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공룡 규제법' 무더기 발의…분할 현실화되나

민주·공화 공동보조…플랫폼·서비스 이해충돌 땐 쪼갤수도

인터넷입력 :2021/06/12 08:47    수정: 2021/06/12 13:5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의회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4대 IT 기업 견제에 본격 나섰다.

씨넷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11일(현지시간) 아마존 등 4대 IT 기업의 경쟁 방해 행위를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춘 법안 5개를 한꺼번에 내놨다. 

이번 법안들은 민주당의 데이비드 시실린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 위원장과 켄 벅 공화당 간사를 비롯한 양당 의원들이 함께 제출했다. 

법안에 애플, 아마존 같은 구체적인 기업명은 적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가총액 6천억 달러 이상 ▲월간 이용자 5천만 명 이상 등의 조건을 통해 사실상 거대 IT 기업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진=씨넷)

시가총액 6천억 달러·월간 이용자 5천만명 이상 기업 대상 

이번 법안들은 디지털 시장의 경쟁에 대해 1년 이상 조사 작업을 벌인 결과물이다.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이번 법안들이 “거대 IT 기업들의 규제 받지 않은 권력 행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들이 최종 확정될 경우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거대 IT 기업 분할이 좀 더 수월해지게 된다. 또 잠재적 경쟁자를 사전 인수해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를 막을 수도 있게 된다.

하원 반독점소위원회 의장인 데이비드 시실린 의원은 “이번 법안들은 (경쟁이 벌어지는)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고, 거대 기술 기업들도 같은 규칙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시실린 위원장 (사진=씨넷 방송화면 캡처)

이번 법안에 대해 페이스북과 구글은 언급을 피했으며, 애플과 아마존은 논평을 요구하는 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씨넷이 전했다.

이날 공개된 법안은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플랫폼독점종식법 ▲호환성 및 경쟁증진법 ▲합병수수료 현대화법 등 다섯개다. 

이날 공개된 법안 5개 중 4개는 적용 대상을 ▲시가총액 6천억 달러 이상 ▲월간 이용자 5천만 명 이상 ▲월간 비즈니스 이용자 10만 개 이상 ▲다른 기업들이 고객이나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중요한 거래 파트너’ 등 네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경우로 한정했다. 

현재 이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4개 기업 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마트 같은 경우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자체 상품도 갖고 있지만 시가총액이 3천920억 달러에 불과해 규제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독점 철저히 규제…잠재적 경쟁자 사전 인수도 엄격 단속 

CNBC는 ‘플랫폼 독점종식법’과 ‘미국 혁신 및 기회법’ 같은 경우 아마존, 애플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법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당 플랫폼 내에서 자신들의 상품이나 앱을 우대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특히 강력한 것은 ‘플랫폼 독점 종식법’이다. 이 법은 플랫폼과 경쟁 서비스를 동시에 보유하는 기업은 분할할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발효될 경우 아마존은 분할 위협을 받게 된다. 구글 역시 유튜브 같은 사업 부문을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 선다 피차이 구글 CEO.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은 인수 합병을 좀 더 엄격하게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대 IT 기업들이 잠재적인 경쟁기업들을 사전에 인수해 시장 경쟁을 말살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시장을 지배한 대표적인 기업이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이 위협적인 상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자 곧바로 인수를 해버렸다. 전통적인 독점방지법에서는 이런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호환성 및 경쟁증진법’은 이용자들이 좀 더 수월하게 서비스를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법안이다. 이를테면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꿀 경우 애플 쪽에 저장돼 있던 데이터를 안드로이드 시스템으로 쉽게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합병 수수료 현대화법’은 10억 달러를 넘는 인수 합병을 할 경우에는 규제 기관들이 좀 더 강력한 더 많은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의 경쟁 서비스 전환도 훨씬 수월해질 듯 

씨넷에 따르면 의원들은 이번에 공개된 다섯 개 법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몇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첫째. 지배적 플랫폼의 차별행위 금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 혹은 아마존의 마켓플레이스 등이 자사 제품을 우대하고 경쟁사에 불이익을 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둘째. 경쟁 위협을 막기 위한 인수 금지.

셋째. 지배적 플랫폼들이 자신들의 시장 통제력을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해 부당한 우위를 누리고, 경쟁사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 금지.

넷째.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새로운 서비스 전환 비용을 낮춤으로써 온라인 경쟁 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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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20년 만에 합병 수수료를 인상함으로써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재원 확충. 

이 조치를 통해 첫 해에만 1억3천500만 달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으로 반독점 행위를 추적하는 데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