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소송...최태원과 구광모의 문제다

[이균성의 溫技] 둘 다 손해보는 싸움

데스크 칼럼입력 :2021/04/06 16:33    수정: 2021/04/07 10:19

싸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서로 다 죽는 방식이 그 하나이고, 서로 다 성장하는 방식이 다른 하나다. 싸움은 그래서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싸움은 또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유기체한테 싸움은 숙명이다.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격언 또한 이 숙명을 받아들이며 배운 세상 이치다. 싸우되 잘 싸우는 것이 세상 공부이고 인생 공부다.

LG와 SK의 배터리 싸움이 안타깝게 여겨지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서로 참 못 되게 싸운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부부싸움으로 치면, 그것이 칼로 물 베기여야 하겠거늘, 식칼과 도마와 아령이 횡횡 날아다니는 사생결단의 싸움으로 번져버렸다. LG와 SK는 물론 부부는 아니다. 상대를 배려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차라리 적에 가깝다. 그런데 바로 그런 생각이 못 된 싸움의 동력이 됐다.

상대는 적이니 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덤벼야 한다는 생각. 그런 싸움이 개싸움의 본질이다. 과거와 현재만 있지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 개싸움은 그래서 필연코 둘 다 죽거나 모두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런 개싸움이 벌어지면 반드시 꼭 즐기는 자가 있다. 싸움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려니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LG와 SK의 싸움은 그런 개싸움이다.

LG와 SK 개싸움이 계속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둘 중 하나일 승자가 전리품을 크게 챙겨먹기보다, 박수치며 구경하는 다른 기업에 진정한 승리를 헌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렇게 어부지리로 재미를 보게 되는 기업은 중국의 배터리 업체나 배터리를 수직 계열화하기 위해 아직 시간이 필요한 폭스바겐 같은 완성차 업체일 것이다. 그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그건 경영이랄 것도 없다.

LG와 SK가 그럼에도 개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한 가지 오판과 한 가지 관성 때문이다. 오판은 배터리 시장에서 자신의 입지를 과신하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의 배터리 사업이 최근 2~3년간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두 회사는 여기에 고무된 나머지 앞으로 지속 성장할 이 시장에서 엄청난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믿는 듯하다. 이대로 밀고 가면 최종 승자는 떼놓은 당상이라 믿는 듯하다.

구광모 LG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오른쪽). 사진=각 사

문제는 그 믿음이 오판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일 뿐이다. 국내 3사가 선전하는 건 단지 먼저 시작했을 따름일 수 있다. 숨어 암중모색하며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기업이 글로벌로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조신하게 행동하며 그들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내부 혁신에 더 몰입함으로써 초격차를 준비하는 게 더 나은 경영전략이 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개싸움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처럼 시장이 거의 만개(滿開) 과정에 진입하였을 때나 고려해봄직 하다. 삼성과 애플의 싸움은 치열하기 그지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둘 모두를 승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둘 외에 다른 모든 기업을 관심사 밖으로 밀어냈던 싸움이다. LG와 SK 싸움은 불행하게도 그런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외려 둘의 싸움으로 다른 기업을 더 돋보이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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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SK는 싸움의 국면을 크게 오판했을 뿐 아니라 싸움의 관성에 매몰돼 치졸하기까지 했다. 개싸움보다 치졸한 싸움은 실리도 잃고 명예도 잃는 인간의 감정싸움이다. 개싸움은 실리는 잃을지언정 명예는 잃지 않는다. 동물의 싸움은 원래 개싸움이고 그런 모든 개싸움은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용맹스런 행위다. 다만 인간만이 용맹을 잔인함으로 변질시키고 오직 이기기 위해 치졸해진다.

이 싸움의 원인을 제공한 건 SK다. LG 인력 이동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게 사실로 보이기 때문이다. SK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LG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옳았다. LG도 돌이켜볼 게 있다. 사태 확산은 양쪽 책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매듭짓기 위해 미국 대통령한테 호소까지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면 사실 관계를 떠나 두 기업이 더 문제다. 결국엔 구광모 최태원 두 회장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