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 판결과 관련한 LG의 합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음 달 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판결의 효력 발생을 앞두고 양사 간 입장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이명영 이사는 26일 오전 진행된 제1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의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밝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ITC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는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이사는 "당사의 배터리는 지금까지 한번도 발화 사고가 나지 않는 등 안정성과 품질 측면에서 고객들로부터 차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왔다"며 "앞으로도 남아있는 법적 절차에서 주주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0일(이하 현지시간) ITC가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린 이후 합의금을 둘러싸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5천억원 대 미만을,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 대의 합의금을 각각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LG 측 요구에 대해 '사실상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LG 측은 자사가 제시한 합의금액에 대해 "글로벌스탠다드인 미국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해 제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송의 본질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혐의에 대해서도 양사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LG 측은 ITC 판결을 근거로 SK 측이 11개 분야에 걸쳐 영업비밀 22개를 침해했다는 입장이다. SK 측은 'ITC 소송에서 문서 삭제로 인해 영업비밀 침해 여부는 다퉈보지도 못하고 수입금지 조치를 받았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이날 주총 인사말은 김준 총괄사장(대표)을 대신해 주총 의장을 맡은 이명영 이사가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김준 총괄사장은 현재 미국 출장 중이다. 판결의 효력이 발생할 다음달 12일 이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을 끌어내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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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출신인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도 미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샐리 예이츠(Sally Yates) 미국 법무부 전 차관을 최근 미국사업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막판 뒤집기 총력에 나섰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