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각 게임사는 해법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확률형 아이템은 운에 따른 아이템 획득의 재미를 제공하지만, 게임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논란의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특정 게임의 확률 오류 등이 밝혀져 이용자의 불만이 커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강령 개정안을 한국게임산업협회에 제안한 상황이다. 자율규제 강화안이다.
대부분의 게임사는 자율규제 강화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게임사와 이용자 간 신뢰가 다시 회복되려면 자율규제 강화 뿐 아니라 게임사와 이용자 간 소통 노력은 지속해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강화된 자율규제 강령 제안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자율규제평가위원회(이하 기구 평가위)는 지난 24일 임시위원회를 개최하고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을 제안했다. 지난해 11월 강령 개정안을 준비한 이후 약 3개월만이다.
기존 자율규제 강령을 보면 확률형 유료 아이템 결과물에 대한 개별 확률 공개와 확률정보 표시 위치를 이용자의 식별이 용이한 게임 내 구매화면 등에 안내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강령 개정안을 보면 기존 아이템에 유료 인챈트 및 강화 콘텐츠의 확률과 유무료 요소가 결합된 콘텐츠도 공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컴플리트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다.
또한 개인화된 확률의 경우(개인의 경험치 내지 보유한 아이템에 따라 달라지는 확률)는 기본 확률값과 그 범위를 공개하도록 제안했다.
기구 평가위는 "이번 강령개정 제안을 통해 합리적 이용자의 게임 이용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은 "기구 평가위의 강령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해외 게임사도 점차 자율 규제를 따르는 상황이다. 협회에선 영문과 중문 등으로 번역해 알리고 있다. 지속적으로 심의하고 확률 아이템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신뢰관계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면 위에 오른 자율규제 강화
자율규제 강화 움직임에 각 주요 게임사들은 대응 방법과 시기 등을 두고 고민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협회 소속 회원사들이 개정안을 받아드리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공개되기 전 일부 중대형 게임사들이 확률 공개 범위 확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관련 내용을 검토해 서비스 중인 게임에 잘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넷마블 역시 이와 비슷한 답변을 했다.
앞서 넥슨코리아는 확률 표기 오류에 사과하면서 확률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이용자가 직접 확률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는 메이플스토리를 시작으로 마비노기영웅전, 피파온라인4, 마비노기, 바람의나라 등의 아이템 추가 확률을 공개한 상태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자율규제 강화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번 강령 개정안에 반대하는 게임사는 없을 것"이라며 "게임사별로 확률과 콘텐츠 로직(구조)가 달라 100% 공개가 가능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래도 최근 분위기를 보면 대체적으로 따르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 규제로 이용자 선택권 보장해야 vs 실효성 없어
물론 이번 자율규제 강화 움직임에 너무 늦은 대응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강제 규제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어서다.
정치권 일각은 자율규제에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를 앞세워 강제 규제 추진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아이템 정보 표기를 법제화하는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상임위에 상정된 상황이다.
또한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아이템과 게임 내 재화를 모아 여러 차례 뽑기를 진행하는 컴플리트형 아이템을 금지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자율 규제로 이용자들의 게임 선택권을 보장하고, 게임사의 창의적 활동 등을 보장해야한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특히 성인 대상 확률형 아이템 제공을 법으로 규제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특히 확률 공개 범위가 확대되면 이용자들의 게임 선택 기준이 다양해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스스로 게임을 계속 즐길지 아닐지를 결정하면 된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용자들의 게임 선택권 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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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율규제에 한계가 있다는 부분은 수긍했다. 자율규제는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해외 게임사 중 일부는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규제에 한계는 있지만, 그렇다고 강제 규제가 답이 될 수는 없다. 시장 상황과 산업 경쟁력 등을 살펴보고 규제를 검토하지 않으면 제2의 셧다운제 논란이 일 수 있다"며 "게임사들은 자율규제 강화로 신뢰 회복에 나서야한다. 이용자와의 소통 역시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