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공간을 제공해 보상을 받는 암호화폐 '치아' 가격이 연일 하락하고 있다. 5월 거래를 시작하자 1치아(XCH) 당 1천500달러를 넘던 시세는 6월 중순에 개당 420달러(약 48만원), 현재는 280달러(약 33만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치아 채굴에 필요한 고용량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국내 가격도 6월 하순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다만 가장 용량이 큰 18TB(테라바이트) 제품은 아직도 개당 1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 저장장치 속도·용량으로 보상 제공
치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P2P 파일전송 수단인 비트토런트를 만든 미국 개발자, 브램 코언이 만든 암호화폐다. 그래픽칩셋(GPU)이나 프로세서 연산 능력 대신 저장장치 용량과 시간을 제공하면 보상(암호화폐)을 주는 구조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개당 4천만원을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데다 채굴 난이도가 높아지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더 이득인 상황이었다. 또 이더리움 채굴에는 시세가 오른데다 구하기 어려운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필요했다.
반면 치아는 프로세서나 그래픽카드 성능보다는 저장장치 입출력 속도와 용량이 더 중요하며 그래픽카드 대비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HDD와 SSD를 이용한다. 치아 역시 소모전력이 적다는 점을 들어 '친환경 암호화폐'를 강조하기도 했다.
■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저장장치 가격 폭등
치아는 5월 초부터 암호화폐 거래소 'gate.io'를 통해 거래가 시작됐다. 첫날 거래가 시작되자 1치아당 가격이 1천560달러(약 176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치아 시세는 계속해서 떨어졌다. 6월 중순 420달러(약 48만원)로 1/4 수준으로 시세가 급락했고 6월 하순 이후 시세는 280달러(약 33만원)선으로 떨어졌다.
8일 현재 치아 가격은 271달러 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는 8TB HDD 1대 수준이다. 이제는 HDD를 수십 대씩 사들여 치아 채굴에 나서도 본전조차 찾기 어려워졌다.
■ 국내 HDD 가격, 5월 중순 폭등...6월 하순부터 하락
치아 채굴 열풍은 중국을 시작으로 홍콩을 거쳐 일본 등 동북아지역을 휩쓸었다. 국내 PC 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8TB 이상 고용량 HDD 가격은 5월 중순부터 일제히 올랐고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 용량인 18TB HDD는 한 때 100만원 초반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나 치아 거래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6월 하순부터 고용량 HDD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8일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8TB에서 12TB까지 고용량 제품 가격은 서서히 하락중이다.
10TB/14TB 제품 평균 거래 가격은 4월 초순 대비 더 떨어졌고 8TB/12TB 제품은 4월 초 대비 5-6만원 가량 올랐다. 18TB 제품 가격은 여전히 100만원 초반대다.
■ 치아 채굴중인 저장장치 용량 증가도 6월 들어 둔화
현재 치아 채굴을 위해 물려 있는 HDD나 SSD 등 저장장치 용량은 31.57EB(엑사바이트, 1EB=1000PB, 1PB=1000TB)로 18TB HDD 기준 175만 4천개 분량의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6월 들어 상승세는 둔화됐다.
8일 치아 거래 등 시세를 집계하는 치아익스플로러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치아 채굴에 소비된 저장장치 용량은 1.35EB에서 14.85EB로 약 11배 늘어났다. 그러나 6월에는 16.1EB에서 29.59EB로 1.83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 브램 코언 "암호화폐 또 만들 것"
치아는 친환경 암호화폐를 내세우며 출발했지만 HDD와 SSD 부족 현상, 가격 폭등 등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비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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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치아 창시자 중 한 명인 브램 코언은 치아에 이은 새로운 암호화폐, '실리코인'(Silicoin)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브램 코언은 지난 2일 "치아가 저장장치 부족 등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지만 블록체인은 보다 친환경적이고 공정한 네트워크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며 ""비트코인과 치아의 장점을 결합한 새 암호화폐 '실리코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