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의 Newtro] 콘텐츠 사용료로 맞붙은 IPTV 3사 vs CJ ENM…OTT가 핵심

"비상식적 인상 요구" vs "콘텐츠 제값받기"…OTT, 가입자 기반 첫 사용료 요구

데스크 칼럼입력 :2021/05/25 14:37    수정: 2021/05/25 14:37

“시청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선택권을 침해하는 비상식적 수준의 대가 인상 시도를 중단하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수준의 협의에 나서라.”(IPTV 3사)

“콘텐츠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IPTV업계의 콘텐츠 저평가 관행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때문입니다. 국내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사용료는 제작비의 3분의 1밖에 채우지 못해 광고, 협찬, 해외시장 공략에 매달리고 있습니다.”(CJ ENM)

IPTV 3사와 CJ ENM이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을 앞두고 이처럼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IPTV 3사는 IPTV와 OTT 실시간채널의 불합리한 사용료 인상 요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CJ ENM은 IPTV 3사가 콘텐츠 가격 결정에서 절대적 발언권을 가진 과점사업자란 점에서 자사의 하소연을 ‘갑질’로 매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방송업계에서 사용료 인상률을 두고 갈등을 빚은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닙니다.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오랫동안 재송신료(CPS) 협상 때마다 분쟁을 해왔고 소송까지 간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번에는 유료방송사업자의 분쟁 대상이 지상파에서 CJ ENM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더욱이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의 CPS 분쟁은 국민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해야 하는 KBS‧EBS 등 의무재송신 채널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주목받았지만 이동통신 3사와 CJ ENM의 분쟁은 지극히 민간기업 간의 협상 이슈입니다.

오히려 양측이 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앞둔 상황에서 성명서와 반박문을 내는 등 ‘국민의 시청권’ 운운하며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 어색합니다.

■ 왜 싸우는 걸까요

양측이 다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통신 3사는 CJ ENM이 IPTV에 공급하는 실시간 콘텐츠 사용료와 OTT 실시간 콘텐츠 사용료 인상률이 과도하니 이를 낮추라는 것이고, 반대로 CJ ENM은 제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IPTV는 25%, OTT는 1000% 인상을 요구했다는 게 통신 3사의 주장입니다. 이 같은 수치에 대해 CJ ENM은 “맞다”고 인정합니다. 다만, IPTV 사용료의 25% 인상 요구는 그동안 콘텐츠를 헐값에 공급하고 있어 이를 정상화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대형 콘텐츠 사업자 중 하나인 종합편성채널은 IPTV 3사에 30% 인상을 요구한 상황에서 CJ ENM만 콕 짚어 과도한 인상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억울할 수 있습니다.

IPTV 3사가 지난 5년간 케이블TV를 추월해 급성장하면서 홈쇼핑채널의 송출수수료를 연평균 39.3%씩 인상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되는 주장입니다. IPTV나 케이블TV사업자에게 있어서 가장 큰 수익은 홈쇼핑채널 송출수수료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같은 분쟁의 근본적 원인은 TV, 모바일, VOD 등 N스크린 시대의 콘텐츠 소비 행태를 모두 반영하는 통합시청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콘텐츠 사용료가 전적으로 시청률에 기반하지 않고 사업자 간 힘의 논리에 따라 결정되다보니 발생하는 일입니다.

패널로 선정한 가구에 설치된 피플미터를 이용해 집계되는 현재의 시청률은, 모바일 없이 유전전화로만 여론조사를 하는 것처럼 왜곡된 결과를 나타낼 수밖에 없습니다. 케이블TV와 달리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IPTV의 경우 정확한 시청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계기로 유료방송업계가 스스로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 TV‧인터넷 지고…힘의 승부처 된 OTT

이번에 양측이 맞붙은 가장 큰 이유는 IPTV 사업자가 제공하는 시즌, U+모바일 TV 등과 같은 OTT에 대한 실시간 콘텐츠 사용료 때문입니다.

그동안 OTT 사용료는 IPTV와 달리 가입자당 콘텐츠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IPTV의 부가서비스 개념으로 지불한 탓에 IPTV 실시간 콘텐츠 사용료에 일정 금액을 조금 더해 주는 형태였습니다.

CJ ENM이 가입자 기반의 콘텐츠 사용료를 처음 요구했고,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모수가 작다보니 1000% 인상 요구란 얘기가 나온 것입니다.

때문에 양측은 태블릿PC 등에서 부가적으로 제공되는 OTT 서비스를 IPTV 가입자로 볼 수 있는지, 별도의 OTT 서비스로 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규제당국에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인증 과정에서 태블릿 역시 IPTV 시청기기로 인증 받은 만큼 별도의 가입자로 봐야 하고, 시즌이나 U+모바일 TV도 부가서비스가 아닌 OTT에 가깝다는 유권해석을 양측에 통보했습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과거 합산규제를 할 당시에도 태블릿 가입자를 별도의 복수가입자로 카운팅을 했다”며 “때문에 콘텐츠 사업자가 N스크린 서비스에 별도의 IPTV 콘텐츠 사용료를 요구할 경우 (IPTV 사업자는) 이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IPTV 사업자가 태블릿 가입자에게 1.5회선 요금이든, 2회선 요금이든 요금은 서비스 정책에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고, (별도의 IPTV 가입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콘텐츠 사용료도 당사자 간 협상에 따라 풀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단, 정부는 CJ ENM의 요구가 지상파의 CPS처럼 요구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지만, 양측의 협상이 서로 간 과도한 요구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사업자 간 거래관계의 관행이 있는 만큼 최대한 협상을 지켜보겠다고 합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임명으로 전체회의와 법안소위를 열지 못하고 있는 국회에서도 향후 이 이슈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2소위에는 방송업계의 ‘선공급-후계약’ 관행을 고치려는 방송법‧IPTV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입니다.

그동안 PP들은 콘텐츠를 우선 공급하고 1년 뒤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정산을 해주고 있었는데 이러한 관행 때문에 제대로 된 콘텐츠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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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법의 개정 방향에 따라 양측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협상이 마무리돼야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어 양측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회 일정이 유동적이어서 금방 해결될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야당 측 국회 관계자는 “지난 13일과 20일 법안2소위와 1소위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장관 임명 강행으로 국회가 파행을 겪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여당이 합당한 사과 조치를 하지 않으면 상임위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