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앱결제는 왜 전기통신사업법으로 다뤄야 할까

[이슈진단+] 전기통신사업법 앱마켓 규제 필요성

방송/통신입력 :2021/08/08 14:32    수정: 2021/08/20 16:27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국회 통과가 8부 능선을 넘어섰다. 앱마켓은 특별 시장영역인 만큼 특별법인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결론을 짓고. 상임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논의 만을 남겨두고 있다.

구글이 앱마켓 결제수단 시장을 완전 독점화하고, 디지털콘텐츠 생태계에 일괄적인 수수료 인상을 시도하면서 빚어진 논의 과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자국인 미국에서도 여러 주의 하원에서 ICT 특별법으로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법을 두고 규제 당사자인 구글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대 목소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구글은 입법 절차에 따라 새로운 결제수단 정책을 내놓으면서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또 공정위는 중복규제라며 관할 다툼 논리를 내세우면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일부 조항이라도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디지털콘텐츠 창작자들이 주시하고 있는 인앱결제법의 국회 통과에는 결국 공정위가 요구하는 관할 다툼 이견만 걸림돌로 남은 셈이다. 하지만 일반 경쟁법에 따른 중복 규제 주장에도 앱마켓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특별법인 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한 전반적인 규제의 필요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 과방위 거친 인앱결제법은 어떻게 구성됐나

구글의 앱마켓 결제수단 독점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국회 과방위다. 지난해 여름 글로벌 ICT 업계에 구글의 결제수단 정책 변경에 대한 분위기가 감지된 뒤 국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추경 논의가 한창일 때 과방위 소속 국회의원 중심으로 이에 대한 입법 대응 논의를 시작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7건을 내놓았고, 상임위 내에서는 물론 국회 안팎을 가리지 않고 공청회와 세미나가 이어졌다. 구글의 행위로 직접적인 매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디지털콘텐츠 창작자 사이에서도 수많은 논의가 이어졌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 국민의힘 의원 3명, 무소속 의원 1명이 각각 발의한 법안은 통합대안으로 다뤄졌고, 사업법 제50조제1항 제9호부터 제13호까지 관련 내용을 신설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사업법 50조는 앱마켓 사업자의 금지행위를 다루는 내용이다. 입법을 촉발시킨 가장 핵심이 된 부분은 9호에 담았다.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다.

또 모바일콘텐츠를 다른 앱마켓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심사 부당 지연과 삭제 행위, 그밖에 차별적 조건 제한 부과 행위 등을 금지행위로 삼았다.

금지행위 외에도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앱마켓 실태조사 근거를 마련했고, 앱 마켓에서 일어나는 각종 이용자 분쟁을 통신분쟁조정 조정 대상으로 삼는 안도 포함됐다.


■ 앱마켓 규제 반대하던 공정위, 2개 조항만 발목잡기

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한 앱마켓 규제 추진을 두고 공정위는 줄곧 중복규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공정위 소관의 일반법인 공정거래법으로 모든 산업분야에서 공통으로 적용되는 반독점 반경쟁을 규율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을 통과시켜 방통위가 앱마켓 규제를 맡게 될 경우 공정위의 규제가 중복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규제 당사자인 구글과 같은 앱마켓 사업자는 공정위의 주장에 기댔다. 이미 일반법으로 규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특별법인 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한 규제를 피하는 것을 더욱 급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다.

과방위가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안건조정위원회 카드까지 꺼내 전체회의를 거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공정위는 통합대안의 50조1항 10호와 13호 등 두가지 항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른 앱마켓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요,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삼는 10호 조항과 그밖의 차별적 조건과 제한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13호는 공정거래법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이를 두고 “앱마켓과 같은 플랫폼 시장은 일반적인 선형적인 시장이 아니라 양면시장의 성격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인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규율해야 한다”면서 “과방위를 통과한 통합대안은 앱마켓 생태계의 사업 단계별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데 일반법에서 이같은 구체적인 행위규제를 담는 것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부처의 한 관계자는 “부처 간 소관업무 다툼을 떠나 중복규제 가능성을 주장하는 공정위의 주장에 논리적인 모순이 있고 법안 무시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제가 이뤄진 사안은 다른 법으로 시정조치 등을 부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 공정위가 중복규제 우려를 이야기하면 소관하지 않는 법은 무시하겠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 특별법으로 다뤄야...규제 완비성 헤치지 않아야

ICT 산업 전반과 법조계에서는 인앱결제법의 국회 통과 마지막에 빚어진 이견을 두고 논란이 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일반 경쟁법의 특별법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앱마켓과 같은 특별한 시장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점을 고려할 때 특별법 우선 원칙에 따라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뜻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인앱결제 법안 논의에서 경쟁법과 사업법을 두고 논란이 생긴다면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대표적인 경쟁정책으로 꼽히는 알뜰폰도 소관 부처의 논란이 생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규제 완비성의 측면에서 공정위가 마지막에 문제를 삼는 50조 10호와 13호는 과방위의 원안대로 통과될 필요성이 강조됐다. 결제수단 강제를 막는 50조 9호 조항 외에도 다른 조항이 함께 다뤄져야 틈이 없는 규제체계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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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10호 규정은 앱마켓 사업자와 개발자 관계 외에도 이용자 보호의 성격이 존재한다”면서 “다른 앱마켓에 콘텐츠 등록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는다면 이용자 이익 저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자 보호 관점에서 다룰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13호 조항을 전문 규제기관이 아니라 일반경쟁 규제기관 영역으로 떼어놓으면 오히려 중복규제를 심화시키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앱마켓 심사 지연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다루고 심사에 부당한 기준이나 요건을 공정거래법에서 다루면 앱마켓 사업자는 물론 디지털콘텐츠 개발자 모두 혼란을 갖게 되고 규제 비효율성이 빚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