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일까? 그리고 왜 MGM일까?
소문으로 떠돌던 아마존과 MGM 간의 빅딜이 성사됐다. 아마존은 26일 MGM 홀딩스를 84억5천만 달러(약 9조4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924년 설립된 MGM은 한 때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사였다. 007 시리즈와 ‘록키’ 같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실적 부진으로 고전을 겪었다. 결국 지난 해말부터 회사 매각 작업을 추진한 끝에 아마존의 품에 안기게 됐다.
2013년부터 동영상 투자 강화…NHL 중계권 확보하기도
문제는 아마존이다. 왜 하필 지금 MGM을 인수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복스는 “미디어 시장은 요즘 통합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런데 이젠 인수를 노리는 기업들이 타깃으로 삼을 만한 곳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최근 영화를 비롯한 동영상 사업에 많은 투자를 했던 아마존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2013년 이후 자체 TV쇼와 영화 제작 사업에 힘을 쏟았다. 판권 매입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2013년은 넷플릭스가 첫 오리지널 시리즈인 ‘하우스오브카드’를 선보인 해이기도 하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결실은 많지 않다. 여전히 베조스는 동영상 사업 쪽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를 비롯한 경쟁자들에 비해선 성과가 빈약한 편이다.
물론 지금도 아마존은 동영상 쪽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5억 달러 가량을 들여서 제작하고 있는 ‘반지의 제왕’ TV 시리즈물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최근엔 향후 10년 동안 매주 한 경기씩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를 중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계권 확보를 위해 지급한 금액이 100억 달러에 이른다.
84억5천만 달러를 들여 MGM을 인수한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왜 동영상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일까? CNBC를 비롯한 외신들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사업자들과 경쟁하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가 독주하던 스트리밍 시장에는 최근 미디어 강자들이 연이어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지난 해말 디즈니 플러스가 출범한 데 이어 NBC유니버설의 모회사 컴캐스트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피콕을 시작했다.
CBS와 파라마운트스튜디오 등을 보유하고 있는 비아콤CBS 역시 지난 3월 파라마운트플러스를 출범했다. 최근엔 디스커버리와 워너미디어가 합병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보다 더 큰 그림…영상 보고, 돈도 쓰게 만드는 게 최종 목표
그런데 복스는 조금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복스는 "아마존은 ‘진짜’ 스트리밍 사업자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경쟁한다”고 분석했다.
잘 아는대로 아마존의 출발점은 전자상거래다. 책으로 시작해 다양한 상품으로 확대하면서 세계 최대 상거래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아마존의 동영상 전략 역시 이런 큰 그림 속에 있다는 것이 복스의 분석이다.
현재 아마존의 모든 ‘프리미엄’ 동영상은 ‘아마존 프라임’ 상품 속에 포함돼 있다.
유료 구독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은 일반 고객이 이용할 수 없거나 추가 비용을 내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2일 무료 배송, 2시간 배송 같은 특별 배송 서비스와 함께 스트리밍 음악과 비디오 같은 혜택이 주어진다.
아마존은 지난 4월 프라임 구독자 수가 2억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결국 동영상 왕국을 구축하고 있는 아마존의 진짜 목표는 ‘스트리밍 최강자’가 아니라는 게 복스의 분석이다. 오히려 더 큰 그림을 향해 가는 발판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MGM 인수를 통해 ‘록키’와 007 판권을 손에 넣었다. 이런 콘텐츠 확보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 유료 가입자를 확대하는 게 넷플릭스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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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마존은 다르다. ‘록키’나 007의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 다음 아마존 왕국 내에서 판매한다. ‘아마존 프라임’ 구독자들이 일차 타깃이지만, 궁극적으론 아마존을 찾는 모든 고객들을 공략한다.
복스는 “아마존은 고객들이 동영상을 보고, 또 돈을 쓰도록 만들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