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픽 소송 판사, 팀 쿡 왜 강하게 압박했나

앱스토어 관행 추궁…美매체 "애플 정책 가혹하다 판단한듯"

홈&모바일입력 :2021/05/24 14:31    수정: 2021/05/24 16:1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애플과 에픽게임즈 간의 앱스토어 소송이 24일(이하 현지시간) 종료된다. 이번 소송 승패에 따라선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바뀔 수도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재판을 주관하고 있는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막판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프로토콜이 23일 보도했다.

백미는 증인 심문 마지막날인 21일 공판이었다.

이날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팀 쿡을 상대로 10분 가량 날선 질문을 쏟아냈다. 로저스 판사는 특히 앱스토어 비즈니스 모델과 개발자와의 관계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팀 스위니 에픽 CEO와 팀 쿡 애플 CEO

팀 쿡에게 10분 이상 질문…서드파티 앱 불허 집중 추궁

총 15차례 공판을 진행한 로저스 판사는 단일 증인에게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질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프로토콜이 전했다.

이번 소송은 배심원 없이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가 단독 진행했다. 현재로선 로저스 판사가 어느 쪽 손을 들어줄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프로토콜은 “로저스 판사가 팀 쿡을 상대로 한 심문을 통해 애플의 30% 수수료와 함께 개발자들이 (앱스토어) 바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지 못하도록 하는 애플의 규칙이 가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심문 초반 앱스토어 매출의 절대 다수가 게임업체들의 인앱결제를 통해 나온다는 점을 인정하도록 만들었다.

이후에도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애플이 게임 개발자들을 공정하게 대우했는지 여부에 대해 불편한 질문을 쏟아내면서 팀 쿡을 압박했다고 프로토콜이 전했다.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

특히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애플이 ‘서드파티 앱스토어’를 허용하지 않는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그는 “특히 게임 이용자들에게 더 저렴하게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게 어떤 문제가 있는가?”라고 압박했다. 에픽이 ‘포트나이트’ 앱 내에서 다른 결제 방법이 있다는 것을 홍보한 것이 이번 소송의 시발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꼭 필요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 팀 쿡은 “이용자들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로저스 판사는 “더 저렴한 배틀패스나 V-벅스를 원하는 이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데 문제가 있냐”고 또 파고 들었다. 배틀패스오 V-벅스는 포트나이트에서 유통되는 아이템과 화폐다.

이 대목에서 팀 쿡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지적재산권 투자에 대한 수익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앱스토어 비즈니스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이해한 상태에서 팀 쿡에게 날선 질문을 쏟아냈다.

특히 애플이 인앱결제에 대해 30% 수수료를 부과하는 부분에 대해선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는 웰스파고 같은 은행 앱에 대해선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은 점을 들어 “결국 게임업체들이 웰스파고에 보조금을 주는 셈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프로토콜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해주면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자 중 한 명이 홍보 담당자가 미리 잘 준비된 원고 없이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게 만드는 것은 굉장히 보기 드문 풍경이다”고 지적했다.

3주 간 모든 심문 절차 마무리…최종 판결엔 시간 걸릴 듯 

애플과 에픽 간의 소송은 3주에 걸쳐 총 15차례 공판이 진행됐다. 이번 공판에선 팀 쿡과 팀 스위니 등 두 회사 CEO까지 모두 출석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두 회사 소송은 24일 최후 변론을 끝으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배심원이 없기 때문에 평결 없이 곧바로 판사의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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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종료됐지만 판결이 금방 나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이미 최종 판결까지 짧으면 수 주, 길면 수 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기 때문이다.

로저스 판사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이 상당히 가혹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