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가 HDD를 밀어내고 PC 기본 저장장치 위치를 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트렌드포커스)가 최근 공개한 1분기 PC용 저장장치 현황에 따르면 전체 출하량 중 SSD가 차지하는 비율은 60%를 넘어섰다.
PC 10대 중 6대가 SSD만 장착할 정도로 SSD 바람이 거세지만 기업용 대용량 저장장치에서는 아직 HDD가 우위에 있다. GB(기가바이트) 당 단가가 더 저렴하고 10TB 이상 데이터를 한 번에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초부터 주목을 모은 암호화폐 치아도 대용량 HDD 판매 추이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HDD의 가장 큰 단점인 느린 속도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용 제품도 최근 출시됐다.
■ 1분기 PC 10대 중 6대는 SSD만 장착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출하된 PC 저장장치 중 HDD는 총 6천417만 개다. 지난 해 분기당 평균 출하량은 6천470만 개 수준이었지만 올 1분기 출하량은 53만 개 가량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출하된 SSD 갯수는 9천943만 8천 개로 지난 4분기(8천 700만 개) 기준 1천200만 개가 늘었다. 1분기에 공급된 PC 10대 중 6대는 HDD를 장착하지 않은 채로 출시됐다는 의미다.
1분기 PC용으로 공급된 SSD의 제조사별 점유율은 삼성전자(25.3%), 웨스턴디지털(18.2%), 키오시아(13.3%), SK하이닉스(11.8%) 순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론과 킹스톤, 인텔 등 제조사의 점유율은 10% 미만이었다.
■ "운영체제는 SSD에, 대용량 데이터는 HDD에"
그러나 저장장치 별 전체 용량과 개당 평균 용량에서는 여전히 HDD가 앞선다. 1분기 출하된 전체 HDD 용량은 288.3EB(엑사바이트)로 18TB HDD 기준 160만 개 분량이다.
반면 전체 SSD 용량은 61.5EB로 HDD의 21% 수준이다. 저장장치 개당 평균 용량도 HDD가 4.493TB, SSD가 618.5GB로 HDD에 7배 이상 많은 데이터를 담아두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경향은 실제 소비자들의 이용 패턴과도 일치한다.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등 빠른 속도가 필요한 데이터는 SSD에, 속도가 중요하지 않은 대용량 데이터는 NAS(네트워크 저장장치) 등을 이용해 HDD에 담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 기업용 시장 '나홀로 성장'..암호화폐 "치아'도 영향
특히 기업용 시장에서 HDD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용과 가전제품용 HDD 판매는 줄었지만 기업용 고성능·고용량 HDD의 출하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수량은 전체 HDD 출하량 중 29%에 불과하지만 전체 용량은 197.16EB로 68% 이상이다.
저장장치 용량과 시간을 제공해 보상을 받는 암호화폐인 치아(Chia, XCH)도 기업용 HDD 수요를 늘리는 원인 중 하나다. 치아 채굴을 위해 동원된 저장장치 총 용량은 18일 기준 6.342EB였지만 8일이 지난 26일 현재 10.79EB로 58% 이상 늘어났다.
여기에 치아를 개발한 치아 네트워크도 최근 웹사이트 공지사항을 통해 내구도가 우수한 기업용 저장장치를 쓰라고 권고한 상황이다. 치아로 인한 저장장치 판매 증가가 본격화된 올 4월 이후 판매량에는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SSD급으로 성능 향상시키기 위한 시도도 지속
HDD는 SSD 대비 입출력 속도는 느리지만 GB당 단가는 여전히 SSD 대비 우위에 있다. QLC SSD가 데이터센터용으로 출시되고 있지만 가격은 같은 용량 HDD의 2배 이상이다. 속도를 보완할 수 있다면 HDD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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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게이트가 얼마 전부터 기업 대상으로 공급에 들어간 '마하.2 엑소스 2X14'는 한 드라이브 안에서 헤드가 2개 움직이도록 해 읽기/쓰기 성능을 SATA3 SSD 수준인 최대 520MB/s까지 끌어올렸다.
씨게이트는 2017년 말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HDD 안에 헤드를 2개 탑재해 기록하는 기술을 연구해왔다. 데이터센터 등에 이 제품이 보급되면 QLC SSD 등의 등장으로 위치를 위협받던 HDD의 입지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