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픽의 운명, 앱스토어 '시장'에 달렸다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여러 플랫폼 중 하나 vs 독립된 왕국

데스크 칼럼입력 :2021/05/25 15:27    수정: 2021/05/25 22:0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4일(현지시간) 최후 변론을 끝으로 애플과 에픽게임즈 간의 앱스토어 소송 심문절차가 모두 끝났다. 남은 것은 최종 판결. 두 회사의 운명은 재판을 주관한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의 결정에 달렸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애플의 시장 지배적인 지위 남용 여부다. 앱스토어 운영자로서 앱 배포 및 결제 과정을 독점하고, 경쟁을 방해했는지 여부가 판단의 잣대다. 30% 인앱결제 수수료는 그 다음 문제다.

그렇다면 로저스 판사는 어떤 기준으로 판결을 할까?

(사진=씨넷)

앱스토어 시장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가능성이 많다. 애플 앱스토어를 '독립된 시장'으로 간주할 경우 독점행위가 인정될 여지가 많아진다. 반면 거대한 시장의 한 부분이라고 해석하면 독점 횡포란 논리가 성립되기 힘들다. 

그 때문일까? 아스테크니카, 프로토콜 등 외신들에 따르면 두 회사는 24일 열린 최후 변론에서도 두 회사는 이 부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에픽 'iOS 왕국의 절대 권력자' vs 애플 '구글 등과 경쟁' 

에픽은 이번 소송의 쟁점을 'iOS용 앱을 위한 시장'에서 벌어진 문제라고 주장한다. iOS 앱 시장에서 애플이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앱 다운로드부터 인앱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애플의 생각은 다르다. 그런 주장은 iOS가 운영되는 방식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애플은 앱스토어가 모바일 시장 점유율이 훨씬 더 큰 안드로이드와 경쟁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뿐만이 아니다. 게임 콘솔과 스팀 같은 PC 생태계 역시 앱스토어의 경쟁 상대라는 게 애플 주장이다. 

(사진=씨넷)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애플은 “지금은 1990년대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이 단일 컴퓨팅 기기 갖고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 아이폰 이용자들은 대부분 데스크톱PC나 맥, 노트북, 콘솔 같은 기기들을 같이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가 시장 개념 규정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반독점 소송에선 시장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다른 IT매체인 프로토콜는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가 에픽의 시장 규정을 받아들일 지 여부가 이번 소송의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보니 두 회사는 3주간의 공판기간 내내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애플은 구글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나 소니 같은 기업들과도 경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에픽은 애플이 ‘앱스토어’란 폐쇄된 생태계의 절대군주나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팀 쿡 압박했던 로저스 판사, 최종 결정은?

로저스 판사의 행보도 흥미롭다. 그는 21일 증인으로 출석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경쟁과 소비자 선택 관련 부분을 집중 질문했다.

“애플이 게임 이용자들에게 더 저렴하게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게 어떤 문제가 있는가?”라면서 팀 쿡을 압박했다.“안드로이드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팀 쿡의 답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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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

로저스 판사는 반독점 소송의 판단 잣대가 될 앱스토어 시장을 어떻게 정의할까? 에픽 주장대로 독립된 시장이라고 판단할까? 여러 선택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애플 논리에 힘을 실어줄까? 

이 질문 속에 애플과 에픽의 운명이 걸려 있다. 결국 문제는 '시장'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