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 CJ ENM "TV 중심 콘텐츠 유통 벗어나겠다"

1분기 디지털 매출 비중 18.2%, 새 플랫폼으로 유통 다각화

“우리 스스로 방송이 최우선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혀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강호성 CJ ENM 대표가 31일 상암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인사말에서 꺼낸 이야기다. 회사 안에서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고 생각하는데, 회사 밖에서는 방송사로 보고 있다면서 꺼낸 화두다.

이날 CJ ENM은 향후 5년 간 5조원의 콘텐츠 투자 전략을 발표했다.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겠다면서 방송사 개념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발언이 이목을 끈다.

강호성 대표는 “그동안 투자를 아끼지 않아 국내 콘텐츠 넘버원 스튜디오가 됐고, 한발 더 나아가 멀티 스튜디오가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만들 웰메이드 콘텐츠는 TV 중심의 유통에서 벗어나겠다”며 “티빙이나 다른 OTT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유통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호성 CJ ENM 대표

영화는 극장을 중심으로 유통됐지만 드라마와 예능, 음악 등의 콘텐츠는 방송 중심으로 유통 전략을 펼쳐왔지만 새로운 유통 창구에 힘을 싣겠다는 뜻이다.

강 대표는 “1분기 미디어 사업의 디지털 매출 비중이 18.2%에 이른다”며 “방송 사업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이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소비자에 직접 유통하는 D2C 플랫폼 사업을 확장해 자체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런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사업 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J가 콘텐츠 산업에 진출한 26년 동안 여러 인적 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받는 방송사와 견줘 뛰어난 제작역량을 갖추는 위치에 올랐다.

콘텐츠 산업 불모지로 여겨진 국내에서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고, 아이돌그룹 BTS가 빌보드차트 정상에 올랐다. 또 여러 드라마가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강호성 대표는 CJ가 콘텐츠 산업에 쏟은 열정과 투자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강 대표는 “1995년 드림웍스에 3억 달러 투자를 시작으로 26년간 콘텐츠의 산업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콘텐츠 산업에 진출할 때부터 헐리우드 글로벌 스탠다드를 받아들였고 소비자 눈높이를 글로벌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토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되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품었다”며 “2000년 이후에만 방송 4천483개, 영화 284개, 애니메이션 87개의 원천 IP(지식재산권)를 확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