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스토어 소송 증언대에 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노회했다. 중요한 쟁점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핵심 질문들을 피해갔다.
막판 담당 판사인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가 날선 질문을 던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질문들은 피해가기 전략으로 일관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속개된 애플과 에픽게임즈 간의 앱스토어 소송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번 재판의 핵심 증인인 팀 쿡 애플 CEO가 출석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팀 쿡은 이날 “에픽의 주장에 강하게 반박하는 대신 정교하게 준비한 듯한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면서” 많은 팩심 질문을 피해갔다.
이날 애플 측 변호인들은 주로 앱스토어가 어떤 점이 뛰어나며, iOS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팀 쿡은 개발자들과의 일부 갈등은 인정하면서도 그들을 잡아두기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모르쇠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고 테크크런치가 전했다.
팀 쿡은 앱스토어에 어느 정도 예산이 할당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애플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150억~200억 달러 가량의 R&D 비용을 지출했다. 하지만 팀 쿡은 개별 상품에 대해 얼마를 할당하는 식으로 예산 집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앱스토어 관련 예산은 알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테크크런치는 “애플 같은 회사는 제품과 연구 개발에 얼마를 쓰는 지 낱낱이 알고 있다”면서 “쿡의 이런 답변은 합병하진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앱스토어 수익 관련 부분도 비슷한 전략으로 피해 갔다. 쿡은 애플의 연간 매출이 2천750억 달러에 수익 마진이 21%라고 밝히면서도 앱스토어 만의 수입은 계산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구글은 iOS 기본 검색 엔진으로 사용하도록 한 계약에 대해서도 팀 쿡은 “구체적인 숫자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답변으로 피해갔다.
테크크런치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해주면서 “세계 최대 기술기업 CEO가 또 다른 최대 기술 기업과 10년 가량 수 십억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는데 구체적인 수치를 잊었다고 말한다면 믿겠는가”라면서 팀 쿡의 성의 없는 답변 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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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송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팀 쿡의 증언은 결국 ‘소문난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고 외신들이 평가했다. 테크크런치는 “이번 재판에선 깜짝 놀랄 증언이나 ‘스모킹 건’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배심원 없이 판사 단독으로 진행했던 이번 소송은 24일 종료된다. 하지만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짧게는 수 주, 길게는 수 개월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