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엔터사업 본격 추진...투자에 조직신설까지

디즈니 출신 잇따라 영입...게임 IP 활용 영화·드라마 사업 진출 예상

디지털경제입력 :2021/07/17 16:29    수정: 2021/07/17 16:29

넥슨 일본법인이 자체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관련 신사업에 본격 나선다.

이 회사는 외부 IP 투자에 이어 디즈니 출신 엔터 전문가를 영입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는 등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17일 넥슨에 따르면 엔터 전문가인 닉 반 다이크(Nick van Dyk)를 수석 부사장 겸 최고 전략 책임자(CSO)로 새로 선임했다.

넥슨코리아 사옥 전경.

닉 반 다이크 부사장은 넥슨의 글로벌 전략 수립, 인수 합병(M&A), 경영 개발, IP 관리 및 파트너십 등을 총괄하게 될 예정이다.

또한 그는 '던전앤파이터' '바람의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및 엠바크 스튜디오 개발 신작 등 넥슨 글로벌 IP의 영향력 및 가치 확장을 위해 미국에 신설하는 '넥슨 필름 & 텔레비전(Nexon Film and Television)'의 총괄도 겸임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닉 반 다이크 신임 수석 부사장은 "넥슨은 블록버스터급 IP의 성공을 오랜 기간 유지하는데 있어 독보적인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특별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며 "넥슨이 21세기 가장 성공적인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게 돼 기쁘며, 넥슨의 글로벌 IP과 플랫폼이 가진 큰 성장 기회들을 더욱 확대해 나갈 조직을 현재 LA에 구성 중이다"고 전했다. 

넥슨 필름 & 텔레비전 조직 신설...왜?

이번 발표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넥슨 필름 & 텔레비전 조직 신설과 닉 반 다이크 부사장의 경력이다.

아직 해당 신설 조직에 대한 세부 청사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조직명을 보면 넥슨의 신사업 방향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업계 일각에선 넥슨이 자체 게임 및 제휴 IP의 세계관을 활용한 단편 영상 제작과 영화 애니메이션 또는 드라마 제작 사업 외에도 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망은 닉 반 다이크 부사장과 지난해 합류한 케빈 메이어 사외이사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두 인물은 월트 디즈니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넥슨이 디즈니 출신 엔터 전문가인 케빈 메이어에 이어 닉 반 다이크를 잇따라 영입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액티비전 블리자드 스튜디오의 필름 & 텔레비전 부문 대표를 역임한 닉 반 다이크 수석 부사장은 월트 디즈니에서도 10년 간 기업 전략 및 사업 개발 부문 수석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그는 디즈니 재직 기간 픽사, 마블 및 루카스필름 인수와 디즈니 사업 전반의 전략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케빈 메이어 사외이사 역시 월트디즈니의 최고 전략 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로서 픽사, 마블 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 폭스 등의 인수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케빈 메이어는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 훌루(Hulu) 등 신규 서비스 론칭과 글로벌 동영상 공유 앱 틱톡 대표 및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COO를 역임한 이력이 눈에 띈다.

넥슨 측이 디즈니 출신을 잇따라 영입한 이유는 설립자인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 대표의 꿈 중 하나가 넥슨을 디즈니처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엔엑스씨는 지주회사로, 넥슨과 넥슨코리아 외에도 유모차 기업 스토케, 블록체인 및 투자 기업 등을 다수 거느리고 있다.

넥슨, 해외 게임 IP와 완구 기업 투자

이번 발표로 넥슨이 지난해 외부 게임 IP와 완구 기업 등에 투자한 배경에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넥슨 측은 지난해 6월 15억 달러(약 1.7조 원, 1달러당 1천129.30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힌 이후 투자 현황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넥슨의 투자 현황은 이사회 승인 금액 15억 달러 중 약 58%인 8억 7천400만 달러(약 9천870억 원)를 소진했고, 미실현이익금은 2억 7천900만 달러(약 3천151억 원)였다.

해즈브로 로고.

당시 넥슨의 주요 투자처는 미국의 완구 회사 해즈브로와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를 보유한 지주사 반다이남코 홀딩스, 코나미홀딩스, 세가 사미 홀딩스 등이었다.

이 때만해도 업계 일부 전문가는 넥슨이 외부 IP 제휴를 통해 게임사업 등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넥슨이 조직 신설 소식을 전함에 따라 게임 보다 비게임 엔터 신사업 추진과 IP 활용 영역을 엔터 부문으로 확대하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넥슨은 비게임 사업, 넥슨코리아는 게임사업 집중

그동안 넥슨은 오웬 마호니 대표를 중심으로 비게임 사업에 투자를 집중해왔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등을 사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다르게 넥슨 자회사이자 한국법인 넥슨코리아는 '넥슨맨'으로 불리는 이정헌 대표가 앞장서 뚝심 있게 게임 개발 및 국내외 서비스 사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를 보면 넥슨의 신사업에서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 단계인데다가 실제 사업이 성공하기까지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할 수 있어서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이와 비교해 넥슨코리아는 이정헌 대표를 필두로 안정적인 조직력과 탄탄한 수익을 내고 있는데다가 신작을 통한 추가 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넥슨이 설립 이후 첫 연매출 3조 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넥슨코리아의 게임 사업 역할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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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코리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등 기존 인기작의 업데이트와 코노스바모바일, 블루아카이브,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 신작을 앞세워 추가 성장을 시도한다. 또한 이 회사의 대표격 자회사인 네오플과 외부 독립 합작법인 데브캣 및 니트로스튜디오 등이 준비 중인 신작도 순차적으로 꺼낼 계획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이 디즈니 출신 엔터 전문가를 영입하고, 새 조직 신설 소식을 전함에 따라 비게임 신사업의 방향성이 좀 더 명확해지고 있다"며 "넥슨식 엔터 사업이 성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디즈니처럼 거대 콘텐츠 공룡 기업으로 변모할 경우 넥슨의 역사는 새로 쓰여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