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은 투기라는 편견깨야 미래산업이 보인다

디지털경제 핵심인프라 '디지털자산' 어떻게 키울 것인가(상)

컴퓨팅입력 :2021/09/29 14:41    수정: 2021/10/05 17:07

경제 활동의 중심 축이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블록체인과 디지털자산이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참여자 간 신뢰 확보는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한 필수 요건인 만큼, 디지털 경제에 신뢰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블록체인·디지털자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산업은 중요한 전환기를 맞았다. 특금법이 산업 진입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되면 산업 전반이 건전화될 것이란 기대와 아직 태동기에 있는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한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블록체인·디지털자산 산업을 디지털경제로 전환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균형있는 규제와 육성 방안이 무엇인지 진단하고자 이번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디지털자산은 투기라는 편견깨야 미래산업이 보인다(상)

기득권적 사고에 발목잡힌 디지털자산 산업(중)

디지털자산, 국가 대표 산업으로 키우자(하)


한 대체불가토큰(NFT) 스타트업은 최근 '신용카드로 결제하기' 기능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결제대행사(PG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PG사로부터 금융 당국의 경고를 받고 내린 결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블록체인 주의기업'이 금융 활동을 하면 서비스를 허용해준 금융사가 감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례를 전해들은 NFT 분야 창업기업들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NFT는 새로운 콘텐츠 시장을 여는 기술인데 블록체인 기업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처우를 감수해야 한다는 게 어느시대 발생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자산을 다루는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금융 당국의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 디지털자산은 실체없는 투기라고 보고 관련 기업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금융 당국의 부정적인 시각은 금융사에 전이돼, 블록체인 기업에 실질적인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들이 부당한 처우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최근들어 생긴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 첫 코인 열풍이 분 2017년부터 블록체인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인 은행계좌가 강제해지 되거나 개설 자체가 거부됐다는 사례는 너무도 많다.

디지털자산이 불러온 혁신적인 변화...콘텐츠·금융 산업 확 바뀐다

세계 디지털자산 산업은 블록체인 탈중앙화 기술을 변주해가며 진화를 거듭해나가고 있다. '투기'라는 프레임만 가지고 산업을 들여다 봐선 보이지 않을 혁신적인 변화들이다.

그중 NFT와 디파이는 기존 산업에 상당한 파급을 미칠 만한 혁신성을 띠고 있으면서,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만 하다.

NFT가 혁신적인 이유는 그동안 제대로 가치를 인정 받기 어려웠던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준다는 데 있다.

NFT는 고유한 일련번호를 가지고 있는 블록체인 토큰의 한 종류로 사진·영상·쿠폰·마일리지 등 다양한 디지털 파일과 결합할 수 있다. NFT와 결합된 디지털 파일은 일련번호가 존재해 원본임을 확인할 수 있고,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블록체인을 통해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다.  그동안 디지털 파일은 쉽게 카피 가능하고 원본과 카피본을 구분할 수 없다는 맹점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웠는데, NFT의 등장으로 이런 문제가 한번에 해결됐다.

미국프로농구(NBA) 하이라이트 경기를 NFT로 만들어 판매하는 NBA탑샷은 확실한 NFT 플랫폼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NBA탑샷에 새 NFT 카드팩이 공개되면 수 분 안에 매진돼, 대기자들도 구매에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NBA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NFT는 40만 달러(약 4억6천만원)에 판매돼 최고가 거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NBA경기 하이라이트 장면을 NFT로 만들어 판매하는 NBA탑샷

글로벌 결제 업체 비자의 크립토 총괄 카이 셰필드 부사장은 NFT의 등장을 놓고 "출처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원본임을 검증할 수 있고, 소유권을 추적할 수 있으며 토큰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새로운 파일 형식이 생긴 것"이라며 그 혁신성을 강조했다.

