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폰 사업 멈춰설까?...고심 커지는 LG

"4월 초 이사회 끝나 봐야 결론 나올 듯”

홈&모바일입력 :2021/03/25 17:19    수정: 2021/03/26 10:56

황정빈, 정진호 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사업 운영 방향을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두 달 전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모바일 사업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업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실마리를 기대했던 24일 정기 주주총회 자리에서도 배두용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고려해 사업 운영 방향을 다각적으로 재검토 중에 있다"며 기존 입장만 재확인했다.

■ LG, 왜 말 아끼나?.."큰 배가 갑자기 멈추기 어려워"

 LG전자가 지난 1월 스마트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후 업계에서는 이달 안에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LG전자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LG 스마트폰 사업이 두 달이 넘게 멈춰버린 상황이다.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현재 LG 스마트폰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스마트폰 보상 프로그램 등 진행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인 상황이다.

LG 여의도 트윈타워 사옥.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업 향방은 다음 달 초 이사회가 끝난 이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다음 달초 이사회가 끝나 봐야 결론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이처럼 모바일 사업 향방에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은 그룹 전체적으로 사업포토폴리오 재편기에 있는 LG가 모바일 사업 포지션에 대한 아직 최종 결론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은 화학·전자·통신을 3대 핵심 사업을 축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물적 분할돼 독립하고, LG전자도 VS사업본부 내 전기차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을 분할해 마그나 인터내셔널와 손잡고 오는 7월 합작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 출범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산업 전환기에 전기차 배터리(친환경에너지)·전장부품·바이오·AI 등으로 재편되는 LG그룹의 포트폴리오에서 모바일 사업의 미래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매출 5~6조짜리 사업을 두어 달 만에 결론을 내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며 "세계 곳곳에 통신사, 고객, 협력사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것이고 또 LG는 현재 사업 재편기에 있다"고 전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MC사업본부는 지난 5년간 약 5조원을 까먹긴 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매출은 56조에 육박한다. 지난해 연매출은 5조2천억원으로 북미 통신사와의 거래액만해도 한 해 약 2조원 규모다.

LG전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큰 배를 갑자기 멈춰 세우기도 어렵지만, 멈춰선 배에 다시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는 더 어려운 법"이라며 "LG가 그 지점을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따라서 LG전자 입장에서는 핵심 모바일 기술을 내재화하면서 대규모 적자 요인을 해소하고 영업권 및 특허 가치에 대한 현금 유입 등을 얻을 수 있는 방안으로 매각이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제조 부문은 떼어 내고 연구개발(R&D)과 지적재산권(IP)은 내부나 계열사 쪽에 남겨놓는 형태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향후 빅데이터-AI 스마트 커넥티드 시대 유사시를 대비해 모바일 사업의 동력은 안고 가는 형태다. 과거 LG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에 매각할 때 취한 방식이다.

■ 신제품 출시 오리무중...'롤러블폰' 블루투스 SIG 인증

스마트폰 전면 재검토 발표 이후, LG전자는 국내에 그 어떤 신제품도 내놓지 않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신제품은 사업 방향이 발표가 난 이후에야 출시할지 말지를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LG벨벳은 오로라 화이트, 일루전 선셋, 오로라 그레이, 오로라 그린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현재 상반기 출시가 예정됐던 전략 스마트폰 '레인보우'와 '롤러블'은 모두 중단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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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안드로이드 개발자 사이트에 롤러블 스마트폰용 에뮬레이터를 공개하고, 지난 1월 'CES 2021'에서는 'LG 롤러블'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세계 최초 롤러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폰 사업 자체가 전면 재검토 상황에 들어가면서 현재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롤러블은 국내 망연동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최근 블루투스 SIG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본래 계획에 따른 일상적인 업무 진행 절차일 뿐 폰 사업 운영이 결정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출시로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출시 강행 여부는 회사 안팎으로 예측이 엇갈린다.