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부터 상생 외친 네이버…카카오는 이제부터 시작

네이버 상생 사례 반면교사 될 듯

인터넷입력 :2021/09/15 14:54    수정: 2021/09/16 13:12

지난 2013년 골목상권 침해 비판을 받은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도 똑같은 논란을 빗겨가진 못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플랫폼 독점이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것이다. 네이버처럼 카카오도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움직임에 서둘러 상생방안을 내놓았다. 논란이 되는 일부 사업은 축소하거나 철수하고 파트너 지원과 혁신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고 했다. 

2013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 겪은 네이버…상생 통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017년도부터 별도 조성한 사내 예산으로 만든 분수펀드는 올해 8월 기준으로 만 4년만에 누적 금액 3천200억원을 달성했다.

분수펀드는 네이버가 중소상공인(SME)이나 창작자들의 지속 성장과 성공을 돕기 위해 마련한 예산이다. 대표적으로 소셜 임팩트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꽃'이 있다. SME와 창작자들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전방위로 돕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네이버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 2013년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서비스를 줄줄이 종료한 후, 더이상 사회적 논란이 될만한 서비스는 하지 않고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다. 

2013년 네이버는 부동산 서비스가 기존 부동산 정보 관련 사업자들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비판을 받고 서비스를 축소했다. 또한 맛집 소개 서비스도 스타트업의 영역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종료했다. 이 밖에도 여행 정보 서비스나 레시피 서비스 등도 순차적으로 종료시켰다.

당시 네이버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상생과 공정 등을 지키겠다고 하며 상생자금 출연 계획을 내놓았다. 네이버는 중소상공인 희망재단을 설립하고, 벤처창업에도 기금을 마련한다고 했다.

그 연장선으로 회사 측은 2017년에 분수펀드를 만들었다. 분수펀드는 SME와 창작자들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프로젝트 꽃’의 든든한 기반 역할을 해오고 있다. 네이버 분수펀드는 ▲2017년 609억원 ▲2018년 613억원 ▲2019년 689억원 ▲2020년 861억원으로 지속 확대되고 있다.

네이버는 분수펀드를 바탕으로 파트너들의 교육 공간인 파트너스퀘어를 전국 6개 지역에 설립해 운영했다. 코로나로 인해 300여 건의 교육을 온라인으로 전환해, 8년간 30만 이상의 오프라인 방문과 연간 230만 재생 수를 기록하며 SME의 디지털 확장을 선도하는 데 기여했다. 네이버 파트너스퀘어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디지털 비즈니스 교육 커리큘럼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네이버 비즈니스 스쿨'로의 확장도 앞두고 있다.

분수펀드는 네이버가 데이터 기반으로 사업자와 창작자들의 성장 효과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데도 이바지하고 있다. 네이버는 ▲수수료를 지원하는 스타트제로수수료(올해 8월까지 누적 13.7만 명 대상 총 325억원 지원)와 ▲온라인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성장지원포인트(올해 8월까지 누적 10.5만 건, 총 243억원 지원)에 더해, 올해부터는 SME들이 ▲노무∙재무∙회계 분야의 컨설팅을 네이버 엑스퍼트(eXpert)에게 받을 수 있는 비즈컨설팅포인트 ▲오프라인 SME 대상 네이버주문 수수료 지원 등 스타트올인원 프로그램 등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네이버는 블로그, 밴드, 인플루언서, 지식인 등 네이버의 UGC 생태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들에게 광고 보상 프로그램, 프로모션 지원 등을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마련하고 창작자들의 수익화도 지원하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분수펀드 조성 당시 네이버 직원들의 프로젝트 꽃 가치를 내재화하고자 하는 목표는 4년이 지난 지금, 네이버의 모든 비즈니스 모델과 AI와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에 접목돼 46만 온라인 창업자와 200만에 달하는 오프라인 SME,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네이버와 함께하는 성과를 이뤘다”며 “4년에 걸친 꾸준한 지원이 3천억 원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낸 만큼, 네이버는 앞으로도 국내 최고 수준의 분수펀드를 바탕으로 프로젝트 꽃의 범위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네이버]한성숙대표

상생안 마련한 카카오…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카카오는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 급히 상생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 14일 회사는 택시업계와의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스마트호출을 폐지하고, 택시 기사 대상인 멤버십 요금을 할인하겠다고 했다. 또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있는 꽃 배달 중개 사업 등을 종료시키겠다고도 발표했다. 

그밖에도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기금 5년간 3천억원 조성 계획과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히 살펴보면, 카카오는 앞으로 IT혁신과 이용자들의 후생을 더할 수 있는 영역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며, 골목 상권 논란 사업 등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계열사 정리 및 철수를 검토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제공해온 기업 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다.

이와 동시에 플랫폼 종사자와 소상공인 등 파트너들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상생 기금 3천억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범수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는 미래 교육, 인재 양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전환한다.

케이큐브홀딩스에 근무하고 있는 김 의장의 두 자녀 또한 퇴사한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자녀 승계 논란을 없애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들은 빠른 시일 내에 합의된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실행할 계획이다.

김범수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본질에 맞게 카카오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반드시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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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디넷코리아)

업계에서는 카카오도 네이버를 반면교사 삼아 상생 키워드를 강조하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적극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매번 이슈가 될 수 밖에 없고, 국내 시장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시장을 키워 나가기 위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