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코로나19 ‘신속 자가진단키트’ 개발 및 허가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문가 사이에서도 해당 진단기기 도입에 대한 견해가 극명히 대비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5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일반인들이 검체를 채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직장이나 학교에서 검사를 스스로 해보고 싶은 수요들이 있다”며 “정확성이 담보된 키트를 개발할 수 있게끔 정부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코로나19 진단검사법은 크게 ‘분자진단’과 ‘면역화학진단’으로 나뉜다. 분자진단은 인체나 바이러스 등의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는 핵산을 검사하는 방법으로 국내에서 표준검사법으로 적용하고 있는 RT-PCR검사법이 여기에 속한다. 의료기관 및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인을 통한 검체 채취가 이뤄지며, 민감도와 정확도가 우수하다. 검사에 약 6시간이 소요된다.
면역화학진단법은 항원·항체 검사를 말하는데, PCR 등의 검사장비가 불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간편하게 검사 결과를 30분 내외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의 양이 적을 경우에는 검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정확도가 떨어진다. 국내에서 말하는 신속 자가진단키트는 대부분 항원검사시약을 통한 신속진단을 말한다.
대방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신속 자가진단키트에 대해 RT-PCR 검사와는 “쓰임새가 다르다”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 교수는 “PCR 검사법보다 민감도가 떨어지지만 반복적인 검사 시 유용하다”며 “(집단감염이 발생한) 어린이집, 산업단지, 유흥업소 종사자에 대한 1회 PCR 검사로 끝나서는 안 되고, (신속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키트로라도 주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감염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기 교수는 신속 자가진단키트가 일일 확진자 수가 500명대를 기록하는 현 상황에서 선별검사소의 부족 등을 고려해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유증상자는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되, 지역 내 무증상자 발견을 위해 지속적인 반복 검사 방법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 TF 위원인 홍기호 세브란스병원 진단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낮은 유병률과 신속 자가진단키트의 낮은 정확도를 들어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홍 교수는 “무증상자일 경우, 바이러스가 미량이라 감염 여부를 놓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충분한 진단 시스템과 검사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확진자 급증 대비 및 무증상자 발견을 위해) 선별진료소 및 검사인력 확대가 더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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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신속 자가진단키트의 반복 검사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견해를 폈다. 그는 “민감도가 떨어지지만 반복 검사로 감염 여부를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은 독립변수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진단검사는 독립확률이 아니고, 미량의 바이러스로 인해 (신속 자가진단키트로는) 확인이 충분히 안되는데 이를 반복 검사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견이 속출하는 상황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청장도 신속 자가진단키트와 관련 당초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지만, 최근의 입장 변화는 4차 유행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현 RT-PCR 검사법의 ‘보조적인 수단’으로써 자가진단의 효용성 측면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