기능을 한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음악, 동영상, 게임, 영상통화 및 회의 등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오디오 앰프는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오디오 앰프가 1개에서 2개로 늘어나면 스테레오 오디오 기능으로 입체감 있는 음향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의 하단에 위치한 오디오 앰프는 스피커를 지원하고, 상단의 오디오 앰프는 스피커를 지원하면서 통화 음성 송출용으로 사용된다.
애플은 2016년 아이폰7부터 오디오 앰프 2개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3.5mm 헤드폰 잭을 없애면서 그 자리에 오디오 앰프를 추가로 배치한 것이다. 그러다 2020년 출시된 아이폰12 모델부터 오디오 앰프를 3개로 늘려 탑재하기 시작했다. 아이폰13에도 오디오 앰프 3개가 탑재됐다. 2개의 오디오 앰프는 스테레오 스피커로 사용되고, 나머지 하나는 스피커 및 모터 드라이버로 사용된다. 오디오 앰프로 햅틱 엔진을 사용한 셈이다.
삼성전자 또한 올해 폴더블폰 갤럭시Z폴더3부터 오디오 앰프 3개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앞서 출시된 하이엔드 스마트폰 갤럭시S21까지는 오디오 앰프 2개가 사용돼 왔으며, 갤럭시Z플립3 또한 2개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인 갤럭시 A시리즈에도 스테레오 스피커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A52는 갤럭시A 시리즈 중 처음으로 오디오 앰프 2개를 탑재해 스테레오 스피커를 구현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스테레오 지원 제품군을 더 늘려 중저가 스마트폰의 오디오 성능을 하이엔드 스마트폰급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오디오 앰프 4개가 탑재된 모델까지 등장했다. 지난 3월 출시된 샤오미의 첫 폴더블폰 '미믹스폴드'는 스마트폰 최초로 스피커 4개가 탑재된 제품이다.
오디오 IC 업체 시러스로직 관계자는 "중화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게이밍폰 중심으로 하이파이(HiFi) 음향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왔다"라며 "샤오미의 블랙 샤크 시리즈, 에이수스 로그폰 시리즈 등의 게이밍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스테레오 스피커를 주요 스팩으로 앞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 오디오 앰프 탑재수 증가로 부품 경쟁 심화
스마트폰용 오디오 앰프 수 증가는 칩 공급 업체의 공급 물량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오디오 IC 업계 1위인 미국의 시러스로직은 애플의 아이폰, 삼성전자의 하이엔드 스마트폰(갤럭시S, 노트, 폴더블), 샤오미, 에이수스 등에 공급한다.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한국의 실리콘마이터스(아이언디바이스) 등은 삼성전자의 중저가형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에 오디오 앰프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아위닉은 삼성전자의 저가형 스마트폰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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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반도체 파운드리 공급 부족으로 오디오 IC 업체들이 물량 공급이 어려워지자 공급망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구딕스가 내년에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의 오디오 앰프 공급 업체로 추가 진입할 예정이다. 구딕스는 2019년 NXP의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한 업체다.
시장조사업체 SAR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오디오 앰프 칩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3배 정도 늘어났다. 내년에는 약 15억개의 오디오 앰프가 스마트폰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