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674명의 동료 간호사들을 붙잡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19 발생 이후 병원 떠난 간호사 674명…의료연대, 서울시의 간호인력기준 발표 촉구

헬스케어입력 :2021/09/15 17:27    수정: 2021/09/15 17:31

674는 코로나 19 발생 이후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에서 사직한 간호사들의 숫자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이하 의료연대)는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간호사 674명의 사직서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제출했다.

동료 간호사들의 사직서를 전달한 한 간호사는 “동료 간호사 674명의 사직서를 대신 전달한다. 그들이 사직으로 항의하며 외쳤던 목소리를 남아있는 간호사들이 이어간다”라며 감염병동 간호인력기준에 대한 정부의 답을 촉구했다.

동료 간호사들의 사직서를 전달하며 서울시의 감염병동 간호인력 개선안 발표를 촉구하는 간호사 동료들.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자신이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한다고 소개한 해당 간호사는 ‘사직합니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사직한 674명의 동료간호사를 대신해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작년 1월 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하며 간호사의 현실을 알리고, 대안을 촉구하고, 제발 우리를 만나달라고 호소했던 것 같다”라며 “아무것도 알려진 것 없는 신종 감염병에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간호사들은 공포와 불안감을 이겨내고 환자들 곁을 지켜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간호사들이 너무 많은 수의 환자를 감당해야하는 것,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간호사들이 제대로 일할 수 없고 결국 현장을 떠나게 되는 것, 그러다 보면 결국 남아있는 간호사들의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또 사직이 발생하는 이런 악순환들이 드러났다“며 ”대통령은 ‘간호인력 확충, 근무환경 개선, 처우개선 등 정부는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SNS를 통해 전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보궐선거 당시 ‘호사들이 본인을 울렸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검토하고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하겠다고 약속한다’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매일 매일 사망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내가 조금만 더 이 환자에게 시간을 쓸 수 있었다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되풀이 되고 있다”며 “서울시와의 면담을 위해 9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시청 앞 피켓팅, 기자회견 등을 진행해 지난 8월31일에서야 서울시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지만 면담에서 들은 답변은 복지부에서 간호인력기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니 또다시 기다리라는 충격적인 말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간호사는 “서울시는 ‘감염병동 간호인력기준을 위한 연구용역을 올해 1월 진행했고, 연구 결과가 곧 나올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로 면담을 거절해 왔지만 우리는 최대한 자료를 제공하며 논의에 참여했다. 하지만 2개월을 더 기다리라고 한다”라며 “서울시가 늦장부리는 동안 아픈 환자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간호사들은 병원을 떠나가고 있다.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이렇게 3개병원에서만 총 674명의 간호사가 사직했다.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이 상태로 간호사들이 계속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남겨질 환자들을 생각해봤는지, 무슨 근거로 아직도 상황을 낙관하면서 감염병동 인력기준을 꽁꽁 감춰두고 발표하지 않는 것인지 서울시에 묻고 싶다”라며 “서울시는 지금 당장 감염병동 간호인력기준을 발표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들이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며 인력기준 개선안 발표를 촉구했다.

동료 간호사들의 사직서를 전달하며 서울시의 감염병동 간호인력 개선안 발표를 촉구하는 간호사 동료들.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이와 관련 의료연대는 그동안 간호 인력 부족 문제를 알리면서 감염병동 인력 기준은 당장 시급한 문제이니 빠르게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해왔고, 서울시가 지난 1월 23일 감염병동 인력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발표하자 근무가 끝나고 나서도 따로 모여 간호행위마다 얼마의 시간이 더 소요되는지 일반병동과 비교해 자료 등 최대한 많은 정보와 사례를 가지고 연구용역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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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서울시는 지난 8월31일 진행됐던 의료연대본부와의 면담 자리에서 복지부가 관련 논의를 하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하고 있다며, 발표만 하면 되는 서울시의 안은 발표하지 않으며, 지난 8개월간의 노력과 연구들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마련하고 있는 인력 기준과 실행계획은 2개월이나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연대는 “코로나19 발생한 뒤 1년 8개월 동안 사직한 간호사가 674명(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이다. 보라매병원에 2020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충원된 간호사 수는 단 25명에 불과하다”라며 “모두가 너무나 많은 환자 수를 감당하고 있다는 것에 동감한다고 얘기하면서도 대책은 내놓고 있지 않다. 간호사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아플 때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될까봐 무섭다”며 서울시에 감염병동 간호 인력기준의 발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