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오랜 기간 가입자 유치를 위한 유인책으로 내세워온 ‘30일 무료체험’ 프로모션을 7일 국내에서도 종료했다.
넷플릭스는 이미 지난 2019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30일 무료체험 프로모션을 중단해왔다. 그러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그리스, 세르비아 등을 끝으로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해당 프로모션을 종료했다.
전 세계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으나, 북미 지역의 경우 신규 가입자 수 증가율이 둔화되는 추세다. 아직까지 아시아, 중동 지역 중심으로 신규 가입자 유입이 활발하다. 그러나 OTT 서비스들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30일 무료체험 프로모션으로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들어진다.
이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넷플릭스가 내부적으로 계획한 30일 무료체험 종료 시점에 다다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이 가입자들을 기반으로 30일 무료체험 프로모션을 종료해 수익률을 극대화 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오랜 숙제, 가입 증가세 둔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서비스 한다.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 수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후 급격히 늘어 지난해 말 기준 2억366만명에 달한다. 가입자 순증치는 지난해 3천657만명으로 2019년(2천783만명) 대비 31% 증가했다.
그에 따라 지난해 매출은 2019년 보다 24% 늘어난 250억달러(28조원), 영업이익은 76% 증가한 46억달러(5조1천500억원)로 집계됐다.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 HBO, 훌루 등 OTT 전쟁이 극심한 미국에서 신규 가입자 유치가 힘들어진 반면, 글로벌로는 다양한 국가를 타깃으로 오리지널콘텐츠를 공급하며 가입자를 모아왔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다. 국내 가입자 수는 지난 2월 기준 1천만명을 돌파,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아이지에이웍스 조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지난 2월 한 달간 넷플릭스에서 결제된 금액은 725억원(와이즈앱 조사)으로 역대 최대로 조사됐다.
지난해의 경우가 특별했고, 넷플릭스는 이전까지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2018년 2분기 실적공개에서 예측치(620만명)보다 낮은 가입자 증가세(520만명)로 인해 주가가 14% 급락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비용지출 구조는 현재 가입자 수보다 미래 가입자에 기반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오리지널 시리즈에 투자한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요금 인상이다. 미래에셋대우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5월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요금 인상이 반영되기 시작했는데, 가격 인상에 따른 구독자 해지율이 0.1% 증가 수준에 그치면서 수익성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됐다. 미국에서의 평균 구독자당 가격(ASP)는 전분기 12달러에서 13달러로 1달러가량 인상됐다. 글로벌 ASP는 9.3달러에서 9.4달러로 늘었다.
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처럼 프로그램을 한 번 제작한 후 채널전송사에 파는 구조가 아닌, OTT는 한번 수백억 규모의 대작을 만든 후 가입자를 모아야 한다"며 "그런데 여태껏 OTT 요금을 인상한다고 서비스를 해지하는 일은 적었다"고 설명했다.
30일 무료보기 종료 또한 요금 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여기에 지난해 대폭 늘어난 가입자를 기반으로 올해 이익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넷플릭스 요금제는 베이식(월 9천500원), 스탠다드(월 1만2천원), 프리미엄(월 1만4천500원)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이로써 넷플릭스는 이번 프로모션 종료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할 때마다 1인당 1만원 가량의 매출을 추가로 남길 수 있게 된다.
30일 무료체험 종료가 요금인상처럼 기존 가입자의 이탈로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는 “이번 프로모션 종료는 (기존) 넷플릭스 회원이 아닌 새롭게 가입하는 분들에게 영향이 있다”며 “KT, LGU+등 파트너사도 고객센터를 통해 신규 가입을 고려하고 계신 회원 분들께 안내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인한 콘텐츠 제작 비용 증가?…"이번 결정의 핵심은 아냐"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3월 이후 전 세계 콘텐츠 제작 업무는 셧다운 됐다. 이로 인해 OTT 서비스들의 원활한 콘텐츠 수급에 악영향을 미쳤으나, 이미 업계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경우 다른 서비스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 준수로 인해 제작 과정이 길어지고 편당 제작 비용도 늘어나게 되는데, 시장 전반으로 볼 때 후발 OTT 서비스들만 발목 잡힌 상황이다.
국내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30일 무료체험 프로모션을 계속 운영하던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안남은 상황이었는데, 이제 종료하겠다는 것은 보다 넷플릭스 전체 정책에서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콘텐츠 제작 비용이 증가하긴 했으나, 업계 사람들도 우리나라도 언젠간 해당 프로모션을 중단할 것이라 예상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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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여건이 서서히 나아지면서 밀려있던 라인업 작품들이 순차 공개되는데, 이점 또한 넷플릭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미래에셋증권 박정엽 연구원은 "올해는 OTT 서비스들이 확장하면서 경쟁보다는 시장 전환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코로나 관련 제작 변화에 적응하면서 500여편 라인업이 대기중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