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정책 C학점...진흥과 규제 엇박자

[혁신성장 정책 4년 성적표]③게임

디지털경제입력 :2021/04/28 09:15    수정: 2021/04/28 16:23

문재인 정부의 게임 정책은 일관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3년차엔 규제 완화로 환영을 받았다면 4년차인 지난해에는 진흥과 규제에 방향타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게임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게임법 전부 개정을 통해 산업 진흥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지만, 업계에 실망만 안겨주기도 했다. 정부입법이 아닌 국회입법이었고, 개정법을 통해 규제에 초점을 맞춘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는 의견이 다수여서다.

물론 기존 규제의 완화를 인정하는 분위기는 있었다. 다만 이 역시도 새 규제로 낡은 규제를 밀어내는 듯한 정부의 정책 수립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K게임 육성을 위한 정부의 게임 진흥과 규제 완화는 자물쇠에 잠긴 것처럼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또한 코로나19로 맞게 된 디지털전환 시대에 시의적절한 신게임융합기술 및 게임연구자에 대한 지원책도 부실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올해로 문제인 정부가 출범한지 5년차다. 황희 장관이 새롭게 문체부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게임 정책 평가를 바탕으로 산업 진흥을 다시 살펴봐줄지에 업계의 관심이 더욱 쏠릴 것으로 보인다.

기존 규제 완화에 게임 산업 진흥 5개년 계획 발표까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게임업계는 산업 진흥과 규제 완화에 어느 때보다 기대했었다. 다양한 진흥과 규제 완화로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다.

규제 완화로 보면 3년차부터 지난해 4년차에는 성인 대상 PC 게임 결제 한도 폐지와 웹보드 게임 1일 결제 한도 폐지, 아케이드 게임 규제 완화 등으로 업계의 기대에 일부 부응하기도 했다.

또한 이스포츠 선수 보호를 위한 표준계약서가 제정됐고, 강제적 셧다운제 완화 등을 추진한다는 희소식도 있었다.

박양우 문체부 전 장관이 지난해 5월 게임산업진흥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업계는 지난해 5월 문체부가 공개한 게임 산업 진흥 5개년 계획에 환영의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5개년 계획의 4대 핵심 전략은 적극적인 규제 개선, 창업과 해외 진출 지원, e스포츠 육성, 게임 산업 기반 강화였다.

여기에 지금은 물러난 박양우 전 문체부 장관이 5개년 계획 발표 이후 주요 게임사와의 간담회 자리서 세제 혜택 등에 대한 말을 꺼내 박수를 받았다.

게임사의 세제 혜택 부분은 과세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당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알려졌던 만큼 현실화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규제 완화 기조에 이상 징후...게임진흥법->게임사업법으로 규제?

정부의 게임 진흥 정책에 부풀었던 업계. 이는 1년도 안돼 실망으로 바뀐다. 지난해 2월 문체부가 공개했던 게임법 전부 개정안 초안이 약 10개월만에 국회에 발의됐기 때문이다.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의 핵심은 ▲등급분류 절차 간소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 ▲비영리 게임 등급분류면제 ▲중소 게임사 자금 지원 ▲경미한 내용수정신고 면제 ▲위법 내용의 게임 광고 금지 ▲해외게임사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등이었다.

개정법의 핵심 법안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운 진흥은 실종됐고, 기존 규제에 새로운 규제를 덧붙였다는 게 업계와 협단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중론이었다. 

이미 기존 게임진흥법이란 이름을 게임사업법으로 바꾼 것 자체가 규제법의 의미가 크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밝혔다는 시각도 있었다. 개정안 연구용역에 참여한 김상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초안 공개 직후 토론회에서 “비슷한 진흥법을 분석한 결과 규제가 많아서 게임사업법으로 바꿨다”고도 했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무엇보다 중국 판호(서비스 허가권)와 WHO 게임 질병 코드 등 대외악재에 대응해야는 상황에 국내 게임사를 겨냥한 새로운 규제법을 만드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못한 명백한 실수란 목소리도 들렸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법안 발의 후 약 2개월 만인 지난 2월 개정법에 과도한 규제 조항이 다수 포함됐다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협회 측의 의견서를 보면 각 조항별로 문제를 꼬집었다(한국게임산업협회 "게임법 개정안, 진흥 아닌 규제로 쏠려"). 불명확한 개념 및 범위 표현과 기존에 없던 조항을 신설해 의무를 강제한데다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하는 새로운 규제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게임진흥법이 아닌 게임사업법으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분명하다. 게임 개정법이 정부입법이 아닌 국회입법으로 넘어간 것은 진흥이 아닌 규제법임을 방증한다. 정부입법이었다면 규제영향분석과 자체 심사의견 등 규제심사를 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주도해 게임 산업을 규제한다는 말은 듣기 싫었을 것이다. 발의된 개정법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해 공포된다면 규제 신설과 완화가 뒤섞여 혼란은 가중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개정법은)국내 게임사를 단속하고 규제하기 위해서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며 "판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해외게임사의 국내대리인 지정제도는 허점이 많아 실효성도 없다. 해외게임사와 역차별 문제는 정부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판단된다. 이런 상황에 진흥은 실종됐고, 규제는 강화되는 분위기여서 답답하다"라고 밝혔다.

기술 발전은 빠른데, 정부 조치는 거북이걸음...게임융합기술 진흥 정책 부재

진흥과 규제에 엇박자를 내고 있는 정부는 여전히 글로벌 트렌드에도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블록체인 게임 정책이다.

정부는 지난해 블록체인 게임 정책과 관련해 게임아이템 자산화와 거래소 운영 외에도 등급분류 세부기준 등 정책을 수립한다고 밝혔었지만 아직 깜깜 무소식이다. 그러다보니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사행성을 이유로 블록체인 게임물의 등급을 보류하거나 거부하면서 일부 게임사들이 고사 직전까지 몰렸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게임사는 해외에 게임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에서는 문제가 없는 게임이 유독 국내서만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었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문체부가 산업 진흥과 규제 완화 등에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블록체인 게임 등 신기술 기반 정책 수립에는 발 빠른 대응을 못하고 있어 아쉽다"며 "블록체인 게임사들이 많이 힘든 상황이다. 기술로 글로벌 게임사와 경쟁해야할 때 정책의 부재로 생존에 위협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황 협회장은 "정부는 글로벌 트렌드와 신기술에 맞는 정책에 관심을 더 기울여 주셔야한다. 기술 발전의 속도에 정부가 발맞춰주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빠른 정책 수립을 주문했다.

확률형아이템 정책과 한국게임진흥원 설립 추진, 게임융합기술 진흥 등이 부족했다는 의견과 함께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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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동양대 교수.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 정책은 일반론으로는 순항 중이지만, 각 별개 건으로 보면 디테일에 아쉬움이 있다. 확률형아이템 이슈는 이용자들이 나서기 전 선제적 대비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는데, 결과적으로 정부는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한국게임진흥원 재건에 대한 당정 간 이견도 아쉽다.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의 정의 규정에 게임을 포함해 올바른 게임 문화 확산을 위한 법적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이어 "디지털전환 시대에 맞는 신게임융합기술 및 게임연구자에 대한 지원책도 살펴봐야한다. 게임 기반 디지털치료제 분야 등 게이미피케이션(게임융합) 신기술에 대한 구체적 지원이 문체부 5개년 게임발전 계획에 빠져 아쉽다"며 "미래 준비가 필요하다. 게임신기술 연구 및 게임소재 다변화에 대응하려면 게임연구자(석박사급)에 대한 체계적 지원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