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뉴딜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5G 서비스가 품질과 요금 등의 이슈에 묻혀 세계 최초 상용화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으로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등 기반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상용화 초기상황과 달라진 게 없는 탓이다.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바탕으로 5G 장비 시장에 삼성전자가 이름을 올리고, 한국의 ICT 대표 브랜드로 이름값을 했지만 실효성 있는 성과에서는 미진하다. 첫 5G 서비스를 개시했음에도 여전히 킬러 콘텐츠와 기업용 시장에서의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미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상용화 2년을 맞아 5G 가입자는 전체 이동통신가입자의 약 20%에 이르는 1천360만명(2월말 기준)을 넘어섰지만, 부족한 커버리지 탓에 5G 단말은 ‘LTE 우선모드’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의 평점 역시 상용화 1년차에 평균 A학점을 줬던 것에 비해 2년차에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B+를 주는데 그쳤다.
김남 충북대 교수는 “5G를 내세워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는 의미는 있지만 서둘러 상용화를 했고 5G의 장점만을 부각한 탓에 소비자들에게 환상만을 심어준 측면이 있다”며 “초기 서비스가 아니라 목표를 얘기한 것인데 이것이 소비자들의 기대치와 일치하지 않는 결과가 최근의 상황”이라고 평했다.
■ LTE 보다 요금 낮아졌지만...5G에 뿔난 소비자들
최근 5G 이용자들 중 일부는 집단소송에 나서고 있다. LTE와 별반 차이 없는 품질임에도 요금은 비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여전히 실내 등 음영지역이 많아 5G 우선모드로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 이들이 소송에 나선 배경이다.
일단 통신사들은 2019년 5G 상용화 이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년간 16조2천억원 설비투자를 집행해 2017~2018년 10조8천억원 대비 149% 늘어난 투자를 했고, 내년까지 누적 약 2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상용화 초기기인 만큼 조금 더 지켜봐 달라는 의미다.
또, 5G 상용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중저가 요금을 신설하는 요금제 개편과 온라인 요금제를 신설하는 등 현재는 LTE 요금제와 비교했을 때 5G 요금제가 저렴하거나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통신사들의 설명이다.
김남 교수는 “5G에서 제대로 된 속도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3.5GHz와 28GHz 두 개의 주파수가 모두 활용돼야 한다”며 “아직 28GHz 구축되지 못한 상태이고 이를 지원하는 단말조차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LTE와 5G를 병행 사용하는 LTE 기반의 5G인데 NSA(None Standard Alone)가 아닌 SA(Stand Alone)가 돼야 속도라든지, 초저지연 등의 5G 특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1~2년 만에 구현되긴 어려웠고 통신사들의 투자 여력을 감안할 때 앞으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3G에서 LTE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소비자가 확연한 서비스 차이를 소비자가 느꼈지만 LTE에서 5G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NSA를 기반으로 서비스되고 있다는 점이 충분히 설명돼야 했다”고 말했다
또 “요금제 역시 헤비유저들에게는 5G가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데이터 소량 이용자들에게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이 두 부분을 달리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28GHz‧기업시장 발굴 걸음마…“B2B 규제 달리해야”
앞서 언급한대로 소위 ‘찐 5G’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밀리미터파 주파수인 28GHz까지 활용해 SA 방식의 5G가 구축돼야 하지만 통신사들은 투자여력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통신 3사는 28GHz 주파수를 2018년 12월부터 이용기간 5년에 총 6천223원의 이용대가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설비투자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28GHz를 지원하는 장비와 단말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요처 없이 투자만을 강행하는 것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망 구축 이행계획에 따라 각사가 1만5천개의 28GHz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B2B 시장의 비즈니스 발굴에 애를 쓰는 상황이고, B2C에 28GHz 구축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28GHz 구축에 있어 투자 압박만을 할 게 아니라 B2B 시장의 규제를 달리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면서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3.5GHz를 활용하는 B2C의 보편적 서비스와 B2B를 대상으로 하는 28GHz의 규제방식은 달라야 한다”며 “통신사가 B2B에서는 특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슬라이싱이 가능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 교수는 “지난해 정부가 2G~4G용 주파수를 재할당 하면서 이를 저렴하게 할당해야 함에도 5G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조건의 인센티브를 내걸어 재할당했다”며 “28GHz도 수요가 적은 곳에 공동구축을 하도록 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교수는 “28GHz를 3.5GHz와 똑같은 방식으로 구축하면 차별화된 서비스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28GHz를 활용해 쓰겠다는 곳도 없고 시장 상황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추진 취지는 이해하지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조건적인 드라이브만 한다면 28GHz를 엉뚱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통신사는 온라인으로…유통규제 힘 잃는 정부
지난 한 해 동안 통신사들이 유통구조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통신시장에 불고 있는 새 변화다. 코로나19로 비롯된 비대면 문화가 통신 유통시장에까지 확산된 이유도 있지만 유통비용 감소를 통해 투자와 요금인하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때문에 통신 3사 모두 온라인 유통구조를 넓혀가기 위해 온라인 요금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무인점포까지 오픈했다.
