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요한슨 vs 디즈니, 영화산업 패러다임 바꿀까

극장+OTT 동시배급 문제삼아…승패따라 할리우드에 큰 영향

인터넷입력 :2021/07/30 16:13    수정: 2021/07/30 18:4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근 개봉한 영화 ‘블랙 위도우’ 주인공인 인기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디즈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극장 단독 개봉 약속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에 동시 개봉해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소송 이유다.

이번 소송의 표면적인 명분은 계약 위반이다. 하지만 할리우드 특급 배우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달라진 영화 배급 방식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현지시간) 스칼렛 요한슨이 로스엔젤레스 고등법원에 디즈니를 상대로 계약위반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디즈니가 영화 ‘블랙 위도우’를 극장과 디즈니 플러스에서 동시 개봉한 것이 원래 계약했던 것과 다르다는 게 요한슨 측 주장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영화 '블랙 위도우'의 한 장면. (사진=마블 엔터테인먼트)

달라진 배급 방식에 감독·배우들은 강하게 반발 

극장과 스트리밍 동시 개봉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할리우드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방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면서 영화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쪽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감독이나 배우들은 극장과 스트리밍 동시 개봉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스오피스 성적, 극장 수익에 따라 추가 수익금을 받는 방식으로 계약돼 있기 때문에 디즈니 플러스나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동시 개봉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워너브러더스가 올해 개봉되는 모든 영화를 자사 스트리미 서비스인 HBO 맥스를 통해 동시 개봉하겠다고 선언하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놀란 감독은 “최고 영화사가 최악의 서비스링 서비스로 전락했다”고 조롱했다.

스칼렛 요한슨이 디즈니를 상대로 계약위반 소송을 제기한 것도 비슷한 차원이다.

요한슨은 이번 소송을 통해 ‘블랙 위도우'를 극장과 디즈니 플러스에서 동시 개봉한 디즈니의 결정 때문에 5천만 달러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디즈니의 생각은 다르다. 요한슨이 지금까지 받은 2천만 달러 가량의 개런티 외에도 디즈니 플러스 상영을 통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프리미어 액세스’란 새로운 구독 상품을 내놨다. 디즈니 플러스 구독료에 30달러를 추가로 낼 경우 극장 개봉작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이다.

‘프리미어 액세스’ 수익을 통해 요한슨이 납득할만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디즈니 측 주장이다. 

블랙 위도우, 첫 주말 흥행 신기록 이후 기세 꺾이면서 분쟁 불씨 키워 

지난 9일 개봉된 ‘블랙 위도우’는 개봉 첫주에 북미 지역에서만 8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신기록을 세웠다. 또 해외에서도 7천800만 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여 첫 주 흥행 수입이 1억5천800만 달러에 달했다.

이 영화는 개봉 첫 주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에서도 6천만 달러 흥행 수입을 올렸다.

이에 따라 ‘블랙 위도우’는 개봉 첫 주에 온오프라인 동시 개봉을 통해 2억1천500만 달러 수익을 올리면서 기세 좋게 출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최고 흥행 기록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디즈니는 기고만장했다. 카림 대이널 디즈니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배포 부문 회장은 개봉 첫 주 성적이 나온 직후 “극장과 디즈니 플러스에서 동시에 ‘블랙 위도우’를 볼 수 있도록 한 우리들의 유연한 배포 전략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개봉 다음 주부터 티켓 판매 기록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블랙 위도우’는 지금까지 총 흥행 수입이 3억1천900만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영화 블랙 위도우의 한 장면. (사진=마블)

화려했던 첫 출발의 기세가 곧바로 꺾여 버린 셈이다. 자칫하면 마블 영화 사상 최악의 흥행 기록을 세울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디즈니의 동시 배급전략에 불만을 갖고 있던 요한슨 측이 전격 제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칼렛 요한슨을 대리하고 있는 존 벨린스키 변호사는 연예전문매체 배러티와 인터뷰에서 “디즈니가 블랙 위도우를 디즈니 플러스에서 동시 개봉한 것은 가입자를 늘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회사 주가를 올리려는 전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동시 개봉했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스칼렛 요한슨 승소 땐 비슷한 소송 이어질 수도  

이번 소송은 할리우드의 영화 배급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동안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와 특급 배우들은 고정 출연료 외에 별도 수익 배분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해 왔다. 주로 박스오피스 흥행에 따라 추가로 대가를 받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 비중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수익 배분 방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극장들의 수익이 격감하면서 기존 계약 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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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워너브러더스는 모든 영화를 HBO맥스를 통해 동시 개봉하기로 하면서 주연 배우들에게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한 추가 수익분을 별도 지급하기도 했다.

스칼렛 요한슨의 이번 소송은 할리우드의 전통 수익 배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요한슨이 승리할 경우 좀 더 많은 배우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빠져나간 수익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