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고통은 진행형인데 국감장에 놓인 ‘옥시’ 제품

일부 국민 속에 남아있는 꺼림칙함 국민 건강 챙기는 국회 복지위는 몰랐나

데스크 칼럼입력 :2021/10/18 05:00

국회 국정감사장에 ‘데톨 손소독제’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 2021년 국정감사장에 한때 많은 국민들이 사용했던 익숙한 이름의 손소독제가 등장했다. 손소독제가 기자의 눈길을 끈 이유는 하나인데 해당 제품이 레킷벤키저의 ‘데톨 손소독제’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노출된 '데톨 손소독제' (사진=국회 인터넷의사중계 캡쳐)

이 회사는 2014년 RB코리아로 한국법인명을 바꿨는데 바로 그 이전의 사명이 2011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야기한 회사 중 하나인 옥시레킷벤키저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인정자 중 80% 이상이 옥시제품 피해자로 알려져 있다.

2016년 한 회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동참한 불매운동이 진행됐는데 가습기 살균제 실험을 조작하도록 연구자를 매수한 의혹을 받은 옥시레킷벤키저였다. 온라인에는 많은 개인들이 해당 회사의 제품들을 나열하며 불매운동에 동참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고, 이후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옥시 대표를 불러 청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고통은 여전하고, 책임에 대한 법적공방은 진행 중인데 국회에 그것도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감사기관인 보건복지위원회에 해당 제품이 놓였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중요한 국정현안들을 감사하는 국정감사가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진행 중이다. 또 국회에서 진행되는 모든 위원회의 국정감사는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위원회에서 혹시나 특정기업의 홍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생수병도 제조사 확인이 어렵도록 라벨을 제거하고 놓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번 복지위 국감장에 놓인 데톨 손소독제는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제품의 특징적인 색뿐만 아니라 피감기관의 수장들이 자리한 곳에도 놓여 답변 화면을 통해 제품의 라벨까지 자세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레킷(reckitt) 홈페이지에는 2021년 3월31일 기준 정부의 4차 조사까지 1단계 또는 2단계 판정을 받은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약 99%가 배상안에 등록했고, 이에 대해 배상 진행을 마무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9년5월20일 옥시레킷벤키저 영국본사 항의방문. (사진=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살균제참사의 진실 빼앗긴 숨' 홈페이지)

하지만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도 많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제 현황(2021년 9월27일)을 보면 신청자 7천572명 중 4천318명만이 지원을 받았다.

아이 건강을 위해 깨끗한 가습기를 틀어주겠다며 살균제를 사용한 부모들의 눈물을 보아왔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였다. 아무리 위원들이 바뀌었어도 피해자들의 고통이 기쁨으로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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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옥시 제품은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지도 않고, 구매한다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데톨 손소독제가 놓인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가 유난을 떠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위한다고 이야기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였기 때문에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늦게나마 거론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