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디지털자산 산업은 글로벌 단일 산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산업을 외면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규제 불확실성이 높은 한국에서는 사업하기 어려워, 처음부터 해외에서 시작하려는 회사가 많다. 한국 기업이지만 한국에서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김균태 해시드 파트너)
지디넷코리아가 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4차산업혁명 페스티벌 & 블록체인 서울' 3일차 행사에선 '블록체인·디지털자산 강국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이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학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에는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황용택 다날핀테크 대표,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김균태 해시드 파트너 등 국내 블록체인 산업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산업의 발전과 이 기회를 우리나라 기업이 잡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가 오갔다.
패널들은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사업 환경에 대해서는 "중국의 디지털자산 전면 금지가 오히려 글로벌하게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효과를 줬으며, 미국 디지털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이 디지털자산 대중화를 앞당겼다"고 평가했다. 또, 디지털자산 기반 서비스 측면에서는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서비스가 완전히 새로운 금융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고 대체불가능토큰(NFT)의 인기로 실물세계와 가상세계의 결합이 촉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기회를 잡기 위해서 "정부가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업들이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규제 불확실성을 제거해줘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토론을 가능한 전문 그대로 옮겼다.
글로벌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산업, 중국發 불확실성 걷혔다
박수용 서강대 교수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에 많이 알려지고 산업이 형성된 것이 2017부터니, 벌써 4년 정도가 흘렀다. 지난 시간동안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을 했는데...최근에 업계에서 일어난 사건 중 산업 전반에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하나씩 소개 부탁한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상반기에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지원이라든지, 캐나다의 ETF 승인, 코인베이스 나스닥 상장이라든지 여러 가지 사건이 많았는데 저는 그것 보다는 중국의 암호화폐 규제, 채굴 금지와 거래금지를 꼽고싶다.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 금지 규제가 호재가 아닌가 싶다.
G2인 미국과 중국이 서로 대결하면서 화폐 주권에 관련된 많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의 암호화폐 전면 금지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보면 이 분야에서 중국이라는 불확실성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 미국 규제당국이 블록체인·가상자산에 있어 적극적인 행보를 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물린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비트코인 ETF 승인 가능성을 언급했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청문회에서 미국 정부는 가상화폐를 금지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
개인적으로 10월 달에는 SEC가 비트코인 선물 기반 ETF를 승인할 것 같다. 미국 규제 당국이 허용하는 디지털자산 금융상품이 만들어지는 토대가 된 것이다. 개인과 기관이 디지털자산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제대로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가 가상자산을 규제한 게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황용택 다날핀테크 대표
"코인베이스의 나스닥 상장이 가장 큰 이슈였던 것 같다. 단순히 거래소가 증권시장에 상장됐다는 것 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이전에는 소수였다면, 이제 메인스트림에 있는 사람들이 블록체인·디지털자산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거 같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가입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몇년 동안 블록체인 기반 기업들이 많은 상장 시도가 있을 것 같다. 그 기업들이 잘 되는 모습을 보면서 시장이 더 커질 것 같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디파이는 예치나 대출 같이 1차적인 금융서비스로 시작했다. 그런데 올해는 좀 더 금융 공학적인 발전이 있었다. 앞으로 가상자산 기반의 전혀 다른 금융 시스템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입증하는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는 게 올해 굉장히 중요한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또 그동안 가스비(블록체인 수수료) 같이 블록체인을 사용하려면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레이어2 솔루션들이 많이 발전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특히 탈중앙화 거래소 DYDX가 스타크웨어의 레이어2 솔루션을 써서 확장성을 크게 높인 것을 포함해 그동안 말로만 했던 레이어2가 이제 실현되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중요한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김균태 해시드 파트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두 가지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탈중앙화 금융과 탈중앙화 거래소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최근 중국 정부에서 암호화폐를 금지했을 때 DYDX라는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일간 거래량이 2조원을 돌파한 적 있다.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넘어서는 것이다. 탈중앙화 거래소가 중앙화된 정부의 검열을 피해서 더 많은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실해 보여준 사건이었다.
두 번째는 NFT다. 올해 초에 예술가들이 NFT를 가상세계에서 발행하고 한정된 NFT를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서 발행하기 시작한 것을 필두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NFT에 쏠리고 있다.
이더리움 위에서 발행된 크립토펑크라는 NFT는 총 1만개 한정으로 발행됐다. 가장 싼 크립토펑크가 현재 가격 기준으로 5억원 정도다. 사람들이 NFT를 단순히 투기 자산으로 사는 것 같지 않다. 크립토펑크라는 NFT를 소유함으로써 내가 폐쇄돼 있는 커뮤니티에 소속된다는 게 가치를 주는 것 같다.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는 게 큰 매력이 되는 것 같다.