전문가들도 기존 대리점‧판매점 위주의 유통구조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정부가 오프라인 유통망의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역시 새로운 유통구조 변화에 맞춰 존치 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유통규제 방향성에 대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신사가 온라인 유통으로 전환하는 것에 맞춰 알뜰폰 정책의 변화도 요구했다.
김남 교수는 “유통구조의 변화는 옳다 그르다를 떠나 그 방향성대로 가고 있고 온라인을 통한 자급제 이용 가입자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며 “통신사 역시 유통점을 줄이지 않고는 가격을 낮출 수 없는 구조이고 다만, 몇 십 만명의 일자리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할 시스템을 갖춰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알뜰폰은 통신요금을 낮추기 위해 한시적인 필요에 의해 도입됐고 이러한 정책을 지지했지만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강조하기는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아직은 5G에 대한 요금이 비싸다 보니까 데이터 소량 이용자를 중심으로 알뜰폰에 대한 수요가 있고 가격 차별성도 있다”면서 “통신사가 온라인으로 유통구조를 변화한다 해도 데이터 수요에 대한 타깃층을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인기 교수는 “현재의 유통구조는 단말과 요금제를 묶어서 판매이고 복잡하다보니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변화가 필요하다”며 “요금제를 간소화하고 합리적인 가격비교를 통해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면 온라인이 접근성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전히 단통법에 대해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면 어떤 것에 허점이 있는지 손 볼 필요가 있다”면서 “알뜰폰 역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설자리가 잃을 수밖에 없고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제도적 한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민수 교수는 “세대가 바뀌고 있고 온라인 거래는 확장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현재도 휴대폰 박스만 개봉해도 반품이 되지 않는 등 온라인 가입에 있어서 어떻게 소비자보호를 할 것인지 제조사와 통신사의 귀책사유도 명확히 하고 사업자에 의존하지 않고 요금을 비교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단통법의 존재 이유는 유통에서의 이용자 차별 방지와 사업자 간 경쟁을 높여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요금과 단말가격을 낮추는 것인데 이것에 대한 검증이 없었다”면서 “이용자 차별은 단통법에 의존하되 사업자들에게 기기변경과 번호이동에 대한 마케팅에 대해서는 자율적 권한을 주면서 이용자 후생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대선 통신비 인하 이슈 코앞인데…해법은
향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질 정치권의 통신비 인하 압박에 대해 전문가들은 막무가내식 통신비 인하 요구는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정부가 긴 안목의 로드맵을 갖고 통신정책을 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네트워크 사업자가 주파수를 정부로부터 임대해 사용하고 통신요금을 받던 시대가 지나고 플랫폼과 콘텐츠에서 비롯된 대용량의 데이터 활용이 통신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근거 없는 주먹구구식 요금인하보다는 합리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기본료 1천원 인하와 같은 방식은 소비자들은 요금인하를 체감하지 못한 체 통신사의 재정구조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신민수 교수는 “통신비가 가처분소득 대비 비중이 높다는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발생했느냐, 과거 가격 대비 사용량에서 요금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가격만 변화한 게 아니라 사용량도 변화한 만큼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단말 사업자가 어떻게 사회적 비용을 분담하고 참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과거 음성기반 네트워크 시대의 요금제 구조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 교수는 “온 가족이 지불해야 하는 가계통신비와 단말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통신사 역시 통신이 캐시카우가 되는 시대는 갔고 새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찾고 있는 상태”라면서 “대선에 임박하면 또 다시 인위적인 통신비 인하 압박이 이어지겠지만 이보다는 적절한 요금인하 정책으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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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교수는 “이동통신에 대한 요금도 결국에는 유선과 비슷한 구조가 될 것”이라면서 “과거 초고속인터넷도 처음에는 속도에 따라 가격이 달랐지만 정액제 형태가 됐고 이동통신 역시 회선당 요금으로 통일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인기 교수는 “근거 없이 요금을 내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해외의 요금 수준은 어떤지 비교해보고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