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게임업계과 이용자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게임업계는 게임 내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하는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용자는 이를 믿지 못하겠다며 더욱 강력한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법제화 필요성이 정치권에서 대두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 캐릭터나 아이템 등을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이 아닌 확률에 의거해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수익모델이다. 이용자가 얻고자 하는 재화의 성능이 뛰어날수록 이를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은 낮게 설정된다.
또한 몇몇 게임에서는 특정 재화를 얻기 위해서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은 아이템을 일정 수량 모아서 다시 확률에 의거해 합성하는 다중 확률형 아이템(컴플리트 가챠) 모델을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확률형 아이템이 이용자에게 불합리하다는 지적은 국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몇몇 국가에서는 몇년 전부터 꾸준히 공론화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컴플리트 가챠를 규제하고 있기도 하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위한 행보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은 유럽이다. 스페인 도박 규제 기관인 DGOJ(Dirección General de Ordenación del Juego) 지난 2월부터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필요 여부와 이를 도박으로 구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DGOJ는 확률형 아이템에 포함되는 게임 내 재화가 단순 외형을 꾸미는 치장품 혹은 이용자가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아이템인지에 대한 여부와 관계 없이 확률에 의거해 획득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면 모두 도박 관련 제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협의는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며 해당 협의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 관련 제품으로 구분된다면 스페인 내에서도 규제가 시작된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영국은 스페인보다 앞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국가가 주도하고 있는 국가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지난 2018년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한 로켓리그, 도타2, 카운터스트라이크 클로벌오펜시브 등의 게임을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 수익모델을 삭제하지 않을 시 자국 내 서비스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네덜란드 당국은 지난 2020년 일렉트로닉아츠(EA)를 대상으로 피파20에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벌금 65억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는 지난 2019년부터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에픽게임즈와 EA 관계자를 소환하기도 했다. 또한 영국 상원은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 관련 법률로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유럽 내 확률형 아이템 규제 바람은 독일까지 도달했다. 지난 10일 독일 하원은 미성년자 대상 확률형 아이템 판매 금지 내용이 담긴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독일 상원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유럽 내 게임시장 규모 1위와 2위를 다투는 독일과 영국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유럽 게임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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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19년에 판호 규정을 개정하며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기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존에는 백분율로 확률을 표기했던 중국 내 게임사는 판호 규정 개정 이후 해당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한 시도 횟수를 표기하고 있다.
일본은 다중 확률형 아이템인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업계 자율규제를 통해 컴플리트 가챠가 금지되고 있었지만 2020년부터는 소비자청 고시에 의거해 규제 중이다. 이를 어기는 게임사에게는 부당 경품류 및 부당 표시 방지법에 의거한 시정명령이 내려지며 이를 다시 어기게 되면 형사처벌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