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톤 대형 터그보트까지 출동한 끝에 꽉 막혔던 수에즈 운하 물길을 다시 뚫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를 치우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자연현상인 '슈퍼문'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CSA)은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고 있던 에버기븐호 선체를 완전히 부양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럽과 아시아간 최단거리 뱃길인 수에즈운하는 막힌 지 7일 만에 통행이 재개됐다.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유통의 12% 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유통 경로다. 또 중요한 석유 수송 경로이기도 하다.
■ 슈퍼문 맞춰 인양작업 본격화
대형 컨테이너가 가장 중요한 해상 유통로를 막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가 바짝 긴장했다. 사고 직후 예인선 8척이 투입돼 선체 부양을 시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렇게 전 세계는 지난 1주일 동안 꽉 막힌 수에즈 운하 때문에 발만 동동 굴렀다. 21세기 첨단과학으로도 거대한 컨테이너 하나 치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인간의 무력감을 해결해준 것은 슈퍼문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보름이 되면 달이 태양과 일직선에 위치한다. 이 때는 해수면이 2미터 가량 상승하면서 엄청난 부력이 생기게 된다. 거대한 선박을 끌어올리기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그 덕분에 배에 실린 1만8천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내리지 않고도 선박을 치울 수 있었다.
특히 이번 보름달은 올 들어 처음 접하는 ‘슈퍼문’이었다. 지구 둘레를 돌던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 접근하는 시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터그보트만으론 에버기븐 호를 치울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기 때문에 슈퍼문이 해수면을 끌어올리기를 기다렸다가 구조 작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구조팀은 슈퍼문으로 해수면이 높아질 때를 대비해 수 십 만 개에 달하는 모래 더미를 치우는 작업을 미리 진행했다.
특히 29일이 중요했다. 슈퍼문으로 해수면이 가장 높은 지점까지 올라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덴마크 복합기업인 A.P. 몰러-머스크 그룹의 라르스 미카엘 젠슨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지난 며칠 동안 활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했다”고 설명했다.
■ 285톤 대형 터그보트 가세하면서 막혔던 물길 뚫어
이날 구조 작업을 하기 위해 사전 준비 작업도 치밀하게 진행됐다. 26일엔 올림픽 수영 경기장 7개 분량의 모래와 자갈을 제거했다. 다음날인 27일엔 30만 평방미터 규모 모래를 또 덜어냈다. 그리곤 선박 주변 20미터 가량을 파내는 작업도 했다.
28일 저녁 슈퍼문 때문에 해수면이 2미터 가량 상승했다. 닷새 전인 23일보다 50센티미터 가량 더 높아졌다.
현지시간으로 29일 오전 2시 285톤 짜리 대형 터그보트가 출동하면서 에호기븐호를 옮기는 작업이 본격 시작됐다. 슈퍼문으로 해수면이 높아진 상태에서 터그보트의 힘이 가해지면서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이날 오전 5시경 배의 머리 부분을 수에즈운하 동쪽 부분에서 분리하고, 후미 부분을 운하 서쪽에서 1km 정도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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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에버기븐호 이동 작업은 285톤 대형 터그보트가 가세하면서 속도를 냈다. 하지만 대형 터그보트만으론 초대형 컨테이너인 에버기븐호를 옮기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모자란 부분을 메워준 것은 '슈퍼문'이란 자연현상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