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법 위반 '이루다', 과징금 5천만·과태료 5천만

AI 기업 제재 첫 사례…개인정보위 "스캐터랩, 카톡 대화 가명처리 전혀 안해"

컴퓨팅입력 :2021/04/28 14:00    수정: 2021/04/28 16:21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개발사인 스캐터랩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 5천550만원, 과태료 4천780만원이 부과됐다.

개인정보위는 28일 제7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시정조치를 의결했다.

이는 AI 기술 기업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처리를 제재한 첫 사례다. 개인정보위는 이번 제재를 통해 기업이 특정 서비스를 목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자의 명시적 동의 없이 다른 서비스를 위해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이를 통해 AI 개발과 서비스 제공 시 올바른 개인정보 처리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루다.(사진=이루다 페이스북 페이지)

개인정보위 조사 결과, 스캐터랩은 자사 앱 서비스인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에서 수집한 카카오톡 대화를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페이스북 이용자 대상 챗봇 서비스인 이루다 AI 개발과 운영에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캐터랩은 이루다 AI 모델의 개발을 위한 알고리즘 학습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에 포함된 이름, 휴대전화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암호화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는 이용자 약 60만명의 카카오톡 대화 문장 94억여건을 이용했다. 

이루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는 20대 여성의 카카오톡 대화 문장 약 1억건을 응답 DB로 구축하고, 이루다가 이 중 한 문장을 선택해 발화할 수 있도록 운영했다.

스캐터랩은 이루다 서비스 개발과 운영에 이용자의 카카오톡 대화를 이용한 것에 대해,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 개인정보처리방침에 ’신규 서비스 개발‘을 포함해 이용자가 로그인함으로써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개인정보위는 이용자가 이같은 목적에 동의한 것으로 어렵다고 봤다. 이런 조치만으로는 이용자가 이루다 개발과 운영에 카카오톡 대화가 이용될 것에 대해 예상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또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등 이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스캐터랩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을 벗어나 이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개인정보위 전체회의

스캐터랩이 개발자들의 코드 공유 및 협업 사이트인 '깃허브'에 지난 2019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름 22건(성은 미포함), 지명정보(구·동 단위) 34건, 성별, 대화 상대방과의 관계(친구 또는 연인)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 문장 1천431건과 함께 AI 모델을 게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가명정보를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하면서 정보 주체 특정에 사용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의2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개인정보위는 조사 과정에서 정보주체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 등 추가 위반사실도 확인했다. 이루다 관련 사항을 포함, 총 여덟 가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해 스캐터랩에 과징금과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스캐터랩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항에 대한 행정처분

윤종인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이루다 사건은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논쟁이 있었고, 매우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정됐다”면서 “이번 사건은 기업이 특정 서비스에서 수집한 정보를 다른 서비스에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 정보 주체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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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본 건에 대한 처분 결과가 AI 기술 기업이 개인정보를 이용할 때에 올바른 개인정보 처리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되고 기업이 스스로 관리, 감독을 강화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위는 AI 기술 기업이 스스로 개인정보 보호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AI 개발자나 운영자가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AI 서비스의 개인정보보호 자율점검표'를 발표하고 현장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