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인앱결제법' 저지 美정부 로비 통할까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개입할 경우엔 자기 정책 부정" 모순 발생

데스크 칼럼입력 :2021/08/25 09:58    수정: 2021/08/26 09:2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앱결제 강제금지’ 조항이 포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문턱만 넘게 되면 한국은 세계 최초로 특정 인앱결제 시스템 강제 사용을 막는 법을 시행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애플과 구글이 한국 국회의 법 통과 저지를 위해 미국 정부에 대대적인 막판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린다. 이 같은 사실은 뉴욕타임스가 보도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인터넷연맹은 지난 7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미국과 한국 간의 무역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산업협의회란 무역단체는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한미 무역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미국 씨넷)

두 단체 모두 애플과 구글의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산업협의회는 애플과 구글이 창립 멤버로 참여한 단체다.

■ 구글·애플, 한미 무역협정 위반 논리로 인앱결제법 저지 총력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포함된 인앱결제 강제금지 조항은 사실상 애플과 구글이 타깃이다. 애플, 구글은 이런 점을 집중 부각시키면서 한미무역협정 위반을 거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로비가 잘 먹힐지는 의문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불이익을 가한다는 명분으로 한국을 압박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의 텃밭인 미국은 올 들어 IT 기업들의 시장 독점 행위 규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구글, 애플 등이 독점하고 있는 앱 마켓의 불공정 관행도 핵심 타깃 중 하나다.

미국 상원에서는 이미 인앱결제 강제 금지에 초점을 맞춘 ‘오픈 앱마켓법’이 발의된 상태다. 이 법은 민주당의 리처드 블루멘설 의원과 공화당의 마샤 블랙번이 공동 발의했다. 여기에 상원 반독점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까지 가세했다. 사실상 양당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법이다.

팀 스위니 에픽 CEO와 팀 쿡 애플 CEO. 앱스토어 소송 때 둘은 증인으로 출석해 공방을 벌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국 정부가 선뜻 행동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그럴 경우 미국 정부와 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거대 IT 기업 규제 행보를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기사도 이런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정보통신산업협의회는 지난 해 10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 연례보고서에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한미 무역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내용을 포함시킴으로써 한국 정부를 우회 압박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USTR은 이런 명시적인 문구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신  “한국의 법이 요구하는 사항은 특히 미국 사업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표준적인 미국 비즈니스 모델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또 미국 정부 관리들 역시 한국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자국 기업 보호를 내세워 압박할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 미국 정부도 앱스토어 제재 착수…한미 무역 거론 명분 별로 없어 

애플과 구글은 로비 능력이 미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강력한 기업들이다. 동맹국인 한국에서 불이익을 당할 경우 미국 정부를 어렵지 않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자들이다.

하지만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문제로 미국 정부를 움직이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내에서 조차 이 문제는 핵심 규제 대상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시행될 경우 디지털 상품 구매 과정이 훨씬 복잡해질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사기를 당하거나 개인정보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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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부분 역시 최근 끝난 애플과 에픽 간의 소송에서 여러 차례 거론된 내용이다. 두 회사를 제외한 미국의 대부분 기업들은 애플의 이런 논리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한 애플과 구글의 전방위 로비는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그다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