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금지하는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이 최종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다. 국회에서 법사위와 본회의 처리를 8월로 예고하고 있어 9부 능선을 넘은 상황이다.
인앱결제 문제는 세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해법을 찾아가는 속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편이다. 일각에서는 아직 해외에서 법 제개정이 완결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우려하지만,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앱마켓 규율 모형을 만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앱마켓 시장의 독점 구조는 이미 10여 년도 더 이어져 오고 있고, 잠재돼 있던 문제가 최근 급격하게 불거진 것일 뿐이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빠르지만, 오래 곪아 온 문제임을 생각하면 결코 빠른 것도 아니다.
구글과 애플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게임 콘텐츠 사업자인 에픽게임즈가 앱 마켓사업자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동시에 여러 소비자 집단 소송이 제기됐고, 최근에는 미국 37개 주정부 합동으로 제소가 이뤄졌다. 주정부 차원에서의 법 제정을 통한 대응도 이뤄지고 있다. 애리조나 주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은 하원을 통과하기도 했다.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에서의 조사와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법안은 1년여 간 숙고의 기간을 거치고 지난 달 20일 과방위 안건조정위까지 거쳐 최종 확정됐다. 국내에서 인앱결제 이슈는 작년 7월 양대 앱 마켓사업자 중 하나인 구글이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자사 인앱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정책 변경을 예고하면서 불거졌고, 조속한 대응을 요구하는 학계와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다. 디지털 산업, 특히 콘텐츠 업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절박한 호소에 국회가 움직인 것이다. 이들 법안 중 6개가 최종 대안으로 수렴됐다.
구글갑질방지법은 앱 마켓사업자가 앱 개발사들에게 자사의 인앱결제 시스템 사용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미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앱 마켓사업자를 ‘부가통신역무를 제공하는 사업 중 모바일콘텐츠 등을 등록·판매하고 이용자가 모바일 콘텐츠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을 하는 자’로 정의하는 조항을 추가한 바 있어 앱 마켓사업자에 대한 규제 기반도 마련돼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앱 마켓사업자가 특정한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정한 데 더해, 앱 마켓사업자가 앱 개발사의 등록을 부당하게 방해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등의 행위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규제 책임은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전문규제기관인 방통위가 맡게 된다.
결정적인 문제가 되는,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는 앱 마켓사업자의 행위 외에도 다른 유형의 불공정 행위까지 금지행위로 포함된 것은 앱 마켓사업자가 우회적으로 앱 개발사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들을 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실질적인 규제 효과를 거두기 위한 포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앱 마켓사업자들은 앱마켓에 등록 또는 업데이트를 요청하는 앱들을 심사하고, 등록을 거부하거나 삭제할 권한을 갖고 있다. 각 모바일OS 시장에서 지배적인 두 앱 마켓사업자인 구글과 애플 외 유효한 대안 앱마켓이 없는 상황에서, 앱 등록과 관리의 권한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지난 4월 미국 상원에서의 청문회에서는 앱 마켓사업자들이 앱마켓 시장 독점 구조를 고착화하거나, 자사 제품을 위해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민감한 이용자 데이터를 넘기도록 하는 데 앱마켓을 통제하는 권한을 이용했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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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한 인앱결제 강제화 문제의 해결은 특히 시의성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일 수 있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 적용일인 10월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구글은 신청하는 앱 개발사에 한해 내년 4월까지 정책 적용을 유예해 준다고 하는데, 구글의 일방적 정책 변경으로 인해 기존의 앱을 뜯어고쳐야 하는 앱 개발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구글의 ‘호의’를 받아들여야 하는 꼴이다. 법안이 8월 안에 조속히 처리돼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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