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페북은 왜 32세 FTC 위원장을 꺼릴까

리나 칸, 거대 플랫폼 독점 해소 신념…잇단 '기피신청' 대응 관심

인터넷입력 :2021/07/16 15:20    수정: 2021/07/19 11: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경제검찰로 통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이끌고 있는 32세 여성 수장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아마존에 이어 페이스북도 ‘편향성’을 이유로 리나 칸 FTC 위원장이 반독점 조사에서 빠져야 한다는 신청을 제기한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14일(현지시간) FTC에 공식적으로 기피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칸 위원장은 그 동안 지속적이고 공개적으로 페이스북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리나 칸 FTC 위원장

또 “어떤 새로운 위원이 조사 대상이 된 기업이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적, 법적 결론을 내리고 있다면 정당한 조사를 위해선 그 위원 스스로 조사를 기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아마존도 지난 6월 비슷한 이유로 리나 칸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다. 영화사인 MGM 인수 관련 조사에 리나 칸이 참여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기피신청,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FTC 견제 효과는 클 듯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빅4 IT 기업은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축이다. ‘플랫폼 경제’란 새로운 영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이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 최강자로 군림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거침 없는 하이킥’을 계속해 온 이들에게 리나 칸 FTC 위원장은 '눈엣 가시' 같은 존재다. 

리나 칸은 100년 동안 계속된 미국 독점금지법의 기본 패러다임을 바꾼 ‘천재적인 법학자’로 통한다. 그가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 쓴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은 기존 독점금지법이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데 왜 무력한 지 잘 짚어준 역작으로 꼽힌다.

(사진=FTC)

게다가 리나 칸은 미국 하원이 4대 IT기업의 경쟁 방해 행위를 조사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원 법사위원회의 조사 작업에 참여한 부분은 리나 칸의 인준 청문회 때도 한 차례 거론됐다. FTC 에서 일할 때 편향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청문회 당시 리나 칸은 문제가 생길 경우엔 FTC 윤리위원회와 협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연이어 리나 칸 기피 신청을 한 것도 이런 이력과 관련이 있다. 그 동안 논문이나 공식 활동을 통해 볼 때 리나 칸은 이미 아마존이나 페이스북은 독점기업이란 예단을 갖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만큼 공정한 조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물론 이들의 ‘리나 칸 기피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IT 기업들에겐 꽤 유용한 카드가 될 전망이다.

미국 IT 전문매체 프로토콜은 “리나 칸 기피 신청을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FTC의 향후 행보를 복잡하게 만들 여지는 많다”고 분석했다.

기피 신청에 대응하다보면 아무래도 FTC의 반독점 조사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문제 해결에 시간을 쓰다 보면, 조사 작업이 지연될 수도 있다.

FTC가 아마존과 페이스북의 독점 행위를 내부 행정법원에 제소할 경우엔 좀 더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내부 심판 절차를 선택할 경우 FTC 위원들이 공정하다는 점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줘야만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은 케네디 행정부 당시 폴 랜드 딕슨 FTC 위원장 사례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딕슨도 FTC 위원장 임명 전에 변호사로 상원 법사위원회의 반독점 소송을 담당했던 이력이 있다.

리나 칸 역시 그 동안 논문이나 언론 등을 통해 거대 IT 기업의 독점적 행위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 왔기 때문에 공정성 관련 문제가 거론될 수는 있다.

로힛 초프라 위원, 금융소비자보호국 위원장 임명된 것도 변수 

아마존과 페이스북의 기피 신청에도 불구하고 리나 칸이 조사 참여를 결정할 경우 FTC 위원이 표결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 현재 FTC는 민주당이 3석으로 공화당(2석)보다 유리하다. 리나 칸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2대 2 동률로 기피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민주당 위원 중 로힛 초프라가 금융소비자 보호국(CFPB) 위원장에 지명돼 있다는 점이다. 초프라는 상원 인준 절차가 끝나게 되면 FTC 위원을 사임하고 CFPB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FTC 위원들. 왼쪽부터 레베카 슬로터, 노아 필립스, 로힛 초프라, 크리스틴 윌슨.

이렇게 되면 리나 칸 기피 문제가 꽤 복잡해질 수도 있다. 초프라가 떠난 상태에서 표결에 부칠 경우엔 불리한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초프라 후임위원 임명 절차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역시 FTC의 조사 작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미국 씨넷은 바이든 대통령이 강성인 리나 칸을 FTC 위원장으로 임명했기 때문에 초프라 후임은 온건 성향으로 채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럴 경우 리나 칸이 거대 IT 기업 독점 문제에 대해 좀 더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씨넷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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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리나 칸은 이런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프로토콜, 씨넷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리나 칸의 전문성과 능력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가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유연하게 타개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