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빅데이터, 아무것도 안하고 걱정만 할 순 없다"

정부 차원 목표 제시 유의미 근거 마련할 것…유출 우려 이해하지만 보안책 있어

헬스케어입력 :2021/06/04 07:51    수정: 2021/06/04 08:39

보건복지부가 3일 ‘보건의료 데이터‧인공지능 혁신전략’을 공개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산업인 헬스케어 분야의 대대적인 변화가 공식화됐다. 각계에서는 기대와 동시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혁신전략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바이오헬스 경쟁력 확보와 미래의료 혁신을 완성하겠다고 말한다. 혁신전략은 ▲양질의 데이터 생산 개방 ▲고부가가치 데이터 플랫폼 완성 ▲데이터 활용 혁신을 통한 성과 가속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거버넌스 확립 등 네 방향에서 추진된다. 핵심은 단연 빅데이터다.

발표는 이른바 ‘데이터3법’ 개정 등의 과정을 거치며 예견됐다. 문재인 정권 초반 추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후속으로 빅데이터와 AI 활용을 추진하리란 전망이 전문가 사이에서 계속 거론됐다. 때문에 보건의료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가 3일 ‘보건의료 데이터‧인공지능 혁신전략’을 공개했다. 추진에 따른 모호한 기대효과와 유출 위험성 등 우려에 대해 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 관계자는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픽셀)

일단 여론은 긍정적이다. 작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공익 또는 의료기술개발 활용 등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80%를 넘었다. 또 정부는 사회적 합의 과정도 계속 만들어왔다. 올해 3월 헬스케어 미래포럼과 4월 보건의료데이터 혁심포럼이 대표적이다.

우려도 존재한다. 당장 추진에 따른 기대효과가 모호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해외 사례를 들어 빅데이터 사업이 신약 후보물질 개발 등 산업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자체 근거는 갖고 있지 않다”며 “성과 축적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이 점을 알고 있다. 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 관계자는 “빅데이터의 효과에 대한 해외 사례 분석 보고서를 계량화했기 때문에 당장 기대효과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현재는 정성적 기대효과를 제시하지만, 5년 후 정량적 지표를 만들겠다는 게 정부 목표”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지난해 9월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가 신설되기 전까지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책을 단일화된 체계로 추진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단편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다보니 산업 현장에서는 일관적 추진 방향을 제시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앞선 관계자는 “데이터를 활용하고픈 사람은 많은데 쓸 만한 데이터는 없고, 데이터 보유 기관은 법에 묶여 제공할 수도 없었다”며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단일한 체계로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안할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확산이 돼야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보건의료 데이터 현황 및 가치. 복지부는 당장 기대효과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향후 정량적 지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진=보건복지부)

산업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바이오협회 황주리 미래성장부문장은 “데이터 축적에 대해 기간 및 단계별 건수 증가나 분야 확대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며 “양적 데이터 축적보다 질적 데이터 축적 방안이 실용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기별 계획에 따른 구체적인 기업 시행령을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승재 라이프시멘틱 대표도 “정부 사업은 환영하지만 한 번 예산 투입으로 끝나는 일회성 사업으로 설계되면 안 된다”며 “국민들이 본인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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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 정보인 진료 데이터 유출 우려도 여전하다. 정형준 위원장은 “데이터3법 개정 당시 개인데이터의 관리·삭제·폐기·결합 권한을 민간에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이 묵살됐다”며 “공기관인 건강보험공단과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정보가 활용되는 것도 위헌의 소지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여러 단계의 보안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 관계자는 “데이터 결합이 이뤄진 다음에 재가명처리 후에야 사용이 허용된다”며 “만약 재식별 시도를 할 경우에 대한 처벌 조항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신병력 등 예민한 건강 정보의 보안방안은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며 “데이터 보호 활용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