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이 코로나19 백신 최초로 공식 허가를 받으면서 후발 주자인 국내 백신이 더 치열한 시장 경쟁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3일(현지시각) 화이자-바이오앤텍 코로나19 백신(개발명 BNT162b2)을 정식승인(BLA)했다. 이는 화이자 측이 팬데믹 상황에 한해 사용 가능한 긴급사용승인(EUA)보다 기간 제한없이 도입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24일 “FDA의 정식승인은 백신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검증이 끝났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화이자 백신은 후속 진입 백신의 긴급사용승인(EUA)을 제한하는 독점 효과를 갖게 된다. 정 원장은 “유럽의약품청(EMA)보다 FDA의 규제 허들이 높고, FDA의 결정이 대다수 국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화이자 백신에 대한 외국 규제기관의 품목허가 승인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 개발 과정에는 ‘최초’란 말이 여러 번 붙는다. 화이자는 지난해 3월 17일 독일기업인 바이오앤테크(BioNTech)와 mRNA 백신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9개월여가 지난 같은 해 12월 2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화이자 백신을 긴급사용승인했다.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 승인이었다. 9일 후인 그해 12월 11일 FDA도 해당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올해 5월 7일 화이자 측은 FDA에 정식 승인을 신청, 넉 달여 만에 정식 승인으로 이어졌다. 이전까지 백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 10여년 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백신 개발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빠른 속도였다.
현존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가장 높은 95.0%의 감염예방효과에 힘입어 7월 2일 기준 화이자 백신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97개국에서 긴급사용허가를 받아 예방접종에 활용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3월 5일 화이자 백신에 품목허가 결정했다.
정윤택 원장은 “앞으로 화이자 측은 위탁생산 확대를 통한 추가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대량 생산은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백신 접근권이 낮았던 국가의 백신 구매 부담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게 정 원장의 전망이다.
■ 외산 백신 틈바구니서 韓백신 전략적 해외시장 ‘노크’ 필요
화이자 백신을 필두로 외산 백신의 글로벌 시장 독점은 백신 산업의 측면에서 우리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해외 기업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산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야한다”며 국산 백신 개발을 독려한 바 있다.
국내 백신 개발 선두는 SK바이오사이언스다. 회사의 ‘GBP510’ 백신은 이달 10일 식약처로부터 3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개발 완료 목표는 내년 상반기다. 이밖에도 ▲유바이오로직스 ▲HK이노엔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큐라티스 ▲셀리드 등이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아쉬운 점은 국산 백신 개발 목표는 전 국민 접종과 부스터샷 등 시급히 요구되는 백신 물량의 원활한 공급에만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백신 자국화에 따른 내수용 물량 확보가 충분해지면 장기적으로 수출 등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이어져야 국내 제조사의 제2, 제3의 차세대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 이러한 해외시장 ‘노크’는 이른바 ‘백신 외교’의 관점에서도 요구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 겸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당장은 품질의 우수한 제품이 개발되도록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개발 이후 세계적인 방역 상황과 개발 동향을 검토하면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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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택 원장은 세계보건기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WHO Pre-Qualification)를 통한 백신 대외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산 백신이 개발돼도 FDA 및 EMA 승인 취득은 쉽지 않다”며 “WHO PQ를 선제적으로 추진 후 백신이 시급히 필요한 제3국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 이를 토대로 차차 미국·유럽 쪽의 허가를 받아 국산 백신을 세계 시장에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