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가치 2조원 보건의료데이터…MB·박근혜·文까지 ‘만지작’

[이슈진단+] 보건의료빅데이터의 명암 (상)

헬스케어입력 :2021/04/28 13:03    수정: 2021/06/01 16:37

잠재가치 2조원대로 추정되는 보건의료데이터.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정부는 이 막대한 자원을 묻어만 두지 말고 적극 활용하자는 방침인 반면,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는 민감한 건강 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의 상업적 악용과 유출을 우려해 활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호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매번 서로의 견해차를 확인할 뿐, 합의점은 도출되지 못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집권 4년차를 맞은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의 후속으로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과 제도를 최종 정비하고 새로운 판을 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낼 것인가. 아니면 손대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는 위험한 불장난인가. 지디넷코리아는 2회에 걸쳐 보건의료빅데이터 활용의 빛과 그림자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시작된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사업은 현 정부에서 법제도 정비 등 사실상 제반 기틀을 상당 부분 구축했다. 정부는 미래 고부가가치 등의 이유로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이지만, 시민사회단체는 개인 정보 유출 등의 위험성을 들어 정부 기조를 반대하고 있다. (사진=픽셀)

보건의료 분야의 다양한 데이터가 서로 연계·활용되기 위한 기본 방향이 수립됐다.

보건복지부 이강호 보건산업정책국장이 27일 ‘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 로드맵’ 발표 직후 한 말이다. 복지부는 표준화를 통해 임상데이터와 유전체, 개인생성 건강데이터 사이에 연계‧통합 활용을 지원할 수 있는 표준구조와 내용에 대한 논의를 구축하겠다고 말한다. 미래의료 구현과 관련 산업도 활성화시키겠다는 사뭇 거창한 구상이었다.

이에 앞서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지난 22일 개최한 ‘보건의료데이터 혁신포럼’은 해당 사안에 대한 현 정부의 기조가 어떠한 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자리에서 강도태 복지부 제2차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빅데이터 구축과 활용 생태계 조성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고, 모든 사람이 데이터 활용의 혜택을 누리며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국가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보건의료데이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 분야가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기도 하거니와 미래 경제에서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통한 부가가치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보건의료 분석 시장은 연평균 25% 가량의 성장률이 예측되는 분야다. 각 시장조사 기관은 보건의료데이터 분석 활용을 미래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유망 분야로 주목한다.

관련해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비롯해 국·공립 및 민간 의료기관 등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보건의료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정부는 이 데이터의 잠재가치가 2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본다. 현재 해당 데이터의 극히 일부에 한해 공익적 연구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구축했고, 복지부는 가명정보의 결합 활용을 지원키 위한 보건의료분야 결합전문기관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선정한 바 있다. 아울러 건보공단은 빅데이터센터도 구축해놓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월 데이터 이용을 활성화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등 이른바 데이터 3법도 국회를 통과해, 법적 근거는 마련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나금 박사는 단기·중기·장기 관점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주장의 골자는 이렇다. 단기적으로 중개 지원 전문 인력을 키우고, 중기적으로는 안심분양센터를 구축·운영하다가 장기적으로 통합분양센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쟁점은 공익과 산업적 가치의 충돌이다. 이에 대해 보건사회연구원 강희정 연구위원은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정책 현황과 과제’를 통해 “빠른 속도의 기술 경쟁은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공익적 활용 가치와 산업적 가치 창출의 균형을 맞추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보건의료노조 등 보건의료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2017년 심사평가원의 진료정보에 대한 민간보험사 제공했던 사례를 들어, 향후 데이터 활용이 본격화되면 이와 유사한 사건은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 로그맵 추진 목표. 데이터 연계 및 활성화 걸림돌 제거란 구절이 눈에 띈다. (표=보건복지부)

■ 보건의료데이터, MB-박근혜 이어 文까지

보건의료데이터 사업은 지난 2012년 4월 이명박 정부 당시 ‘빅데이터 국가전략포럼’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해 11월말 ‘다부처 유전체 사업’이 발표된다. 8년간 복지부가 1천577억 원을 투자했던 해당 사업의 목적은 우리국민 유전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후 이듬해초까지 보건의료빅데이터 구축 계획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계획이 창조경제와 맞물려 진행됐다. 이에 따라 2013년 초부터 심사평가원과 건보공단도 진료정보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2015년 보건의료데이터 사업과 관련해 주요 로드맵이 발표된다. 바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연구’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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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2017년 초 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단’을 구성, 같은 해 7월 혁신성장 분야에 정밀의료를 추가한다. 이와 관련, 정밀의료의 선결조건이 바로 보건의료데이터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나금 박사가 제안한 ’보건의료데이터 활용혁신을 위한 중개·분양 체계 구축‘ 방안. 그림은 장기적 관점의 통합분양센터 구축 모델이다. (인포그래픽=한국보건산업진흥원)

가장 문제가 된 사건은 2017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문제제기한 사건은 심사평가원이 진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게 보험요율 산출목적으로 제공했다는 것. 그러나 이듬해 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예산 115억 원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이른다. 이어 작년 1월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복지부는 올해 4월 27일 ‘보건의료데이터 표준화 로드맵’을 발표하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