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분쟁 신속히 해결하려면?···계약때 중재 조항 넣어야

[법무법인 디라이트의 스타트업 칼럼③]

전문가 칼럼입력 :2021/10/14 10:11

노경종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기업 간 계약서의 마지막 조항에 거의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조항이 있다. 바로 ‘관할법원’이다. 통상 “본 계약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관할법원을 00지방법원으로 한다.” 이런 문구를 기재한다. 그런데 가처분, 가압류 같은 보전소송절차를 제외하면, 스타트업은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을 통한 통상의 민사 소송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소송가액이 3천만원 미만인 소액사건을 제외하면 민사 소송은 소를 제기한 시점부터 1심판결이 선고되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대부분이고, 사안에 따라 3년이 지나도 재판에 계류 중인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1심에서 승소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항소와 상고로 계속해 불복하는 경우, 사업을 시작하고 3~5년 안에 사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는 판결이 확정될 즈음에는 승소의 실익이 없는 경우도 많다.

최근 법원에서도 적극적 조정 회부를 통해 사안을 신속하고 원만히 해결하기 위한 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나 조정에 응할 의무가 없어 분쟁 초기에는 조정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경우가 드물다. 충분한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스타트업은 분쟁이 길어질 경우 자칫 자금 흐름이 경직돼 경영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결국 스타트업의 분쟁 해결은 신속성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노경종 디라이트 변호사

이에 주목할 만한 제도가 바로 중재제도다. 계약당사자 사이의 분쟁은 원칙적으로 법원을 통해 소송절차를 거쳐 해결하는 것이지만, 예외적으로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절차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려면 사전에 중재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계약서 마지막 조항에 ‘관할법원’ 조항 대신 ‘분쟁해결’이라는 조항을 넣고, 그 문구를 “본 계약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대한상사중재원의 국내 (사안에 따라 국제) 중재규칙에 따라 동 분쟁을 중재를 통해 해결한다.” 로 기재하면 된다.

이렇게 계약서에 중재 조항을 넣게 되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대한상사중재원이 배타적 관할을 가지게 된다. 사전에 계약서에 중재합의를 기재하지 않더라도 사후에 중재로 사건을 해결하는 합의를 할 수도 있지만 분쟁이 발생한 후 이러한 협의를 진행하기 어려울 뿐더러 이 시점에는 분쟁에서 갑의 지위에 있는 당사자가 중재 합의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에게 중재제도가 가지는 장점은 무엇일까? 먼저, 단판승부라는 점이 있다. 법원을 통해 소송을 진행할 경우 3심제도가 적용돼 다른 재판부에서 최대 1심, 항소심(2심), 상고심(3심) 3번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중재사건은 이러한 3심제도가 없고 단판으로 사건의 결과가 확정된다. 중재법에 일정한 경우 법원이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나 이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음으로, 소송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는 점이다. 소요시간을 보면 중재사건은 평균 6개월 정도면 판정을 받을 수 있고 길어도 1년을 넘는 경우가 드물어 법원에 비해 상당히 신속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비용 또한 경제적이다. 법원의 1심 사건에 지출되는 인지대만 놓고 보면 중재비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법원의 항소심(2심)은 1심 인지대의 1.5배, 상고심(3심)은 1심 인지대의 2배를 내도록 하고 있고, 변호사비용도 매 심급별로 지출해야 한다.

끝으로, 중재사건은 판사가 아닌 중재인이 사건을 심리한다는 점이다. 이 때 중재인은 산업계나 학계의 인사들도 포함돼 있고 분야별로 일정한 풀이 있어 사건 특성을 고려, 전문성을 갖춘 중재인에게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기술과 관련된 분쟁이 많은데 IT,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전문가들이 중재인으로 사건을 심리하기 때문에 재판 진행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관련기사

법원에 접수되는 민사사건 중 신청사건을 제외한 본안사건만 하더라도 100만건이 넘는다. 판사 1명이 한 달 평균 5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해야 하므로 업무가 과중하고, 이에 개개의 사건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검토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신속한 판단도 불가능하다. 반면 대한상사중재원에 접수된 중재 사건의 수는 아직도 매년 약 400건 수준에 머물고 있어 그 활용이 아직 미진하며, 그만큼 충실히 심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의 경우 창업자가 소송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지 않고 계약 단계에서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 대비해 중재까지 고려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스타트업에 있어 분쟁의 신속한 해결은 기업의 존망과 직결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 중재조항을 삽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한다면 지혜롭게 분쟁을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