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영상정보' 처리…"AI 예외 규정 둬야"

이창범 연대 교수 "입법안들, 산업 활성화·정보 주체 권리 신장 효과 부족"

컴퓨팅입력 :2021/06/10 16:47    수정: 2021/06/11 09:17

인공지능(AI) 기술 및 산업 발전을 위해 활용되는 영상정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내 예외 규정으로 구분하는 것이 효율적인 규제 방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창범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10일 개최된 '제8차 2021 규제혁신법제포럼'에서 '개인영상정보 활용·규제 현황 및 입법 동향'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현재 영상정보에 대해 미비한 개인정보 법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안, 의원 발의안 등 여러 법안들이 등장한 상황이다. 정보 주체가 영상 촬영 거부 의사를 밝히게 하거나,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대해 촬영 사실을 표시할 만한 장치를 두게 하고, 촬영 이후 정보 주체에게 촬영 사실을 알리는 등의 내용이 언급돼 있다.

그러나 이런 법안들은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영상정보처리기기가 사용되는 현장에서 정보 주체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고, 큰 실익 없이 산업계에 또다른 불필요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현행법을 보다 유연하게 해석하되, 법 적용이 어려운 경우에 대해 영상정보 기반 AI를 예외로서 명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를 통해 산업계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면서도 보다 간결한 규제 체계를 수립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AI 알고리즘 학습에 대한 로우 데이터 사용 허용, 개인영상정보에 대한 실용적인 가명화 방법 제시 등을 과제로 언급했다.

이창범 연세대 교수는 "개인정보의 추가 처리 목적이 당초 수집 목적과 양립 가능할 때 정보 주체의 추가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양립성 규정'에 부합하거나, 정보 주체의 정당한 이익 침해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에는 각 개별법에서 영상정보 처리 관련 규정을 완화하거나 보완해 적용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본다"며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 및 서비스에 대한 예외적으로 법적 근거를 두는 것으로도 새로 법을 만들어 쓰는 것보다 정보 주체의 사생활 보호 및 산업계 발전을 위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상 촬영·보관·활용 모두 '프라이버시' 이슈와 직결"

이창범 교수는 현재 영상정보를 수집, 활용 기술에 대해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이슈들을 소개했다. 크게 ▲제3자 정보 사용 시 동의 절차 미비 ▲정보의 해외 이전 ▲촬영 사실을 알기 어려움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 남용 등으로 요약된다.

먼저 스마트폰, 드론, 차량용 블랙박스 등 이동형 영상기기에 의한 영상정보 처리 문제를 언급했다. 서비스 제공 목적에 따라 제3자의 개인영상정보를 수집·이용하는데, 수집 즉시 정보를 파기 또는 익명화하더라도 정보주체 동의를 받는 절차가 없다는 점에서 위법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 이런 기기들은 서비스 성능 개선, 안전 확보 등 명분으로 식별 또는 가명정보를 계속 보관 및 이용하고, 운전자의 졸음 방지 기능 수행 등을 이유로 이용자가 개인 영상정보 수집에 대해 필수적으로 동의를 하게끔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율주행차 자료사진(제송=이미지투데이)

자동차 등 수입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의한 수집된 영상정보가 해외 클라우드에 저장되는 등 국외로 이전되는 경우도 규제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테슬라 자동차의 군사시설·정부시설의 출입을 금지한 점을 사례로 언급했다. 주행 속도 및 기록, 배터리 정보, 충전 이력 등의 데이터를 테슬라가 수집해 해외로 이전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이용자가 동의하더라도 보행자 등 제3자가 포함된 영상정보의 국외 이전이 가능한지도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동형 영상기기에 의한 개인영상정보 처리 시 정보 주체가 이를 명확히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존재한다는 것 또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교수는 "자율차, 드론, 로봇 등의 경우 안내판이나 경고음 등을 사용하더라도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촬영한 것인지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촬영 사실을 인지해도 이를 피하기 어렵고, 피할 수 있다고 해도 정보 주체가 이를 피해야 할 의무가 존재하는지, 피하면 촬영이 중단될 수 있는지 명확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는 제조자, 플랫폼 운영자, 서비스 제공자, 기기를 소유한 이용자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에 의해 불투명한 개인정보 처리가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첨언했다.

비공개 장소에서 CCTV 등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를 남용하는 문제도 짚었다. 회사 입사 시 동의를 근거로 하거나 도난 방지, 범죄 예방 등을 이유로 사무실, 복도, 현관, 회의실, 휴게실 등에 무분별하게 CCTV가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사실상 노동감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공개된 장소에 설치된 기기를 징계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현행 판례들은 이를 허용하고 있는데 문제는 기기 남용이 AI 사용 환경에 부정적 영향 미친다는 것"이라며 "선량한 AI 이용도 부담스럽게 생각하도록 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든다"고 했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AI가 수집한 영상정보, 학습에 써도 될까…'목적 외 이용' 여부 불투명 

이 교수는 현재 산업계가 영상정보를 활용하는 데 있어 겪는 애로사항들도 짚었다.

먼저 적법하게 수집한 개인영상정보는 가명정보로서 AI에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현행법 상 가명정보는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등'의 목적으로 이용 및 제공이 가능하나, AI 학습이 과학적 연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수집한 개인영상정보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토돼야 한다고 봤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을 금지하고, 목적 달성 시 정보를 즉시 파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드론, 로봇 등은 운행 시 수집한 개인영상정보를 즉시 삭제하거나 비식별 조치하지 않고 AI 자기학습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저장·보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AI가 스스로 학습하기 위해 정보를 사용하는 것이 목적 외 이용인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서도 "이런 부분은 개인정보처리자의 정당한 이익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개인영상정보를 로우데이터 상태로 AI 학습에 활용할 방법도 명확치 않다. 이 교수는 "많은 개발자들이 원하는 부분"이라며 "우리나라로선 개인정보 활용을 위해선 가명화나 익명화 두 가지 방법밖에 없고, 유연한 가명화 방법이 부재해 AI를 제대로 만들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가명 또는 익명처리가 되지 않은 대량의 개인영상정보가 필요하다"며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의 경우 영상정보 가명화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임상에 적용하기는 곤란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중 영상정보 처리 안내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수집한 개인영상정보를 로우데이터 상태로 이용할 수 없다고 간주할 경우, 개인정보의 양립성 원칙에 따라 비식별 조치 후 AI 자체 학습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AI의 학습을 당초 수집 목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사용자가 아닌 제3자의 정보는 양립성 원칙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영상정보를 처리하는 AI 관련 프라이버시 문제의 상당 부분은 양립성 규정에 근거해 해결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첨언했다.

현행법 상 서비스 이용 주체 외 제3자의 개인영상정보를 수집·이용할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는 점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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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수집된 개인영상정보를 분쟁해결, 증거확보, 사고원인 분석 등 목적으로 보관,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 현행법은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최소한의 정보를, 최소한의 기간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공개된 장소는 아니지만 불특정 다수 또는 특정 다수가 상시 출입하고 있어 사실상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장소의 경우, 범죄예방 등 목적으로 CCTV 설치·운영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법리 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