그는 "NFT는 디지털 상품이기 때문에 상품을 만들 공장도 먼 거리를 배송할 필요 없이 단지 디지털지갑 주소로 토큰을 전송하기만 하면 거래가 완료된다"며 "앞으로 온라인 거래를 하듯이 NFT를 굉장히 보편적으로 사용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실제 'NFT 콘텐츠 거래 시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천370만 달러에 불과했던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디파이(DeFi)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탈중앙화된 금융 서비스를 포괄하는 용어다. 암호화폐로 예금·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은행과 비슷해 보이지만, 스마트컨트랙트라 불리는 컴퓨터 코드에 따라 예금·대출 모델이 자동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중앙화된 금융기관이 필요 없다는 차이가 있다.

예치금에 대한 이자 수익이 은행 보다 훨씬 높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점이다. 은행은 대출이 부실하더라도 고객 예치금을 돌려줄 수 있도록 준비금을 보유할 법적 의무가 있지만, 디파이는 준비금 보유를 요구받지 않기 때문에 보다 공격적으로 대출을 수행하고 그에 따른 이자 수익을 예금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디파이는 높은 이자율을 내세워 예치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디파이 통계 사이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현재 디파이 서비스에 예치된 금액은 총 800억 달러(약 94조원)에 이른다. 전통 금융을 위협하는 대안적 금융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이달 초 게재한 '크립토뱅크(암호화폐 기반 은행)과 탈중앙화된 금융에 대한 설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암호화폐가 사람들이 빌리고 저축하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으며, 디지털화폐 혁명이 이제 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도는 또 "미국 성인 10명 중 1명은 당좌계좌를 보유하지 못했고, 4명 중 1명은 제도권 은행에서 대출 등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태다"라는 점을 지적하며, "암호화폐 기반 금융이 기존 기관에서 오랫동안 배제된 사람들에게 신용평가 없이 빠르고 저렴하게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디지털자산 업계 목소리를 전했다.

이더리움 디파이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기업들 (이미지=더블록)

디지털자산, 디지털경제 인프라로 바라봐야

더 나아가 디지털자산이 블록체인 기술과 함께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란 기대도 높다. 기존 인터넷 네트워크만으로는 디지털 경제를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디지털자산과 블록체인이 잃어버린 퍼즐을 채워줄 기술이라는 평가다.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는 디지털자산 서비스는 스마트계약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규칙대로 거래를 수행한다. 또 공개된 원장을 통해 거래에 오류가 없다는 사실을 쉽게 검증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디지털 경제는 상호 신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모든 종류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어야 완전히 작동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필요 없어지는 거래 환경을 만들어주는 디지털자산이 디지털 경제 인프라로 적격인 셈이다.

디지털 경제가 열리면 디지털 상품을 만드는 기본 포맷은 원본 확인이 가능한 NFT가 될 것이며, 국경·국적에 구애받지 않는 지불결제 방식으로 암호화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암호화폐가 널리 쓰이게 되면 암호화폐 기반 금융도 고도화 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산업계는 이미 이런 미래가 가까워 오고 있다고 보고 준비 중이다.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스퀘어, 페이스북까지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가 디지털 대전환 프로젝트인 '한국판 디지털뉴딜'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 분야 신사업을 육성해 디지털 경제 시대 강자로 거듭나는 것이 핵심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디지털경제 시대에 핵심 인프라가 될 잠재력이 충분한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는 육성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디지털자산의 일면인 투기적 요소로 인한 이용자 피해 가능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이다.

이제라도 디지털자산 산업의 잠재력을 살펴보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부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인터넷도 초기 단계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지만 결국 지금과 같이 발전한 것이다. 신기술과 산업은 모두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육성할 부분을 살리고 관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컨트롤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세계의 부(富)는 물리적 세계와 다른 차원으로 생성될 것"이라며 "정부 당국이 신산업에 대해 책임을 피하고만 하지 말고, 잘 모른다면 배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 싣는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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