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을 시작으로 AMD,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이 기조연설을 펼친 컴퓨텍스 2021 1주차가 마무리됐다. IT·컴퓨팅 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주목할 만한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신제품은 모두 발표되었고, 앞으로는 온라인 전시장만 운영된다.
이번 컴퓨텍스 기조연설에서는 AMD가 3D 칩렛 기술 공개, 라데온 그래픽기술 외연 확장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퀄컴도 코로나19 범유행(팬데믹) 이후 증가한 PC 수요를 잡기 위해 스냅드래곤 기반 PC의 우수성을 내세워 주목을 받았다.
■ AMD의 공격적 행보, 방어에 치중했던 인텔
리사수 AMD CEO는 2019년 첫 컴퓨텍스 기조연설 이후로 지금까지 줄곧 공격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왔다. 올해도 서버용 에픽(EPYC) 프로세서, 라이젠 프로세서 신제품, 노트북용 라데온 RX 그래픽칩에 이어 대만 TSMC와 만든 3차원 칩 구조인 '3D 칩렛'으로 이슈몰이를 했다.
3D 칩렛 기술은 공정이나 아키텍처 변화 없이 대용량 캐시 메모리만으로 최대 15% 이상 게임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2015년 이후 10nm(나노미터) 공정에서 앓던 몸살을 이제 겨우 털어낸 인텔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반면 인텔은 모바일(노트북)용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2종을 공개하는 데 그쳤다.
또 경쟁사인 AMD 대비 성능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애플 맥으로는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없다", "퀄컴 ACPC(올웨이즈온 PC)는 여전히 윈도10 호환성이 떨어진다" 등 다소 공격적인 주장을 쏟아냈다. 그러나 소비자가 여기에 얼마나 공감할 지는 미지수다.
■ 모바일 이어 PC 시장 품고 싶은 퀄컴
퀄컴은 올해 기조연설을 통해 "스냅드래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탑재 ACPC가 원격근무와 온라인 학습 등에 최적"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PC 수요에 편승하려는 의도다.
또 스마트폰 분야에서 오랜 기간 협력했던 삼성전자와 함께 2세대 스냅드래곤 7c를 탑재한 30만원대 보급형 노트북인 '갤럭시북 고' 2종을 공개했다. 에이서가 만든 스냅드래곤 기반 크롬북도 소개했다.
다만 윈도10 탑재 퀄컴 PC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애플리케이션 호환성이다. 작은 시장 규모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없고, 이 때문에 기기 판매 대수가 적어지는 '닭이냐 달걀이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퀄컴은 이번 기조연설에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어도비, 시만텍 등 많은 업체가 ARM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고 개발자를 위한 키트도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해 대비 크게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고민거리다.
■ AMD 라데온은 '외연 확장', 엔비디아는 "지포스나우"
이번 컴퓨텍스에서는 PC에 치우친 라데온 그래픽 기술을 확장하려는 AMD의 노력이 두드러졌다. 테슬라 모델S·모델X에 라데온 그래픽기술이 투입되는 것은 물론 올 하반기 출시될 삼성전자 엑시노스 AP에는 라데온 기반 레이트레이싱 기술이 투입된다.
반면 엔비디아는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기술인 RTX 외연 확장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2일 전세계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기조연설에서 젠슨황 CEO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인 지포스나우로 여러 기기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칩셋의 다크호스로 불리는 인텔은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고성능 그래픽칩셋 'Xe-HPG'(개발명 DG2)를 개발중이다. 인텔 칩을 단 그래픽카드가 나오면 가격 상승과 물량 부족을 겪는 PC 시장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인텔은 이번 컴퓨텍스 기간 중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픽 기술 개발 최고 책임자(부사장)인 라자 코두리가 트위터에 공개한 칩 샘플 사진이 전부다. 오는 10월 경 진행될 자체 기술 행사 '인텔온'을 위해 아껴두었다는 분석도 있다.
■ 온라인 한계 여전...내년 오프라인 개최도 미지수
컴퓨텍스 2021은 이달 말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참가 기업, 관람객은 물론 여러 나라 IT 매체 종사자들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웹사이트에 각 업체별로 전시장을 구현해 놓았지만 웹사이트 로딩이 느리고 인터페이스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전시관에서는 로딩이 지연되거나 웹브라우저가 먹통이 되기도 했다. 자연히 주목도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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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방식이 지닌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사진과 동영상은 구조나 무게감, 색상 등 직접 보고 손에 들어야 알 수 있는 정보까지 전달해 주지 못한다. 제품이나 시연을 보고 궁금한 점을 현장에서 바로 물어보기도 어렵다.
이런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오프라인 현장 개최다. 그러나 대만은 5월 중순 이후 신규 확진자 수가 매일 수백 명 대로 늘어나고 있다. 또 백신 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내년 이후 예년처럼 현장 개최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