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8일(이하 현지시간) EU(유럽연합) 경쟁총국에 ARM 인수 심사를 신청했다. 유럽 권역에서는 영국에 이어 두 번째다.
EU 경쟁총국은 잠정 심사 기한을 오는 10월 13일로 공지했다. 그러나 EU 경쟁총국이 이후에도 심층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각국 경쟁당국 인수 심사를 내년 3월까지 마치려 했던 엔비디아의 계획도 어긋날 가능성이 커졌다.
■ 엔비디아 "두 회사 사업은 상호보완적"
엔비디아는 8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경쟁총국에 ARM 인수 관련 심사를 신청했다.
엔비디아는 EU 경쟁총국에 제출한 자료에서 "엔비디아는 그래픽 칩셋과 네트워크 연결을 위한 솔루션을 시장에 제공한다. 또 ARM은 컴퓨팅 플랫폼이나 프로세서를 공급하지 않으며 모바일 기기나 데이터센터, 자동차, PC, 사물인터넷을 위한 IP(지적재산권)를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또 "두 회사의 사업은 반도체 가치 사슬에서 서로 다른 계층을 상호 보완하는 관계에 있으며 경쟁하지 않는다. 엔비디아와 ARM 결합은 AI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보다 경쟁력 있고 창의적인 사업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잠정 심사 기한 10월 13일까지 명시...연장 가능성 커
EU의 기업 결합 심사는 25일간 사전 심사 후 문제가 없으면 통과된다. EU 경쟁총국도 웹사이트를 통해 잠정 심사 기한을 오는 10월 13일까지로 명시했다. 그러나 25일간 진행되는 심사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달 29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의 ARM 인수 건은 사전 심사에 더해 90일간 심층 조사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수 이후에도 경쟁 회사가 ARM의 IP에 공정하게 접근하도록 하겠다'는 엔비디아의 주장이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 때문에 EU 경쟁총국의 최종 심사 결과는 일러도 내년에나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 브렉시트로 유럽 권역에서만 두 번 심사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도 엔비디아 ARM 인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영국이 EU를 탈퇴하지 않았다면 EU 경쟁총국의 심사만 통과하는 것으로 모든 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2020년 1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며 엔비디아는 동일 권역에서 기업 결합심사를 두 번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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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반기지 않는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이미 지난 달 말 "이번 인수가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해치고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심층 심사 단계에 들어갈 것을 선언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지난 2월부터 진행한 기업결합심사 결과를 다음 달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퀄컴과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테슬라, 아마존 등 ARM 코어텍스(Cortex) IP로 자체 프로세서를 만드는 주요 기업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