NFT가 발전하면서 필리핀에서 실직률 17%까지 치솟았을 때 엑시인피니티라는 블록체인 게임을 통해서 사람들이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이라는 게임 콘셉트를 새롭게 배우고 쓰게 되는 현상도 생겼다. 재미있는 점은 엑시인피니티에서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 처음에 엑시가 필요한데, 그 금액을 학자금 대출하듯 장학금으로 대출을 해주고 게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공유하자는 프로젝트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실물세계가 가상세계와 이어지는 일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가 블록체인·디지털자산 강국이 되려면?
박수용 서강대 교수
"올해 새로운 변화가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세상이 바뀌어 가고 있는데, 여전히 정부 시선은 곱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자산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지 그 논리가 무엇인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는지도 의견 부탁드린다.
김균태 해시드 파트너
"한국에서 사실상 ICO를 금지하고 있으니 많은 스타트업들이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탈블'했다. 블록체인 사업을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일반 스타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한 곳이 굉장히 많다. 현재 남아있는 블록체인 회사가 너무 적다. 블록체인에 NFT, 디파이, 결제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이 많은 분야를 통틀어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회사 수가 적어졌다. 블록체인 회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
이 것은 전 세계적 큰 흐름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웹3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데이터를 활용해서 누구든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게 큰 흐름이다.
이런 흐름에 우리도 같이 편승을 해야 하는데, 한국이 갈라파고스처럼 우리만의 규제가지고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디파이, NFT를 만들어내면 결국 글로벌한 이 흐름에 끼지 못하고 우리나라만의 이상한 형태의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규제 불확실성 안에서 사업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로 진출하겠다는 회사들이 많다. 한국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블록체인과 NFT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블록체인 사업 육성하되, 암호화폐는 육성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발언이 굉장히 답답했다. 블록체인에 암호화폐가 들어가 있지 않은 형태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지 해답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자연스럽게 결합시키고 있다. 일단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잘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다음에 너무 규제만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행성, 환금성에 대한 이슈만 부각하다보면 블록체인과 메타버스의 결합됐을 때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업계 목소리를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현재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가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 프로젝트들을 상장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 상장 기준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사실 업비트에 상장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업비트 회원이 850만 명이라고 하는데, 그 자본이 해외 블록체인 스타트업만 돌지 않도록 해야한다. 한국 스타트업이 국내 거래소에 많이 상장돼서 그 자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황용택 페이코인 대표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은 발행·거래·사용 등 3가지 시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모든 규제나 법제도가 다 거래에 대한 부분만 다뤄지고 있다. 발행에 대한 것은 없다. 어떤 암호화폐는 발행을 허용할 것인지 기준이 없다. 그러다 보니 어쩔수 없이 다들 싱가포르, 스위스에 가서 발행하고 그나라에 세금을 내고 있다. 가상자산 사용에 대해서도 어떻게 규제할지도 없기 때문에 사업하면서도 굉장히 불안하다.
벤처 지정 업종에 제외된 다섯가지 업종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블록체인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보지도 않고 제외해 놨다. 나머지 4가지는 사행성 사업들이다. 그것들과 블록체인을 같이 보고 있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는 규제하고 어떤 것은 지원을 할지 명확해져야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사업할 수 있다. 차라리 블록체인 기업에 뭔가 가이드라인이라도 주고 사업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자금과 사람 모여야 산업이 발전한다. 국내 상황은 블록체인으로 자금이 못들어오게 모든 것을 막아놓은 상황이다. 기관 투자자도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하는 데 굉장히 주저한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업이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ICO인데, ICO도 막아놨다.
돈이 모이지 않고 사람이 모이지 않는데 블록체인 산업이 커지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두 가지 문제가 어떤 형식으로든 해결되어야 한다.
블록체인·디지털자산은 지금까지 없었던 산업이다.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기존 규제의 잣대로 맞추려고 하면 이 산업을 제대로 보장할 수 없다. 지금은 일부 핀셋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정부의 무관심이 당분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 가상자산 규모가 2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런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디지털자산은 글로벌 단일 산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산업을 외면하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2013년부터 블록체인 사업했다. 기업을 하면서 사업에 필요한 노력을 했다기 보다 정부의 정책과 환경과 싸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방향을 잡지 않으면 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가 블록체인·가상자산 생태계를 생성하는 데 실패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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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용 서강대 교수
"모두 전향적으로 규제를 개선하고 불확실성 없애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모두에게 균등하게 온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미 블록체인·디지털자산의 미래는 와 있는데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르다. 그렇다고 이것이 안 온 것은 아니다. 흐름이 오고 있는데 우리가 외면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같이 개척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