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채권 발행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앞서 내실을 다지기 위함이다. 더욱이 올 들어 국고채 등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각 보험사로서는 자본 확충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이달 중 2천1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미래에셋생명도 1천500억원 ESG 인증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후속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울러 KB손해보험도 상·하반기 총 8천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키로 결정하고 시기 등 세부적인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가 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은 일차적으로 자본을 늘려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적기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수치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한다.
특히 IFRS17과 현행 RBC 제도를 대체할 K-ICS의 시행이 임박한 만큼 보험사는 자본금을 더 쌓아야 한다. 이들 모두 보험 자산과 부채(지급할 보험금)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가용자본을 측정하는 게 핵심이라, 새로운 환경 아래에선 부채가 늘고 지급 여력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전환한 것도 보험사를 움직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시장금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최근 1.6%대에서 움직이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보험사 입장에서 봤을 때 금리 상승이 반길 만한 일은 아니다. 운용자산이익률이 올라 투자이익은 늘겠지만, 보유한 채권의 가치 하락에 채권평가익이 내려가면서 가용자본은 줄어드는 탓이다. 또 채권을 높은 금리로 발행해야 하는 만큼 더 많은 자금 조달 비용도 요구된다.
이에 각 보험사는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데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일례로 미래에셋생명은 이번에 발행할 후순위채에 대해 보험업계 최초로 ESG 인증을 획득한다. ESG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 등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녹색채권과 사회적 가치창출 사업에 투자하는 사회적 채권, 두 가지를 혼합한 지속가능채권으로 나뉘는데 미래에셋생명은 지속가능채권 인증을 받기로 했다. ESG채권에 대한 높은 인기로 자금 조달이 더욱 수월할 것이란 점을 고려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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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채 발행이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각 보험사의 RBC비율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KB손해보험(작년말 177.6%)의 경우 약 20%p, 메리츠화재(211.5%)는 12%p, 미래에셋생명(224.7%)은 14%p 상승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발행에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 만큼 보험사로서는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올해도 자본을 확충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