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배터리 분사 완료…주주가치·IPO 전 자금 조달은 숙제

2대주주 국민연금, 소액주주 분사 반대…시장은 투자 여력 확대하고 주주가치 제고 전망

디지털경제입력 :2021/09/17 16:25    수정: 2021/09/17 16:39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부분 분사 결정을 확정했다. 애초 소액주주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발이 있던 터라 분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업계 관측을 깨고 비교적 무난하게 분사 절차가 완료됐다. 다만 주주가치 훼손 등 분사에 반대 목소리도 높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향후 경영 전략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6일 SK이노베이션 임시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사업(E&P)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이 통과했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배터리와 석유개발사업, 두 신설법인 분할 안건은 80.2% 찬성률로 통과됐다.

분사안이 주총을 통과함에 따라 다음 달 1일 SK배터리(가칭)와 SK E&P(가칭)는 정식 출범한다. 이번 분할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법인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갖게 되며,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과 채무 등도 각각 새로 생기는 회사로 이전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이번 분할을 놓고 소액주주들과 국민연금의 반발이 있음에도 분할이 진행된 만큼 앞으로 사업 성장성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점에서 SK이노베이션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3일 이사회에서 배터리 및 석유개발사업이 가진 경쟁력과 성장성을 올리겠다며 두 사업의 분할을 의결했다. 분사 발표 이후 소액주주들과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사업 분할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배터리 사업부는 분할 후 SK이노베이션 자회사로 편입되지만 기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신설법인 주식을 직접적으로 보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배터리 사업 분할 발표 직후 주가는 8% 가량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국민연금 역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 기관과 기관투자자가 분사에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준 건 사실이지만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반대 이유를 무시할 수많은 없는 노릇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측이 향후 주주가치 제고와 함께 신설법인과 존속법인 사업 역량 확대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음 달 1일 공식 출범하는 SK배터리(가칭)는 내년 중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 여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현재 배터리 사업은 ‘1테라와트+α’ 규모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황이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연간 조 단위의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 수준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해 가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아울러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라잉 카, 로봇 등 새로운 배터리 적용 시장을 확장하고 배터리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BaaS(Battery as a Service) 플랫폼 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의 실행도 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기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시장으로부터 적정한 사업 가치를 평가받아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SK배터리를 두고 시장에서는 내년 중 IPO를 통해 투자 여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김준 총괄 사장은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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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괄 사장은 “SK이노베이션 안에 여러 사업이 묶여 있다 보니까 배터리 사업의 가치 자체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독립법인에서는 성과와 관련된 부분이 명확히 분리될 것이고, 성장과 관련된 로드맵도 명확히 제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시장 인식이 더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괄 사장은 이어 “배터리 자체로도 현금 창출 영역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런 부분들을 시장에 좀 보여주고, 프로그레스로 확인시키면서 적절한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IPO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