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지난 해 9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400억 달러(약 47조 3천억원) 규모 ARM 인수에 대해 영국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영국 경쟁당국인 경쟁시장청(CMA)이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경쟁사들이 ARM의 기술에 접근할 수 없도록 가로막아 공정경쟁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밝히고 최장 24주간 진행되는 2단계 심층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경쟁시장청의 2단계 심층조사 결과 이번 인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인수를 불허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 상무부는 뚜렷한 이유 없이 인수 심사를 지연시키고 있고 지난 해 6월 ARM차이나가 해임한 알렌 우 전임 대표와 분쟁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심사 일정이 지연되면서 내년 3월로 예상되었던 인수절차 완료 시한도 미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심사 과정에서 일부 지연이 있지만 결국은 성사될 것"이라고 밝혔다.
■ 영국 경쟁시장청 "엔비디아 ARM 인수, 문제 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공정경쟁 문제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시장청은 "ARM의 IP(지적재산권)는 엔비디아 경쟁사가 여러 반도체와 관련 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이번 인수가 완료된다면 경쟁사가 이에 접근할 수 없어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쟁이 사라지면 데이터센터, 게이밍,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의 혁신을 가로막는다. 기업과 소비자는 결국 더 비싼 제품, 혹은 더 나쁜 제품을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경쟁시장청, 최대 24주간 심층조사 예정
경쟁시장청은 엔비디아가 '행태적 시정조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ARM 인수는 그대로 진행하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할 수 없다는 단서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쟁시장청은 "이런 보완책으로는 우려를 불식할 수 없다"며 '2단계 심층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경쟁시장청이 올해 3월 발간한 '영국 기업 합병 가이드'에 따르면, 2단계 심층조사는 최대 24주(6개월)간 진행되며 기업간 인수·합병 결과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실질적 경쟁 감소'(SLC)를 불러오는지 확인한다.
만약 '실질적 경쟁 감소'가 예상된다면, 경쟁시장청은 기존 사업 일부 매각 뿐만 아니라 엔비디아에 최악의 시나리오인 '인수 불허' 등 다양한 조치에 나설 수 있다.
■ "중국 정부, 인수 심사 시작도 안 한 상황"
중국 정부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를 반기지 않는다.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7월 말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 심사를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의 기업 결합 심사는 3단계에 걸쳐 진행되며 최대 6개월이 걸린다. 오는 9월 초에 심사를 시작한다 해도 올해 안에 마무리되기는 어렵다. 중국 정부가 왜 심사를 미루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인수 심사 이외에 남은 문제는 또 있다. ARM IP를 중국 기업에 판매하는 합자 회사인 ARM 차이나다.
ARM 차이나는 지난 해 6월 앨런 우 대표가 중국 현지 기업을 지원하는 펀드를 별도 조성한 데 대한 이해 상충으로 그의 해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앨런 우는 여전히 이사회의 해임 결정에 불복해 반발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앨런 우에 우호적인 소액주주도 해임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 엔비디아 "조금 늦어도 인수는 결국 성사될 것"
엔비디아는 지난 해 9월 ARM 인수 공식 발표 당시 18개월 안에 인수 절차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젠슨 황 CEO는 지난 1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예정된 시한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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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날 2분기 실적발표에서 콜렛 크레스 엔비디아 CFO는 "ARM 라이선스 업체가 인수를 우려하거나 반대하고 있으며 경쟁당국 심사가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지만 인수는 성사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또 "각국 경쟁당국은 이번 인수가 ARM은 물론 이를 라이선스하는 업체, 또 업계 전체에 가져다 줄 이득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