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용자 양극화 막기 위해 의사소통 필수"

[이슈진단+]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정부와 게임업계 불협화음

디지털경제입력 :2021/02/23 11:54    수정: 2021/02/23 17:25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게임법 개정안)을 두고 확률형아이템이 다시 한 번 게임업계의 화두에 올랐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를 두고 정치권과 게임업계가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이유다.

지난 12월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게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주요 내용으로 ▲등급분류 절차 간소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 ▲비영리 게임 등급분류면제 ▲중소 게임사 자금 지원 ▲경미한 내용수정신고 면제 ▲위법 내용의 게임 광고 금지 ▲해외게임사의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등이 포함되며 현행 제7장 제48조에서 제8장 제92조로 그 내용이 크게 늘어났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

이 중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 조항을 두고 정치권과 게임업계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게임법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첫 법적 정의가 포함됐으며 게임사가 게임 내 아이템 뽑기 확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는 현행 자율규제가 아닌 국가 주도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기 위한 초석으로 풀이하는 모습이다.

이에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뽑기 확률은 영업비밀이라며 반발했다. 실제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해당 내용을 포함한 의견서를 전달하며 공식 대응에 나섰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게임법 개정안이 ▲불명확한 개념 및 범위 표현으로 사업자 예측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점 ▲기존에 없던 조항을 다수 신설해 의무를 강제한다는 점 ▲타법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한다는 점 ▲실효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게임법 개정안에 포함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조항을 두고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 연구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는 대표적인 영업비밀이다"라며 개정안에 명시된 확률 아이템의 정의도 불명확하고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게임법 개정안이 진흥이 아닌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게임산업 협회의 의견서를 전달받은 이상헌 의원 즉각 입장문을 내고 게임산업협회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상헌 의원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여러 이유를 들고 있지만 게임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낸 것이 결국 개정안에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은 게임업계의 탓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법을 통한 규제는 최후의 수단이다. 가급적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게임 산업계는 여러 차례 주어진 자정 기회를 외면했다. 자율규제는 구색용 얼굴마담으로 전락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그간 해외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의 규제가 심하다고 주장해왔다"라며 "확률형 아이템 규제 논란에 대해 해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미네소타 주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이 제출된 미국과 왕립공중보건학회가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하고 18세 미만 게임에서 삭제하는 등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론지은 영국의 사례를 거론했다.

이상헌 의원은 "이미 자율규제로 공개하고 있는 아이템 획득 확률을 법에 명문화하자는 것뿐이다. 하물며 확률 공개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알 권리이다. 하다못해 강원랜드 슬롯머신도 당첨 확률과 환급율을 공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런 판에 협회와 업계가 이마저도 끝끝내 거부하고 다른 수단을 통해 법제화를 막는다면, 우리 게임 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제21대 국회에서 반드시 법제화가 되어야 할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한국게임학회도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게임학회는 지난 6년여간 아이템 확률 정보를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노력이 시행되어 왔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공산품이나 금융, 서비스업에서도 제품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공개를 두고 게임업계와 정치권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게임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수익모델 개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칫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모바일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심화될 경우 게임사가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비싸게 판매하는 수익 모델을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나 아이템을 돈을 주고 사는 수익 모델이 채택될 경우 그 가격이 지금보다 낮게 책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과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아이템의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다"라며 "확률형 아이템에 큰 돈을 들이던 이용자는 수익 모델이 바뀌어도 아이템을 구매하는 지출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깊은 고민 없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적용해서는 자칫 구매층이 크게 게임 내 이용자 양극화가 심화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올해 게임업계의 핫 이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인해 자칫 게임산업 전체에 사행성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이럴 경우 확률형 아이템이 적용된 게임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아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관리 산업으로 편입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한 퍼블리셔 관계자는 "지난 2019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의 관리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열었던 토론회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경도박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게임산업이 너무 큰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고 토론회에 참가한 이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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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행산업 프레임이 씌워지게 되면 산업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져내린다. 게임이 부정적인 인식을 벗어나서 문화산업의 첨병이라는 이미지가 조금씩 세워지는 시점인데 걱정되는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게임산업이 사행산업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이는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의 좋은 구실이 된다. 연쇄적인 산업규제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이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기점으로 새로운 규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치권과 게임업계가 서로의 입장만 고수하지 않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주고받아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