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공고했던 벽을 허물고 생태계를 넘나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보다 타 제조사 제품과의 호환성을 넓히고 있는 것인데요. 조금 더 개방된 생태계를 통해 새로운 사용자층을 흡수해 시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 애플 무선 이어폰 광고에 '갤럭시S21' 등장…USB-C 케이블 제공
애플은 지난달 비츠 브랜드의 새로운 무선 이어폰인 '비츠 스튜디오 버즈'를 출시했습니다. 비츠 스튜디오 버즈는 커널형의 무선 이어폰으로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 기능을 탑재한 것이 특징인 제품입니다.
하지만 정작 눈길을 끈 것은 제품보다는 이를 홍보하는 애플의 전략인데요. 애플은 비츠 스튜디오 버즈를 판매하는 아마존 홈페이지에 해당 제품을 착용하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21'을 들고 있는 모델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제품보다 갤럭시 스마트폰이 더 주목을 받자 일주일 만에 해당 사진을 내리긴 했지만요.
뜬금없이 왜 애플 이어폰 제품에 '갤럭시S21'이 나타난 걸까요. 바로 비츠 스튜디오 버즈가 애플 기기뿐만 아니라 갤럭시S21과 같이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도 쉽게 블루투스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iOS 스마트폰이 아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비츠 앱만 내려받으면 배터리 상태 확인 및 ANC 기능, 주변음 허용 모드 등을 제어할 수 있고, 펌웨어 업데이트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선 충전이나 시리 불러오기 등의 일부 기능을 제외하면 애플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거죠.
심지어 이번 비츠 스튜디오 버즈는 구성품에 USB-C to 라이트닝 케이블이 아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주로 사용하는 USB-C to USB-C 케이블을 제공합니다. 아이폰이 주로 USB-C to 라이트닝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USB-C to USB-C 케이블을 제공하는 것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를 노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애플이 자사 헤드폰 또는 이어폰에 USB-C to USB-C 케이블을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물론 에어팟이 아닌 비츠 브랜드의 이어폰에 적용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애플의 행보가 비츠 브랜드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더 많은 자사 기기에 안드로이드와의 호환성을 넓히려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알 수 없으나 주목할 만한 움직임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페이스타임도 안드로이드 폰 지원…안드로이드용 에어태그도 개발 중
이런 애플의 안드로이드 사용자 흡수 전략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애플은 지난달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 15를 공개하면서,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윈도10 노트북 이용자도 사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고 밝혀 주목을 받기도 했어요.
페이스타임은 그동안 애플 기기 사용자끼리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페이스타임 링크를 공유하면 애플 기기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영상통화에 같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밖에 애플은 지난 4월에 위치 추적용 액세서리인 '에어태그'를 출시했는데요. 잃어버린 에어태그를 감지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기기용 앱도 현재 개발 중으로, 올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애플 사용자끼리만 사용 가능했던 기능들을 타 제조사 기기에서도 사용 가능하게 만드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애플입니다.
■ 삼성, 자체 타이젠OS 버리고 구글과 새 OS 개발…中 제조사와 파일 공유도
삼성전자도 독자 플랫폼에서 벗어나 개방된 생태계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자사 독자 플랫폼인 '타이젠 운영체제(OS)'를 버리고 구글과 협력해 새로 만든 통합 OS를 개발해 차기 스마트워치에 적용한다고 밝혔어요. 오는 8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워치4'에 구글과 함께 개발한 통합 OS가 처음으로 적용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의 통합된 새로운 OS를 통해 앱 개발자들에게 더 확장된 생태계를 열어줘 갤럭시워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의 수를 늘리고,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 스마트폰과의 연동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입니다.
또 삼성전자는 최근 오포, 비보, 샤오미, 원플러스, ZTE 등이 포함돼 있는 중국 상호전송 얼라이언스(MTA)에 합류했는데요. 갤럭시 기기에서만 사용 가능했던 자사 파일 공유 기능인 '퀵 쉐어'를 MTA에 가입한 중국 제조사 제품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을 겨냥해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자사의 편리한 기능을 사용해볼 수 있게 함으로써 향후 갤럭시 생태계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보여집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이러한 행보는 언뜻 보면 생태계를 허무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더 넓게 보면 자사 생태계를 넓히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로 보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자사의 기기 또는 기능들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사용자층을 확대하려는 것이죠. 삼성전자와 구글이 손을 잡은 것도 결국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애플에 맞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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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출하량 기준 글로벌 스마트워치와 무선이어폰 시장에서 애플은 모두 30%가 넘는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와 무선이어폰 시장에서 모두 한 자릿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하고 있죠.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2위는 화웨이(11.1%), 무선이어폰 시장에서 2위는 샤오미(9%)로 중국 제조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이런 공격적인 생태계 확장 전략이 얼마나, 또 어디까지 이어지고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