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용 마약류 관리 블록체인에서 해법 찾자

박용범 단국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전문가 칼럼입력 :2021/07/26 16:11

박용범 단국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박용범 단국대 교수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는 암성통증 외에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여러 비암성질환에서도 그 사용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마약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거부감 때문에 그 사용이 적었지만 최근 여러 연구에서 적절히 사용된 마약성 진통제는 중독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늘어나면서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의료진조차도 마약성 진통제의 중독은 예상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마약성 진통제에 노출되어있는 의료진, 환자, 보호자의 오남용 및 불법 유통 또한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마약성 진통제 등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처방 등이 의심되는 의료기관 50개소를 경찰청‧심평원과 함께 점검해 44개소를 적발했다고 한다. 

마약성 진통제 사례를 미루어 볼 때 현 마약류 관리 시스템의 개선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비단 마약성 진통제 뿐만 아니라 향정신성 마약류, 프로포폴 무단 반출 등 마약류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벌어지고 있다.

마약 밀반입 등의 명백한 범죄 행위는 정부 각 부처와 검·경의 영역이지만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의료용 마약류 관리 상의 사건사고는 관리 개선으로도 막을 수 있다.

의료용 마약류는 다른 의약품과 달리 구분하여 별도로 보관한다. 혹시 모를 반입·반출을 막기 위한 잠금 장치도 있고 마약류 관리 규정에 따른 일지와 관리 대장도 작성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투약 일시, 투여량, 재고량 등을 대장에 기록해야 한다. 또한 해당 의료기관에서 관리하는 마약류에 대한 정보들을 상급 기관에 보고하는 체계도 마련되어 있다. 

전산화와 자동화가 잘 되어있는 대학병원, 대형병원 등 의료기관에서는 보다 강한 관리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년간 의료용 마약류의 분실 도난 사고 중 병·의원에서 일어나는 비율이 60% 이상이며, 그 수량 또한 상당량 이라고 한다.

또한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의료용 마약류 입고 -> 투약 -> 폐기 프로세스가 산술적으로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의사 A가 환자 B에게 00월 00시에 총량 100만큼의 의료용 마약류에서 30 만큼을 투약했다면 70의 재고가 남아 관리 대장에 일시, 투여량, 잔량 등의 모든 요소들이 오차 없이 기록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어나는 프로세스에서는 수많은 변수들과 사람의 손으로 다뤄진다는 점으로 인해 정확한 기록 및 대조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점들이 결국 의료용 마약류 관리 체계의 허점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주관하여 발표한 ‘2021년 블록체인 시범 선도사업’ 중 '블록체인 기반 의료용 마약류 관리 플랫폼 구축' 사업이 주목을 받는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비롯한 암호화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대체불가토큰(NFT) 등 핫한 이슈들 덕분에 블록체인 기술이 예전만큼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이 아닌 시대이다. 

이제 블록체인 기술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영역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기록의 투명성, 상호검증성 등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을 이용한 공급망 관리가 실용적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블록체인 기반으로 의료기관에서 취급하는 의료용 마약류 유통과정을 관리하면, 입고-처방-조제-투약-폐기까지 일관된 그리고 동일한 자료를 블록체인을 통해 여러 관리 당사자들이 사용하게 된다. 

이로 인해 마약류 관련 데이터 관리가 투명해 질 것이고 관련 통계 역시 정확하게 집계될 것이다. 의료용 마약류 처리 프로세스와 통계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이들 데이터를 분석하면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 처방 및 오남용을 알아낼 수 있다. 의료계 정보관리야말로 정확도와 신뢰가 필요해 블록체인 적용에 가장 적합한 곳이 아닌가 한다. 보다 많은 블록체인 응용 의료 정보 사업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