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놓고 갈등 최고조…"이익공유형 사업만이 답 아냐"

부산 청사포 해상풍력사업, 반대 여론에 좌초…市 "주민수용성 우선"

디지털경제입력 :2021/05/04 17:28    수정: 2021/05/04 17:28

재생에너지 업계가 부산 청사포 해상에 들어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둘러싼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 측이 주민수용성 해결을 위해 이익공유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나섰음에도 주민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서다.

그동안 사업 인·허가를 내준 지자체가 막판 적극적인 개입을 피하면서 기업과 주민 간의 갈등으로 번진 모습이다. 재생에너지 입지 발굴을 위해 주민참여형 이익공유 사업을 적극 홍보하고 추진하는 정부 정책이 정작 현장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의회는 청사포 해상풍력사업과 관련, 지난 3일 오후에 진행할 에정이었던 주민회의를 취소했다.

구의회는 당초 지난달 22일 해상풍력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자 구의회 차원에서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지만, 사업자의 요청으로 찬반 의견을 함께 들어보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앞바다에 조성 예정인 40M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조감도. 사진=지윈드스카이

"아름다운 청사포 해변에 풍력발전기 웬 말"…주민들 '결사 반대'

청사포 해상풍력사업은 청사포 인근 바다에 40메가와트(M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지역 해상풍력 개발업체인 지윈드스카이와 한화투자증권이 공동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윈드스카이는 이 곳에서 연간 약 3만5천세대의 전기 사용량인 10만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윈드스카이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획득한 시점은 2017년 9월이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업체가 지질조사를 위해 기초지자체인 부산 해운대구에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신청하면 이후 공사 착수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공사를 앞두고 사업 인허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반대 여론이 폭발했다. 청사포 앞바다 인근 지역주민들이 안전성 논란과 자연훼손을 이유로 들며 사업 추진에 반대하고 나섰다. 일부 주민은 사업 반대 대책 위원회를 결성, 1인 시위와 집회를 통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업체 측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해운대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사업 추진위원회 측은 3일 구의회가 일방적으로 주민회의를 취소한 데 대해 공식 항의하는 한편, 의견청취 재개를 촉구했다.

위원회는 "지윈드스카이는 그동안 주민 설명회, 어민 설명회, 방송홍보 캠페인, 신문홍보 등을 통해 청사포 사업에 대해 알려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대 측의 일방적인 '깜깜이 추진'이란 주장이 있어, 의견청취 자리에서 건전한 토론을 통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구의회와 반대 측의 밀실 정치로 무산됐다"며 "구의회는 청사포 해상풍력 사업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의견청취 자리를 조속히 마련하라"고 했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 사진=산업부

수용성 해결 '매뉴얼' 이익공유제, 지역 반응은 미지근

주목할 점은 업체 측이 사업 운영 중 개발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연금형 주민이익공유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사포 해상풍력사업에 반대하는 한 주민은 "인허가를 내준 부산시와 산업부, 환경부 등 모두의 책임"이라며 "지난 수년간 '깜깜이 사업'으로 운영해오다가 주민수용성 문제에 이익공유제 사업이라고 포장하면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도 "(해상풍력단지가) 이익공유제는 커녕 세금만 축내는 흉물로 전락할 것"이라며 "아름다운 바다 경관을 해치는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참여형 발전사업은 지역 주민이 사업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거나 발전용 부지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 사업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도 포함돼있다. 에너지 보급 주체를 외지 사업자에서 주민참여 유도로 전환한 것이 핵심인데, 수용성을 높이려면 국민 참여가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힘든 것이 주민들의 반발"이라며 "주민과 발전 이익을 나누는 주민참여형 사업은 정부가 적극 독려하는 '매뉴얼'과도 같은데, 현장의 반응은 참 미지근하다. '돈으로 해결하려 하느냐'는 외침도 있는데 정부는 이러한 점을 잘 모른다. 참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한편, 관할 기초지자체인 해운대구는 최근 부산시와 산업부에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기 전까지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시 역시 주민수용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굳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시의 어디가 됐든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은 시 차원에서 중요한 전략적 사업"이라면서도 "해상풍력은 주민 수용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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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부산은 인근 해역에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면 여러 가지 과학적 검증도 필요하고, 주민들 불안을 해소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주민수용성이 이 사업의 조건"이라고 했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가 풍력업계의 가장 큰 고민인 주민수용성 해결에 적극 개입하려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재생에너지 비중 제고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체에 인허가를 내주고 정작 사업을 본격 추진하려면 주민 반대에 부딪히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