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은 정치‧관료에 의존하며, 잘못의 책임은 정부에 묻는 의사"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 "의사 등 의료인이 주체가 돼서 의료제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헬스케어입력 :2021/09/27 07:45

“의사들이 주체가 되서 환자의 불신을 해소하고, 올바른 의료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최근 한국보건의료포럼(이하 KH포럼) 출범식에서 ‘한국보건의료의 미래’를 주제로 한 특강을 통해 의료인이 의료정책 문제의 해결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의사와 환자 관계가 좋지 않은데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문을 열며 “현재의 행위별수가는 의사와 환자의 불신을 극대화한다. 국가가 급여 여부와 의료행위의 횟수 등을 산정하는데 세세한 제도일수록 (국가의) 개입이 커지고, 의사의 자율성은 떨어진다. 우리나라 수가는 특히 세세해서 충돌이 극대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의사의 자율성을 늘리기 위해 제도개선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의료상황의 문제점에 대해 “한국은 이상하게 의원이 많다. 의료전달체계는 (의료기관간) 협조가 안 돼 생존하려면 의료기기 등을 병원처럼 설비를 다 갖춰야 해 (개원에) 돈도 많이 든다”라며 “반면 병원은 의원화되고 있다. 빅5에 단순한 고혈압 안보는 병원이 있나. 의사의 90%는 전문의인데 다들 개원해 병원은 전문의를 구하기 어렵다. 때문에 의료의 질, 환자안전, 업무강도 등이 20년째 시정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OECD 통계상 한국의 의사수가 거의 꼴등이다. 병상당 의사수로 가면 전세계에서 볼 수 없는 환경이다. 전문과목별 수급도 불균형하고, 세부전문의는 과잉 생산되지만 전문의는 (개원으로) ‘일반의’화 돼 직문만족도가 떨어진다. 간호사도 수는 많지만 활동간호사는 부족하다. 여기에 병원의 의사부족으로 PA, 전문간호사 등으로 의사와 대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지역 거점이 되는 병원은 많지 않고, 자본금이 적으면서 수요가 많은 요양병원이 팽창해 사무장병원을 양성하고 있으며, 작은 제약사와 한품목만 파는 유통사, 작은 요양병원 이런 (부정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환자의 신뢰 회복과 올바른 의료제도 형성을 위해 의사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국민들이 올바른 의료이용을 하는데 의사들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의료인)들은 정치‧관료권력과 의료자본의 이중적 지배하에 있다. 하지만 정부는 조정이나 장려보다 개입방식이며, 제도뿐 아니라 의료행위에도 개입한다. 의료자본도 검사를 늘려라 등 의료행위에 개입하고 있지만 의료인은 여기에 저항하지 않는다”며 “특히 모든 결정을 정치‧관료 로비에 의존하는 동시에 모든 잘못의 책임을 정부에 미루기도 한다. 하지만 임상적(진료)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자본의 잘못은 드러나지 않고, 지배가 보이지 않는 환자들은 모든 의심과 원망을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에게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향후 의료비는 크게 증가할 것이다. 고령화로 수요가 증가하고, 환자들은 고급의료를 원하며, 신의료기술, 1바이알에 25억원짜리 약제 등 고가 치료제도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병원도 쓸 만한 시설을 갖춰야 하고 노동단가도 올라가 자본투자가 새로 들어가야 한다”라며 “이러한 부분이 의료비 구성에서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에 (정부는) 의료비를 줄이는 노력을 진행할 것이다. 결국은 의사가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민들이 올바른 의료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어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정부가 할 수 있을까. 진료와 처방 규제를 정부가 의사에게 할 짓인가. 또 의사사회 내부의 다툼을 해결해달라고 관료에 매달릴 일인가. 환자와 불신이 쌓이는데 수가인상으로 해결이 가능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의사들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보건의료 전문직은 한국 의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다. 특히 의사들이 한국의 의료전문주의를 제대로 구축하고 의료제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주체가 돼야하고, 이런 흐름을 만드는 움직임이 시작돼야 한다”하며 “의사(의료인)는 권력‧자본과 환자 사이에 끼어있지만 반대로 문제를 풀어갈 핵심적인 위치에 있기도 하다. 때문에 노력해서 파워풀(powerful)해지면 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